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울 기자] 2026년 보험산업은 기술 혁신과 기후 변화, 인구 구조 전환, 자본 규제 완화라는 네 가지 변화가 동시에 밀려오는 전환점을 맞을 전망이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금융제도연구실장은 1일 딜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2026년 보험산업을 관통할 핵심 정책 키워드로 'A(AI), S(Sustainability), A(Aging Society), P(Productive Finance)'를 제시했다. AI 활용 확대와 기후 리스크 대응, 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보험사의 역할 전환, 생산적 금융 참여 논의가 맞물리며 보험사의 전략적 선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진단이다.
이 가운데 가장 빠르게 체감되는 변화로 AI 활용을 꼽았다. 노 실장은 현재 보험업계의 AI 활용 수준을 여전히 '파일럿 단계'로 진단했다. 일부 보험사들이 AI를 도입하고는 있지만 고객 응대나 내부 참고용 분석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고, 언더라이팅이나 보험금 지급 등 핵심 의사결정 영역으로 확장된 사례는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기술 자체보다는 리스크 관리와 책임 구조에 대한 고민이 앞서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2026년부터 이러한 제약이 점차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노 실장은 "AI를 통한 운용 비용 절감 효과가 가시화되고, 인공지능 기본법 시행과 금융분야 AI 가이드라인 개정안 등을 통해 위험관리에 대한 책임 구조가 명확해질 경우 보험사들의 AI 도입 속도가 한층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AI 도입의 핵심을 단순한 속도 경쟁이나 비용 절감으로 보지 않았다. 노 실장은 "언더라이팅이나 보험금 지급처럼 계약자 권리와 직결되는 영역에서는 AI가 실무를 보조하되 최종 판단과 검증은 사람이 맡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신뢰를 전제로 한 역할 분담을 강조했다. 필요한 경우 사람이 개입하는 협업 모델이 보험업 특성에 부합한다는 분석이다.
AI와 함께 중장기적으로 보험사의 재무 구조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는 지속가능성, 특히 기후 리스크가 지목됐다. 노 실장은 현재 생명보험 3곳과 손해보험 4곳만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기후 리스크 스트레스테스트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2026년에는 기후 리스크 스트레스테스트를 단순한 공시 과제가 아니라 보험사의 재무적 회복력과 직결된 생존 전략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 리스크는 탄소중립 전환에 따른 자산 가치 하락과 폭우·태풍 등으로 인한 보험금 급증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만큼 극단적 시나리오에서 지급여력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 같은 분석이 자산운용과 상품 전략, 자본 관리 전반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단기 실적 중심의 경영 평가 구조에서는 자발적 확산에 한계가 있다"며 "감독 차원의 정례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구 구조 변화 역시 보험사의 역할 자체를 바꾸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노 실장은 고령화를 보험사에 구조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이슈로 규정하며 2026년에도 주요 정책 과제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사후 보상 중심의 기존 모델에서 벗어나 건강관리와 요양, 주거 등 계약자의 생애 전반을 관리하는 구조는 보험사의 생존전략"이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올해부터 도입된 보험금청구권 신탁도 고령화 대응의 한 축으로 평가했다. 도입 초기로 증가율은 높지만 절대 규모가 제한적인 이유로 대상 범위의 협소함과 인지도가 낮지만, 질병·상해보험으로의 확대, 요양 서비스와의 연계를 통해 고령층이 체감할 수 있는 효용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본 운용 측면에서 '생산적 금융'을 2026년 보험산업의 또 다른 과제로 꼽았다. 금융당국이 지급여력 규제, 주식·펀드 위험계수 개선과 매칭조정 적용 확대 등을 통해 자본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이러한 제도 보완이 보험회사에게는 생산적 금융 참여를 검토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평가다.
노 실장은 "자본 규제 완화에 더해 정부의 보증 지원이나 세제 혜택 등이 병행될 경우 보험회사들의 생산적 금융 참여 유인은 더욱 커질 수 있다"며 정책적 뒷받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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