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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찍은 필리조선소 "美 핵잠수함 건조, 준비 끝"
필라델피아=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2025-12-25 12:07:52
①미국 정부와 긴밀한 협력 속 "한화필리, 핵잠수함 건조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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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한화필리조선소에서 골리앗 크레인이 대형 블록을 옮기고 있다. (사진=김민기 기자)

[필라델피아=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한화필리조선소는 한국이라는 가장 강력한 동맹국과 함께 핵추진잠수함(SSN) 공동 생산을 실현하는데 중요한 강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톰 앤더슨 한화디펜스USA 조선사업부문 사장)


한화가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있는 한화필리조선소에서 미 핵잠수함 건조를 공식화했다. 그동안 핵잠수함 건조 장소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한화오션의 고위 임원이 나와 미 핵잠수함 건조의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이야기를 한 것은 처음이다.


당장 미 국방부의 시설인증보안(FCL)이나 라이선스 획득, 추가부지 매입과 고급 인력 확보 등 넘어야할 산이 많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한화'를 언급한 만큼 미 방산시장 진입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필리조선소에서 핵잠수함 건조가 본격화되면 거제사업장에서도 한국형 핵잠수함 논의가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는 22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있는 한화필리조선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국 핵잠수함 생산능력 제고를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필리조선소의 역할을 강조했다.

톰 앤더슨 사장은 "한화가 필리조선소에서 미국의 핵잠수함을 건조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고 수행 역량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그간 한화오션의 핵잠수함 건조 역량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해소하는 발언이다.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미국 정부와의 핵잠수함 건조에 대한 소통도 어느 정도 진행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앤더슨 사장은 미국 해군 소장이자 군 함정 프로그램 총괄 책임자를 지냈으며, 현재 미국 내 조선 사업 및 조선소 운영, 미래 전략 개발 등을 담당하고 있다. 한화는 앤더슨 사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 해군과 협력해 버지니아급 잠수함 건조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미 해군은 75년간 핵추진잠수함을 설계·건조·운용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버지니아급 잠수함의 경우 1억7700만마일을 안전하게 항해한 세계 최고 성능 공격형 잠수함이다.


앤더슨 사장은 "버지니아급 잠수함의 경우 설계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검증된 설계를 기반으로 시간과 노력을 훨씬 앞당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20척 이상 건조된 버지니아급 핵추진잠수함은 새로운 함정을 처음부터 개발·건조하는 것과 달리 제한된 기간 내에 캐치업(Catch-Up)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필리조선소는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위한 최적의 입지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버지니아급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는 코네티컷 뉴포트 뉴스(HII), 제너럴다이내믹스 일렉트릭보트의 버지니아 그로튼 조선소와 인접해 있다. 이에 직접적인 협업과 현장 경험 공유, 부품과 모듈 운송에 유리하다. 미 해군 원자로국과 해군 핵추진 프로그램과도 가까운 거리에 있다.


한화는 이미 미국 잠수함 건조를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앤더슨 사장은 "인력 확충, 생산 효율 개선, 시설 투자, 한국 조선소의 모범 사례와 기술 이전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버지니아급 잠수함 설계, 건조, 운용 경험, 특히 잠수함 프로그램의 모듈 또는 구성 블록 제작 관련 전문가를 영입해 미국 팀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이 공화당과 민주당을 넘어 미국 정부의 입법부, 행정부 전반에 걸쳐 핵추진잠수함 산업 기반을 확대 및 강화하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하게 될 핵잠수함이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글로벌 동맹국 수출까지 염두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화는 12월 22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한화필리조선소에서 국내 언론사를 대상으로 미디어데이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조종우 한화필리조선소장, 톰 앤더슨 한화디펜스USA 조선사업부문 사장, 데이비드 김 한화필리조선소 CEO, 알렉스 웡 한화그룹 CSO(글로벌 최고전략 책임자). (사진=김민기 기자)

알렉스 웡 한화그룹 글로벌 최고전략 책임자(CSO)는 "핵잠수함 개발에 대한 합의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체결됐고, 트럼프 대통령 체제에서 재확인되고 강화됐다"며 "동맹국의 핵추진잠수함 역량을 확대하고, 새로운 핵추진잠수함 설계를 공동 개발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버지니아급 잠수함 설계를 중심으로 한 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으며, 이는 미 해군은 물론 한미 동맹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알렉스 웡은 백악관 국가안보부 수석부보좌관 출신으로 트럼프 정부에서 외교, 안보 정책 전반을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현재는 한화그룹 CSO로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파트너십 강화 및 사업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책사로도 불린 바 있다.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위한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일부 의견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데이비드 김 필리조선소 CEO는 "듀얼 유즈(Dual Use) 조선소 전략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상선 분야에서는 이미 보유한 경쟁력을 기반으로 동시에 해군 함정 등 군용 선박 건조 가능성도 함께 운영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실제 22일 오후(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필리조선소에서 새로운 프리깃함(호위함) 건조 계획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화는 현지 해운회사 등을 통해 상선 등을 수주 받아 수익성을 강화하고 호위함과 핵잠수함 등 군용 선박을 만드는 투트랙 전략이 이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는 미 해군을 위해 건조되는 잠수함의 생산 일정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 조선소의 강력한 공급망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앤더슨 사장은 "잠수함 건조 분야에서 축적된 한화오션의 기술력과 70년 넘게 핵추진잠수함을 설계·건조·운용해 온 미 해군의 노하우를 접목해야 한다"며 "한국의 조선업 협력업체를 포함한 공급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필리조선소에서 미국의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할 경우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사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전문가들이 미국 핵추진 잠수함 설계·생산·시험·정비 등 전 단계에 투입되면서 핵심 노하우를 자연스럽게 축적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이 글로벌 핵추진잠수함 산업 생태계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가 될 수 있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미국부터 핵잠수함을 건조하게 되면 한국과 미국이 동시에 잠수함을 건조하는 '병행건조 투트랙 전략'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원자력협정 개정, 핵연료 공급 별도 협정 체결 등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당장 주요 인력이 필리조선소에 투입되겠지만 미 핵잠수함을 건조하면서 얻은 노하우로 한국에서도 핵잠수함 건조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기대다.


조종우 한화필리조선소장은 "향후 필리조선소에서 미 핵잠수함 건조가 본격화되면 국내 협력업체의 글로벌 공급망 편입과 지역 산업 전반의 동반성장으로 이어 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화오션은 미 해군 함정 MRO 사업을 부산·경남 지역 16개 조선소 및 협력업체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한화필리조선소 4번 도크에서 선박 건조가 진행 중이다. (사진=김민기 기자)

다만 핵잠수함 건조를 위해서는 중장기 부지 확장 및 추가 투자가 필수적이다. 현재 도크(dock·선박건조장)는 2개 밖에 없고 이 마저도 바닷물을 뺀 상태에서 배를 짓는 '드라이 독'은 하나뿐이다. 향후 도크 2기와 안벽 3기 확보, 12만평 규모의 블록 생산기지 신설, 자동화 설비, 스마트야드 시스템 도입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7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향후 연간 1척 수준이던 필리조선소의 건조 능력을 최대 20척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필라델피아 시 정부와 부지 확보 협상 과정에서 부지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설인증보안(FCL) 등 방산 인증 통과를 위해서는 길게는 5년까지 걸리는 만큼 패스트트랙 도입도 필수적이다. 결국 본격적인 건조까지는 산적한 문제를 얼마나 빠르게 해결해 시간을 단축시키느냐가 관건이다. 


조종우 소장은 "한화필리조선소 확장 계획의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모두 공개하기는 어렵다"며 "도크나 추가 부지와 관련해서는 현재 인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협상을 진행 중인 단계이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은 2054년까지 버지니아급 핵추진잠수함을 66척 수준으로 확대 보유한다는 목표며 현재 24번함까지 취역했다. 20년 안에 40여 척을 건조하기 위해서는 매년 2척 규모의 생산능력이 필요하다. AUKUS 협력에 따라 호주에 3~5척의 잠수함을 제공하기로 했으나 현실은 연간 1.2척 수준이다. 기존 핵잠수함의 3분의 1이 정비 중이거나 정비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필리조선소는 군함 건조를 위한 방위산업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얼마나 빠르게 라이선스를 얻는 지가 관건"이라며 "시간이 오래 걸릴 경우 필리조선소 바로 옆에 미국 핵잠수함 모듈 제작 공장도 있어 한화가 핵잠수함 모듈 생산부터 진행할 가능성도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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