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방산·조선을 미래 성장축으로 설정한 한화그룹이 투자를 확대하면서도, 전략 수립과 자금 부담 주체는 각기 다른 축에서 작동하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그룹 차원의 전략 메시지는 일관되게 제시되고 있지만, 실제 투자 결정과 재무 부담은 공시상 개별 계열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한화시스템 등)의 이사회 결의와 재무제표에 주로 반영되는 구조여서다.
업계에 따르면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IDEX 2025 등 주요 해외 방산 전시회에서 "방산 협력을 공고히 하면서 조선·해양, 우주, 에너지 영역으로 협력을 확대해 양국 안보와 현지 경제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밝히며 방산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확장 전략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 같은 구조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사업·투자 흐름에서 확인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5 분기보고서에서 방산·항공·해양·우주 사업 전반에 걸쳐 설비 투자와 해외 거점 확충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업의 내용에 따르면 회사의 주요 사업은 방산, 항공, 해양, 우주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 가운데 방산과 해양 부문은 수주와 매출 측면에서 핵심 사업으로 분류돼 있다.
사업 구조 역시 전형적인 방산·항공 산업의 특성을 반영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공시를 통해 방산과 항공 사업을 장기간의 개발기간과 대규모 선투자가 선행되는 '고진입장벽 산업'으로 설명하고 있다.
실제 매출 및 수주 현황을 보면 방산·항공 부문은 수출 비중이 높은 장기 계약 중심의 수주 산업 구조를 갖고 있다. 이는 재무제표상 조기 손실 반영과 실적 변동성을 수반하며, 투자 회수의 시차가 발생하는 구조다. 전략적 중요도는 높지만, 재무적으로는 장기간 고정비 부담이 선반영되는 셈이다.
자금 부담의 귀속 주체는 이사회 의결 내역에서도 드러난다. 2025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분기보고서의 주요 의결사항에 따르면, ▲항공엔진 사업 관련 설비 투자 ▲해외 자회사 투자 ▲유상증자 참여 ▲채무보증 등 대규모 자금 집행과 재무적 의사결정은 모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사회에서 의결됐다.
방산·조선 전략이 그룹 차원에서 논의되더라도 실제 자금 조달과 재무 리스크는 법인 단위에서 부담하는 구조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선 부문을 담당하는 한화오션 역시 전략적 중요성에 비해 자금 집행과 재무 부담은 법인 단위로 관리되고 있다. 한화오션은 분기보고서 사업의 내용에서 LNG선, 특수선, 방산 함정 등을 핵심 사업으로 제시하며, 친환경 선박과 특수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설비 투자와 기술 고도화를 주요 과제로 명시했다.
연구개발 역시 법인 자체 재원으로 집행되는 구조다. 분기보고서 연구개발 항목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친환경 연료 추진 기술, 극저온 화물창, 특수선 핵심 시스템 등을 중장기 연구개발 과제로 수행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구개발비는 회사의 영업비용으로 처리되고 있다. 그룹 차원의 전략적 중요성과 별개로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에 따른 비용 부담은 한화오션 재무제표에 반영된다.
조선·특수선 사업 특성상 수주 이후 인도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원가 변동이나 공정 지연이 발생할 경우 재무적 영향 역시 법인 단위에서 흡수해야 한다. 방산·조선 전략이 그룹 차원에서 논의되더라도, 실제 사업 실행과 이에 따른 재무 리스크는 한화오션 법인이 감내하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방산 밸류체인에서 한화시스템은 전자·체계 통합을 담당하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분기보고서 사업의 내용에 따르면 한화시스템은 레이다, 지휘통제, 항공전자, 함정 전투체계, 위성체계 등 방산 전자 분야 전반을 사업 영역으로 두고 있으며, 방산·우주 사업 확대에 따라 생산과 개발 역량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연구개발 투자 역시 법인 단위로 집행된다. 분기보고서 연구개발 항목에서는 방산 전자 장비와 위성·우주 관련 기술을 주요 연구개발 과제로 제시하고 있으며, 관련 비용은 '매출원가 및 판매관리비에 반영된 금액'으로 명시돼 있다. 그룹 방산 전략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무관하게, 연구개발비와 설비 투자에 따른 재무적 부담은 한화시스템이 직접 부담하는 구조다.
방산 전자 사업 특성상 수주 이후 개발·시험·양산 단계가 길게 이어지는 만큼, 일정 지연이나 사업 구조 변화가 발생할 경우 실적 변동성 역시 법인 재무에 직접 반영될 수밖에 없다. 전략은 방산 밸류체인 단위로 통합돼 움직이지만, 실행 비용과 리스크는 개별 법인이 책임지는 구조가 한화시스템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한화에너지 지분 일부가 매각되며,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도 정리 국면에 들어섰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지배구조 교통정리와 함께 방산·조선 등 핵심 사업 투자 구조 역시 보다 단순한 형태로 재편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방산·조선 핵심 계열사를 중심으로 한 전략 운용 방식의 실행과 재무 부담은 법인 단위에 집중되는 구조다. 이에 대해 한화 측은 "변화하는 국내외 환경에 맞춰 능동적으로 대응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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