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한화오션이 올해 미 해군 정비사업을 연속 수주하고, HD현대중공업도 첫 보급함 수주에 성공하면서 미 해군 MRO 사업 수주 실적을 놓고 K-조선 업체들이 점유율 경쟁을 펼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의 함정 확대 정책과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 환경 속에서 현지화와 공급망, 비용경쟁력 확보 등이 새로운 생존 과제라는 분석이다. 국내 업체들이 서로의 경쟁을 넘어 일본·싱가포르 등 글로벌 경쟁사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글로벌 시장에서 K-조선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해 연말 '미국 조선 및 항만 인프라 번영과 안보를 위한 법안'을 발의해 10년 내 선적 상선을 250척, 군함을 381척으로 확대하는 정책을 공식화했다. 이는 미국 내 MRO(함정 유지·보수·정비)와 신조 모두를 장기 전략시장으로 규정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의 전망에 따르면 글로벌 해군 함정 MRO 시장은 오는 2029년까지 636억2000만 달러(약 92조1599억원)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에 7조원대 투자 등 현지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지만, 자본잠식과 연속 적자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필리조선소는 현재 연 1~1.5척 수준의 건조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향후 도크와 생산설비 확충에 힘입어 연간 20척까지 확대를 목표로 한다. 그러나 투자 대비 생산성 개선이나 수익성 확보 등은 아직 검증 과정에 있다. 현재 필리조선소의 순자산은 마이너스(–) 2149억원, 반기 기준 순손실은 306억원으로 자본잠식과 연속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역시 AI·스마트정비, 대형 도크 등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MRO 시장에 진출했으나, 사업의 수익성과 매출 규모가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도크 가동률을 고려해 입찰을 제한적으로 진행하는 수익성 중심 전략은 전통적 신조 사업보다 시장 확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미 해군이 요구하는 현지화 인프라, 공급망 안정성 등에서는 성과가 제한적이다.
국내 빅2 기업들이 출혈경쟁까지 감수하며 미국 MRO 수주전을 벌이는 사이, 일본·싱가포르 등 글로벌 경쟁사들은 미 해군의 까다로운 기준, 현지 공급망 구축, 가격 경쟁력, 장기 신뢰 관계를 앞세워 미국 내 입지를 확실히 넓혀가고 있다. 현지화 비용, 인건비, 조달 체계에서 싱가포르·일본 경쟁사들의 우위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실제 올해 미 해군 MRO 수주전에서는 한국 빅2의 점유율 경쟁과 더불어 일본·싱가포르 등 해외 경쟁업체와의 격차가 뚜렷하게 부각됐다. 싱가포르, 일본 조선사들은 미국 해군의 정밀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현지 공급망·협력인프라, 가격 경쟁력, 인건비·조달 체계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올해 미 해군이 발주한 MRO 입찰에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나란히 참여했으나 싱가포르 해운사가 해당 정비사업 계약을 따내면서 양사 모두 수주에 실패한 것이 대표적인 예시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빅2가 현지화 역량·공급망 강화, 장단기 비용구조 관리, 본원의 경쟁력 강화 등 글로벌 경쟁 전략을 조속히 마련하지 않을 경우 산업 전체의 체력 약화와 비용 구조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 해군 MRO 입찰에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싱가포르 해운사에 밀린 원인은 현지 공급망 운영 경험과 가격 경쟁력에서 밀렸기 때문"이라며 "싱가포르 업체는 인건비·운영비, 조달 비용 등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입찰가를 제시했다. 반면 기존 미국 시장에 이미 교두보·인프라를 가진 싱가포르 기업과 달리, 초기 진입 및 운영에 더 많은 비용이 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조선 빅2가 기술력·생산역량 등 강점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 진입과 효율적 협력, 공급망 확보 등에서 제약에 부딪히고 있다"며 "글로벌 공급망 내에서 효율성, 지속가능성, 현지화 등 전략을 강화하지 않을 경우, 미국·아시아·유럽 주요 강자들과의 글로벌 격돌에서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