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가상자산 2단계법 입법이 추진되면서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 및 기준을 향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까진 '가상자산의 신뢰·안정성 확보를 위해 컨소시엄 내 은행 지분이 과반을 넘어서야 한다'는 세부안이 유력하게 부상 중이다. 이에 대해 한편에선 '은행들의 비금융 투자를 제한하는 현행 은행법과 일부 충돌하고 디지털 혁신 전반을 저해한다'는 우려가 지속 제기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10일 제출을 목표로 '가상자산 2단계법' 세부안을 준비 중이다. 세부안에서 최대 쟁점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다. 금융당국은 발행구조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안정성에 중점을 둘 것이냐 혁신성에 중점을 둘 것이냐'를 두고 고심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은행 편중현상 견제…지분 30~40% 대안 부상
현재 논의의 중심은 발행 컨소시엄에서 은행이 어느 수준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가다. 현재까지 유력안은 '원화 가상자산의 안정성을 위해 기존 은행들이 과반 이상의 컨소시엄 지분을 차지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편에선 현행 은행법과 충돌로 인해 은행권 편중 현상이 심화할 경우 실질적인 발행·규제 전반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은행법 제37조에 따르면 은행은 의결권을 가진 비금융사 지분 15%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다. 금융·산업을 분리하는 금산분리 원칙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현행 법안을 유지한다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금융사로 분류되지 않는 이상 최소 4곳의 은행이 컨소시엄에 들어와야 하는 셈이다.
이에 일각에선 '컨소시엄 내 은행 지분을 30~40%대로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연쇄적인 법 개정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만큼, 지분 하한선을 확대해 은행 편중을 제도적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 컨소시엄 내 은행 지분을 20% 포인트 가량 줄인다면 참여 은행 수를 줄여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할 수 있다. 이러한 시각은 혁신 가능성을 향한 기대감으로 이어진다. 은행권 위주의 전통적 금융·통화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핀테크·빅테크 참여를 독려해 기술적 시너지를 적극 접목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가상자산 2단계법 관련 현안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는 "최근 '은행 지분 51% 이상 컨소시엄' 기준이 사실상 확실해진 것처럼 보도되고 있는데 실제 내부 논의 내용과는 일부 괴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이 과반 이상의 지분을 보유해야 할 경우 은행 4곳이 한 데 몰려 추후 업무나 의사 합치에 제한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가장 우려되는 부문"이라며 "이에 은행 지분을 30~40% 수준으로 낮추고 핀테크 등 참여를 넓히는 대안이 속속 제기되는 중"이라고 부연했다.
◆안정이냐 혁신이냐…자산 신뢰성 vs 기술 시너지
관건은 한국은행 등 기존 은행권과의 이견을 좁히는 데 있다. 한국은행은 10월 '스테이블코인 보고서'를 통해 ▲금산분리 훼손 ▲통화정책 무력화 ▲외화규제 우회 ▲디지털 뱅크런 등 7가지 리스크를 제시하며 은행권 중심의 컨소시엄 모델을 제안했다.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금융시스템 수준의 신뢰와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결국 기존 은행권 중심의 법안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요 은행권이 아니고선 새 금융체제를 도입할 만한 인프라나 자금 여력을 가진 대안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라며 "금융·통화 구조의 전환 여부가 달려있는 만큼 높은 신뢰성과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은행권 역할이 매우 막중하다"고 말했다.
이에 반대하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국내 핀테크·블록체인·유통 업체 등이 공정한 지분 분배에 나서야 기술 시너지가 극대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이 단순 기술 조력자를 넘어 핵심 주체로 자리 잡게 된다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글로벌 경쟁력도 빠른 속도로 반열에 오를 것이란 기대감도 작용한다. 이미 네이버·카카오 등 유수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온·온프라인 결제 인프라에 블록체인 역량을 더해 스테이블코인 유통 사업 등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블록체인 기업들이 모여 '스테이블코인 얼라이언스'를 공식 출범하며 본격적인 사업 기회를 탐색 중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보수적 기조를 유지 중인 한국은행 등을 고려해 '은행 지분 51%' 기준이 제시됐지만, 스테이블코인의 혁신성과 장래성을 고려하면 핀테크 업체 참여도가 대폭 확대돼야 한다는 게 정부·여당의 기조"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대형 핀테크 기업들은 스테이블코인 관련 사업을 위한 기술적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도 은행권의 영향력을 배제할 순 없지만, 이와 별개로 핀테크의 참여도와 기술 기여도는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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