[필라델피아=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내년에 지반 공사가 빠르게 진행될 경우 5번 도크(dock)에도 추가 골리앗 크레인 설치가 가능해질 전망입니다."(조종우 한화필리조선소장)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한화필리조선소 5번 도크에는 국가 안보용 다목적 선박(National Security Multi-Mission Vessel, NSMV)의 외관 마무리 작업(아웃 피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지난해 12월 한화가 조선소를 인수한 이후 네 번째로 진수되는 선박이다. 미국 해군 사관학교 학생들의 트레이닝 목적으로 만든 선박으로 비상시나 재난시 구조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탑승 인원은 600~800여명으로 최대 1000명까지 가능하다. 4번 도크에는 5번째 NSMV가 건조 중이다.
세계 2차대전 때부터 쓰던 필리조선소는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지반이 약한 상태로 방치돼 있어 철제나 모듈 등 무거운 부품을 놓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지난해 12월 인수 후 지반 강화 공사에 수백억원을 투자하면서 빠른 시일 내에 조선소의 생산량 향상에 박차를 가했다. 올해 7월 7000만달러(약 945억원)의 추가 투자가 결정된 이후 생산성과 기술 경쟁력 강화에 속도가 더해질 전망이다.
필리조선소는 최근 지반 강화 작업을 한 결과 지금은 무거운 블록들을 쉽게 놓을 수 있게 돼 도크 근처 부지를 스토리지 에어리어(storage area)로 사용 중이다. 조 소장은 "약 1만8000㎡ 유휴부지를 블록 및 자재 적치 공간으로 확보해, 물류 병목을 해소하고 해당 구역의 생산 효율을 약 300%까지 끌어올렸다"고 전했다.
필리조선소는 올해 7월 언론을 통해 공개된 지 5개월 밖에 안됐지만 단기간에 노후화된 장비와 현장들이 많이 개선되고 있는 중이었다. 수년간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녹슨 유산'으로 평가받던 이 쇠락한 조선소가 세계 최고의 수준의 조선소를 운영하는 한화의 손길이 닿아 '스마트 야드'로 거듭나고 있었다.
실제 조선소에 특화된 고성능 용접기를 도입해 기존 용접기를 교체 중이다. 자동 용접기를 내년에 추가 도입하기로 했다. 자동용접기는 용접 작업자 2~3명 수준의 작업량을 수행하고, 용접 품질의 균일성 확보가 가능하다. 한화오션이 개발한 용접로봇 '인디(Indy)'도 투입 할 예정이다. 이 로봇은 협소하거나 밀폐된 공간 등 작업 접근이 어려운 구역에서 높은 효율을 발휘하도록 설계됐다.
현재 4, 5번 도크를 활용 중인 필리조선소의 가장 최우선 목표는 생산율 향상이다. 내년 중 아웃 피팅(Outfitting)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5번 도크를 '드라이 도크'로 만들 예정이다. 드라이 도크는 부지를 깊게 파서 만든 운하 형태의 선박 건조장으로, 대형 선박의 건조에 필수적인 시설이다. 길이 330m·폭 45m의 4번 도크는 물을 뺀 상태의 드라이도크로 운영 중이지만 아직 5번 도크는 물이 차 있다. 배를 바닷물에 띄운 뒤 마무리 작업을 하는 안벽으로 사용 중이다.
골리앗 크레인도 1대 더 설치할 계획이다. 한화의 상징색인 주황색에 'Hanwha(한화)'란 흰색 글씨가 적힌 골리앗 크레인(폭 124m·높이 64m)은 조선소의 상징이다. 옆에 있는 러핑 크레인이 보조 역할을 하고 있었다. 선박 블록을 들거나 이동시키는 이 초대형 크레인은 현재 660톤까지 운반이 가능하다.
골리앗 크레인의 도입 시기는 내년에 지반 강화 작업이 얼마나 빨리 끝내는 지에 달려있다. 골리앗 크레인이 2개가 되고 드라이 도크도 2개로 늘어나면 회전율도 높아질 전망이다. 한화는 2028년에는 5번 도크도 4번 도크처럼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900톤을 인양할 수 있는 골리앗 크레인 4개를 운영 중인 한국의 한화오션 거제조선소에 비하면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텐덤 공법(Tandem Method)'을 도입해 독 내 여러 척의 선박을 연속적으로 붙여 짓는다면 연간 4척의 선박 건조도 가능하다. 도크 2개를 돌리면 산술적으로 연간 최대 8척까지 생산능력이 올라간다.
조종우 소장은 "현재 필리조선소 내 620번이라는 건물을 철거했고, 이미 그 곳에서 골리앗 크레인을 만들기 위한 준비 과정 중에 있다"면서 "골리앗 크레인이 설치되면 현재 생산 속도의 3배 이상 늘어나며 향후 추가로 도크를 인수, 2035년까지 연간 20척까지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이날은 도크 옆에 위치한 블록 조립 공장도 둘러봤다. 한화는 조선소 내 1만2000㎡ 규모의 비생산 구역을 옥외 대형 블록 제작 공간으로 조성했다. 한화오션의 대형 블록 공법을 적용해 해당 공정의 생산능력을 기존 대비 약 200% 수준으로 확대했다.
이곳에서는 소조립, 중조립, 대조립으로 나눠 블록들을 조립하는 공정을 진행 중이었다. 소조립을 통해 만든 블록을 3~5개 정도 붙여 더 큰 블록으로 만들고 도장을 진행했다. 이 곳 역시 인수전에는 장비가 노후 돼 사용이 힘들 정도의 수준이었지만 1년 간 장비 업그레이드와 공정 개선으로 생산력을 높였다. 일부 장비는 거제조선소에서 가져오기도 했다.
조선소 내 '트레이닝 아카데미'도 운영 중이다. 이 곳에서는 견습생들의 용접 훈련이 한창이었다. 한화오션은 이곳에 50명의 전문 인력양성 강사를 파견해 숙련된 선박 건조공을 키우는 중이다. 1년에 6번의 기수를 뽑고 기수당 100여명이 신청해 최대 27~30여명 정도 선정한다. 현재 연간 견습생을 200명 규모로 늘려 현재 협력사 포함 1800명인 조선소 근무 인력을 향후 3000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조 소장은 "1년간 직접 고용인원은 30% 증가했다. 조선소 인수 후 신설한 '견습 프로그램'을 통해 올 한해 동안 126명을 신규 채용했다"면서 "최근 모집에서는 1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만큼 필라델피아 지역 사회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숀 젠킨스(shawn jenkins) 테크니컬 인스트럭터도 이날 현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교육 과정이 시작되면 이미 고용이 된 상태라 1시간당 23달러의 임금을 받고 시작하게 된다"며 "아카데미에서 8주간 교육하고 실질적으로 약 3년간 일을 배우며 실력을 인정 받을 경우 1시간당 최대 33달러까지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한화의 다음 계획은 도크 2기와 안벽 3기 확보, 12만평 규모의 블록 생산기지 신설, 자동화 설비, 스마트야드 시스템 도입 등이다. 중장기적으로 호위함과 핵잠수함을 만들기 위해서는 도크의 추가 인수는 필수다. 이미 필라델피아주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실제 한화는 역사적인 네이비 야드의 건물 중 한 곳을 인수한 후 리모델링 해 구내 식당으로 사용 중이다. 어반 아웃피터라는 기업이 대형 쇼핑센터로 만들어 본사로 사용하고 있고 구내식당도 만들었다. 이 곳은 배를 만드는 작업장으로 쓰였던 건물이라 천장에 크레인 잔해들이 남아있어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조종우 한화필리조선소장은 "향후 필리조선소에서 미 핵추진잠수함 건조가 본격화되면 국내 협력업체의 글로벌 공급망 편입과 지역 산업 전반의 동반성장으로 이어 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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