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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서 박사 "韓 조선, 아직 골든타임 지나지 않았다"
이승주 기자
2026.01.02 07:00:16
조선업, 국가 안보 사업 관점으로 살펴야… "정책 지원·전략적 접근 필요한 시점"
이 기사는 2026년 01월 01일 07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8일 여의도에서 만난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수석연구원(사진=이승주 기자)

[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조선업을 단순한 상업적 비즈니스가 아닌 '국가 안보 산업'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그간 한국은 기업 구조조정 촉진법에 따라 재무적 잣대로만 조선업을 평가해왔다. 한국 조선업이 흑자로 돌아선 만큼 경쟁력 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기업의 공격적 투자가 맞물린다면 마지막 골든타임은 아직 유효하다."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박사)의 한국 조선업 현황에 대한 평가다. 그는 국내 조선업계의 재무제표 상 실적이 '착시 효과'에 가깝다고 말한다. 현재 조선업계의 역대급 호황은 2~3년 전의 고가 수주 물량 덕분으로 '발주와 수주' 측면에서는 이미 경고등이 켜졌다는 분석이다.


지난 2024년 전 세계 선박시장은 역사상 세 번째로 높은 발주량을 기록할 만큼 뜨거웠다. 지난해(11월 누적 기준)도 발주량이 4000만CGT를 넘기며 선방했다. 다만 한국 조선업계의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주력 선종인 LNG(액화천연가스)선까지 중국으로 빠르게 넘어가는 추세다. 지난해 한국의 수주량이 1000만CGT를 넘긴 것도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중국선 선박 제재라는 대외적 요인이 컸다.


국내 조선업계는 고가의 선박에 대한 건조가 완료되면서 수익률이 더 좋아지겠으나 해운업계의 수익성 지표인 컨테이너 운임은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어 선주들의 투자 심리는 위축될 전망이다. 최근 신조선가 지수(1988년 1월 건조 비용 100 기준)가 170을 넘어선 상황에서 선주들의 수익성까지 떨어질 경우 전세계 선박 시장은 중국으로 더욱 기울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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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서 박사는 아직 '골든타임'이 지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국내 조선업계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경쟁력있는 투자가 어려웠지만 향후 정부 정책이 뒷받침된다면 반격할 기회는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그는 '탈탄소 규제와 연비' 측면에서의 국내 조선업계 강점을 살리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다음은 양종서 박사와의 일문일답.


=2025년 조선업 시황을 총평해달라.


조선업은 '발주와 수주' 두 가지 기준을 통해 평가한다. 현재 국내 조선업계의 실적이 좋은 이유는 2~3년 전에 수주한 물량에 대한 건조가 완료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 2024년에 비해 37% 줄어들었지만 전체 발주량은 4500만CGT 이상으로 큰 이상은 없다.


다만 점유율이 문제다. 우리나라의 주력 선종들까지 빠르게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어 국내 조선업계가 충분한 일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한국의 수주량이 1000만CGT를 넘어선 것도 미국 USTR의 중국산 선박 제재 덕으로 이조차 없었다면 700~800만CGT 수준에 그쳤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컨테이너선에 대한 운임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내년부터 컨테이너 선사들이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선주들이 투자보다는 방어 태세를 취하며 관망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여지가 있다. 유조선 발주가 일부 늘어날 수는 있겠으나 신조선 발주량이 4000만CGT를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컨테이너선 발주량이 줄어들면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K-조선과 중국의 점유율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한국의 경우 올해 수주량이 작년만 못하고 수주잔량도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조선업의 경쟁력 하락은 과거 구조조정의 영향이 크다. 우리나라의 대형 조선사들은 2016년부터 기업 구조조정 촉진법에 의거, 채권금융기관 주도로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당시 조선 시황도 좋지 않았고 장부상 숫자로만 판단하다 보니 많은 숙련공 인력이 조선소를 떠났다.


그러다 2021년부터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크게 뛰었다. 적어도 2022년 하반기까진 야드에 인력이 투입돼야 하는데 인력을 구하지 못해 비숙련 외국인을 데려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겼다. 숙련공의 부족은 '품질 저하'를 야기시킨다. 여전히 중국보다는 품질이 높지만 가격 차이를 생각하면 외국 선주들이 한국 조선소를 선택할 이유가 없어졌다.


여기에 신조선가의 상승이 '크리티컬 포인트'로 작용했다. 클락슨 신조선 가격 지수가 170을 넘기면서 선주들이 한번에 많은 돈을 투자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시장을 조금씩 잠식해가고 있던 중국은 '가성비'라는 강점을 살릴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자 점유율을 크게 올렸다. 향후 신조선가가 하락하면 한국도 점유율을 다시 회복하지 않을까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조선업계의 고질적인 인력난은 여전하다. 기업들의 AI와 로봇 기술 도입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AI와 로봇 기술이 일부 공정을 효율화시킬 수 있을지라도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기자재가 들어가 있는 블록을 조립하는 게 조선소에서 하는 일인데 로봇이 좁은 공간에 들어가서 사람이 하는 작업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도장이나 용접 작업은 대체할 수 있겠지만 조선업이 사람 손을 전혀 안 탈 수는 없는 업종이다.


국내에서 젊은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다만 이 경우 정부에서 양보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현재 조선업을 상업적인 목적의 산업으로 인식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미국 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등 대부분 나라들도 해군력과 원활한 물자 조달을 위해 조선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안보' 측면으로 접근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조선업을 '국가 안보 산업'으로 인식해야 한다. 젊은 인력이 조선소에 취업하면 군대나 주택 같은 실질적인 혜택을 부여해 정착할 수 있도록 법제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명분이 생기면 WTO 보조금 문제도 '국가 안보'를 이유로 피해갈 수 있다.


=국내 조선 3사가 한미조선협력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전략 수립에 나서고 있다. 다만 미국 조선소의 낙후화와 숙련공 인력 부족, 각종 법적 규제 등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있는데. 현재 상황은 어떻게 보는가.


사실 '마스가 프로젝트'라 부르는 한미조선협력은 도움이 된다기 보다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조선업계도 확장이 필요한 시점인데 미국 군함시장(MSR)에 접근할 기회가 생겼다는 측면에서다. 다만 미국의 정책 상 영내에서 운항하는 선박과 군함, 해군 함정, 경비선 등의 건조·수리 과정은 모두 미국 시민이 하게 돼있다. 문제는 미국인 중에 숙련공을 구하기도 어렵지만 임금이 20만달러가 넘어간다. 미국 내 기자재 인프라가 무너져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결국 문제해결의 키는 미국에게 있다. 다만 미국 법령을 개정할 수 있는 사람들은 정치가들인데 한국에게 물량을 주자고 하면 조선소 주위 지역의 의석을 다 잃는 구조다. 이에 마스가 프로젝트도 정부 간 협상에서 투자액만 합의했을 뿐 구체적인 시나리오나 방향성은 나오지 않았다. 어찌됐든 미국이 함정, 군함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으니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기회를 노리고 있어야 한다.


=국내 조선업계의 해외진출도 가속화되고 있다. 향후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지.


현재 국내 조선업계의 전략은 한국 점유율을 일부 포기하는 대신 투자한 해외 조선소에서 점유율 회복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인도나 필리핀, 베트남 등지의 해외조선소 인수, 건립에 투자하는 식이다.


다만 해외진출 역시 신중을 기해야 한다. 현대미포 외에는 성공 사례가 없으며 철강과 기자재 인프라가 받쳐주지 않는 국가의 경우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 한진의 필리핀 수빅 조선소가 실패한 이유도 기자재 인프라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선 국내 조선소가 탄탄하게 자리를 잡고 해외투자는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게 맞는 그림이다.


=국내 조선업계에 희망적인 제언을 한다면.


아직 '골든타임'이 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조선업 2위를 지키고 있고 자리를 위협할 경쟁국도 없다. 중국도 해양 강국을 지향하고 있디만 모든 자원을 조선업에 투입할 수는 없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이 막대금 투자로 조선업을 육성하는 동안 우리나라 조선사들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제대로된 투자를 할 수 없었다. 이제 흑자로 돌아선만큼 투자가 가능한 시점이 됐다.


핵심은 '탈탄소 규제'라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풍부한 설계 경험을 토대로 연비 측면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통상 해운사가 선박을 30년까지도 사용하는데 연료비를 계산해보면 한국에서 배를 건조하는 것이 낫다고 한다. 전략적인 마케팅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선박도 화장품·의류와 마찬가지로 고객이 있는 것 아니겠나. 선주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빠르게 파악하고 맞춰주는 식으로 영업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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