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미국 해군 MRO(유지·보수·정비) 시장에서 국내 조선 빅2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각자도생 행보를 보이고 있다. 양사는 최근 미 해군의 MRO 사업 자격(MSRA)을 각각 취득하며 본격적으로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원팀' TF(태스크포스) 출범 취지와는 달리 각 사의 독립 전략이 두드러져 향후 비용 부담과 비효율적 경쟁 구도가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와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 업체가 한미 조선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TF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원팀' 구호와 달리 각 사의 독립적 전략과 경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사업 진출 준비와 일부 입찰 단계에서 협력 기조가 강조됐으나, 실제로는 각 사가 독자적인 전략으로 움직이고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신조(선박 건조) 사업은 해외시장에서 원팀으로 대응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MRO는 각자 진출하고 있다. 원팀 TF도 신조 사업을 염두에 둔 구성이지, MRO를 겨냥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화오션 측도 "MRO 사업은 원팀에 포함되지 않고, 실무에서는 각 사가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구조"라고 밝혔다.
이처럼 미국 해군 MRO 시장 공략을 둘러싸고 HD현대와 한화오션은 전략적 방향성에서 확연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HD현대는 미국 MRO 시장을 '선택적 진출'과 '수익성 극대화' 전략으로 접근한다. 자체 AI 기반 스마트정비 솔루션 등 기술 경쟁력과 대형 도크 자원을 무기로 내세우지만, 사업 비중과 전략적 무게는 신조사업에 뚜렷이 쏠려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MRO는 본질적으로 신조보다 매출 규모와 수익성이 현저히 낮다. 수주 자체도 레퍼런스 쌓기, 이력관리 차원"이라며 "실제투입 리소스 대비 수익이 크지 않아 도크 여력에 따라 선택적으로만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기자재 협업, 생산·공정 혁신 역시 도크 가동률 최적화와 연동돼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는 MRO 유지·보수 시장에서 2025년 내 최대 3척 수주를 목표로 전략적 선택, 도크 수익성, 특수선 일정을 종합 검토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반면 한화오션은 필리 조선소 인수 등 현지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며 적자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미국 시장 내 교두보를 적극적으로 넓히는 전략을 추진하는 모습이다. 필리조선소의 순자산은 올해 6월 기준 마이너스(–) 2149억원으로 자본잠식이다. 반기 기준 순손실 306억원으로 실적 측면에서도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화오션 측은 "필리조선소는 한화에서 인수 전 생산 지연으로 인한 손실이 발생한 부분이 있으나, 인수 완료 이후 한화의 지원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통해 실적 개선 시점 단축을 계획하고 있다"며 "최근 진수된 선박은 진수 시점을 5개월이나 단축한 바 있는 등 현재 생산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수익성 개선의 기반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한화오션은 미국 필리 조선소 인수 후 중장기 목표로 현재 연 1~1.5척에 머물던 선박 건조 능력을 연간 20척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도크 2개, 안벽 3개, 12만 평 규모의 블록 생산기지 신설 등 설비 투자를 통해 오는 2029년부터 중형 유조선 10척, LNG선 1척 이상을 본격 건조한다는 구체적 계획도 공개했다. 한화오션이 MRO 시장을 단순 하도급·정비가 아닌 시장 점유율 확대, 미국 내 협력 네트워크 장악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HD현대가 도크 수익성·신조사업 위주로 MRO를 제한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향후 시장 확대 시 점유율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관계자는 "동일 시장 내 양대 업체가 효율적 역할 분담 없이 점유율 경쟁만 강조할 경우 비용구조 악화·산업 체력 저하·출혈경쟁 등 다수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물류 효율성, 적정 도크 가동률, 중복투자 등 비용구조 리스크가 커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 의회에서는 지난해 연말 미 선적 상선을 10년 내 250척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한 '미국 조선 및 항만 인프라 번영과 안보를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시장조사업체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해군 함정 MRO 시장은 오는 2029년까지 636억2000만 달러(원화 약 92조1599억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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