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우진, 배지원 기자] 한화에너지 기업공개(IPO)가 중복상장 논란으로 표류하자 주관사단이 해결사로 나섰다. 오너 일가 지분을 매입하면서 숨통을 틔워줬다. 단순한 상장 주관사를 넘어 재무 파트너 역할을 자처한 모습이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의 행보가 두드러진다. 종합투자계좌(IMA)와 발행어음을 위한 신규 투자처를 발굴해야 하는 한국투자증권과 승계 재원이 필요한 한화 삼형제의 이해관계가 합치된 결과로 풀이된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너지는 총 20%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이 각각 보유한 지분 5%와 15%다. 인수자는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투PE), 한국투자증권과 대신증권으로, 핵심 출자자(LP)로 참여했다. 이들은 인수금융 조달 없이 에쿼티 자금만으로 한투PE가 5000억원, 두 증권사가 6000억원 등 총 1조 1000억원 규모의 구주를 인수할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은 한화에너지의 상장 주관사이기도 하다. 한화에너지는 올해 초 IPO에 착수하면서 주관사단을 선정했다.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NH투자증권이 대표 주관사로, KB증권, 신한투자증권이 공동 주관사로 이름을 올렸다. 한화그룹과의 각별한 커버리지를 강점으로 가지고 있는 두 하우스는 주관 업무까지 맡았다. 주관을 맡은 증권사가 회사에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직접 현금까지 투입한 모양새다.
배경에는 상장 작업의 표류가 있다. 한화에너지는 당초 연내 IPO를 목표로 했으나 중복상장 논란에 부딪혔다. 공식적인 철회 선언은 없었지만 사실상 잠정 중단 상태다. 당분간은 재추진도 어렵다는 게 시장 중론이다. 모회사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걸림돌이다. 오너 일가 지분율이 100%인 한화에너지가 상장 후 몸집을 불려 지주사와 합병할 경우, 한화 삼형제의 지배력은 강화되지만 기존 주주 이익은 침해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과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불거졌던 합병 비율 산정 논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발목을 잡았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지분율이 높은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합병 비율을 조절하기 위해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를 변경했다는 의혹이 대두됐다. 이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이러한 선례 탓에 한화에너지를 향한 의구심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합병 의사가 없다는 회사 측의 해명에도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한화에너지의 상장 레이스가 멈추면서 한화 삼형제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당초 구주매출을 통해 막대한 증여세를 낼 재원을 마련할 예정이었지만 창구가 막혔다. 김동관 부회장, 김동원 사장, 김동선 부사장은 올해 초 김승연 회장으로부터 각각 4.86%, 3.23%, 3.23%의 한화 지분을 증여받았다. 부담하는 증여세액은 2218억원 안팎이다.
추후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을 중심으로 추가 지분 매각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최대주주인 김동관 사장의 그룹 후계자 입지를 공고히 하면서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은 현금을 확보해 맡고 있는 사업의 지배력을 높이는 데 쓰는 방식이다. 당초 한화에너지의 상장 과정에서도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의 구주매출이 포함될 것이라고 알려진 바 있다. 상장 레이스를 언제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현실적인 선택지다. IB 업계 관계자는 "한화에너지 IPO 논의가 멈춘 이후로 새로이 진행된 건 없다"며 "지금이 현금을 확보할 타이밍이라고 보고 지분을 매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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