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500원까지 위협하며 1400원대가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새해 들어 고환율 기조가 지속한다면 우리 기업들의 경영전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수입 원재료 비중이 높은 내수형 기업과 수출 주도형 기업간 희비도 극명하게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딜사이트는 고환율이 산업계에 끼칠 영향과 대응책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김정희 기자] 해운업계가 고환율 효과에 힘입어 업황 부진의 파고를 넘는다. 공급 과잉 여파로 해상 운임이 주춤하고 있지만 환율 상승이 실적 하락을 상쇄할 견고한 방패막 역할을 해줄 것이란 분석이다.
국내 주요 해운사들은 전 세계를 무대로 사업을 전개하는 특성상 매출 인식과 주요 영업 비용 결제를 모두 달러로 진행한다. HMM·팬오션·대한해운 등 주요 선사들이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만큼, 환율 변동은 실적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다.
이에 따라 최근 1400원대 초중반대에 머무르고 있는 원달러 환율은 해운업계 수익성 방어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해운사들이 달러로 벌어들이는 수익을 원화로 환산해 매출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일 때 1000달러 규모의 운송 계약을 체결했다고 가정하면, 실제 대금을 정산해 매출로 인식하는 시점의 환율이 1450원으로 상승했다면 원화 기준 매출 규모가 확대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운임이 동일하더라도 환율 상승만으로 회계상 매출과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고환율에 따른 환차익 증대 효과는 이미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2025년 1~3분기 누적 기준 HMM의 외환거래이익(외환차익)은 58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81억원)과 비교해 100억원가량 늘었다. 팬오션의 외환차익은 지난해 3분기 180억원으로 전년(손실 514억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벌어들이는 돈과 지불하는 돈이 모두 달러여서 지금과 같은 고환율은 실적 개선에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며 "원화로 나가는 임금이나 임대료 등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한 자릿수에 불과해 환율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 또한 미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 증대 효과는 공급 과잉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해운사들의 실적 완충 역할을 할 전망이다. 현재 해운업계는 코로나19 당시 발주됐던 선박들이 지난해 말 대거 인도되면서 공급 과잉 국면에 접어들었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 둔화가 겹치며 수요까지 주춤한 상황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컨테이너선 수요는 2.1% 증가하는 반면, 공급은 3.5%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철광석·곡물 등을 운반하는 건화물선(벌크선) 역시 공급 우위 현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해진공은 최근 보고서에서 "수요 둔화와 공급 압박에 따른 수급 불균형으로 운임 하방 압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운임 지수도 하락세다. 컨테이너 운임지수를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26일 1656.32포인트(p)를 기록하며 2025년 6월 고점(2240.35p) 대비 26% 감소했다. 벌크선 시황 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는 이달 5일 1851p을 기록하며 지난달 최고치(2845p) 대비 34.9% 하락했다.
업황 부진에 따른 실적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MM의 지난해 4분기 매출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19.99% 감소한 2조5244억원으로 관측된다. 팬오션과 대한해운 역시 각각 14.87%, 18.66% 줄어든 1조4264억원, 3291억원의 매출을 실현할 것으로 점쳐진다.
시장 관계자는 "올해 해운업계는 세계 경기 둔화와 신조선 공급 과잉으로 시황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강달러 기조가 운임 하락분을 상쇄하며 실적의 하방을 지지해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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