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KB국민은행이 인도네시아법인 'KB뱅크'를 중심으로 현지 금융계열사를 통합 관리할 지주회사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도네시아 금융당국(OJK)의 규제 대응을 계기로 지주사 전환에 나서면서, 부코핀은행 인수 이후 이어온 체질 개선 단계를 넘어 수익화 국면으로 전환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최근 '인도네시아 지주회사 연결회계시스템 구축을 위한 IT 자원 구매' 제안요청서(RFP)를 재공고하고 사업자 선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번 사업은 단순 전산 고도화가 아니라 지주사 체제 전환을 전제로 한 핵심 인프라 구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달 20일 동일 조건의 공고를 냈으나 유찰됐다. 현재 입찰 참여 기업을 대상으로 기술 협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협상 결렬 시 3차 공고도 검토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연결재무제표 기반의 연결회계시스템 구축이다. 총 사업비는 약 29억9000만원 규모이며 구축 기간은 계약일로부터 11개월 이내다. 시스템통합(SI) 개발과 함께 서버·방화벽 등 하드웨어, 운영체제(OS)와 데이터베이스(DB) 소프트웨어까지 일괄 도입되며, 완성된 시스템은 인도네시아 KB뱅크 현지에 구축될 예정이다.
특히 해당 시스템은 현지 회계기준(PSAK)과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을 동시에 지원하고, 내부거래 상계·지분법 평가·비지배지분 조정 등의 기능을 포함한다. 이는 단순 회계 처리 기능을 넘어 계열사 재무를 통합 관리하고 자본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기반으로, 향후 수익성 중심 경영 전환의 핵심 인프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 지주사 설립 추진은 규제 대응 성격도 짙다. OJK는 '금융복합기업 및 금융지주회사' 규정을 통해 일정 규모 이상의 금융그룹에 대해 현지 중간지주회사 설립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사실상 KB금융의 지배구조 재편을 압박해왔다. 실제로 OJK는 지난해 12월 국민은행이 제출한 지주사 설립 계획에 대해 보완을 요구하며 거버넌스 통합을 주문한 바 있다. 이번 IT 인프라 구축 역시 이러한 규제 대응과 맞물린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현재 KB금융은 인도네시아에서 KB뱅크를 비롯해 KB증권·KB캐피탈·KB국민카드·KB데이타시스템(KBDS)·KB자산운용 등 7개 계열사를 운영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글로벌사업그룹 내 '인도네시아 지주회사 설립 실행 TFT'를 중심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으며, 지난달 KBDS를 중간지주회사로 세우고 나머지 계열사를 편입하는 구조의 수정안을 마련해 OJK에 제출한 상태다. 이는 금융 중심 지주가 아닌 '디지털·IT 기반 지주'라는 점에서 차별화된 전략으로 평가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주사 설립과 관련해 OJK에 승인 요청을 한 상태이며, 2027년 초 설립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KBDS는 그룹 내 글로벌 디지털·IT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조직으로, AI 기술 도입부터 시스템 구축·운영·컨설팅까지 담당하고 있다. 향후 인도네시아 지주사로 전환될 경우 단순 관리 기능을 넘어 계열사 간 데이터 통합과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주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움직임은 KB뱅크의 실적 개선 흐름과도 맞물린다. 국민은행은 2020년 부실 상태였던 부코핀은행(현 KB뱅크)을 인수한 이후 자산건전성 개선에 집중해왔지만, 초기에는 적자가 불가피했다. 실제로 KB뱅크는 2022년 8020억원, 2023년 2460억원, 2024년 360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지난해 순손실이 1029억원으로 크게 줄어들며 5년 만에 의미 있는 개선 흐름을 나타냈다.
그동안은 부실 정리와 건전성 회복에 초점을 맞춘 방어적 전략이었다면, 이제는 지주사 체제를 기반으로 한 계열사 통합과 영업 확대를 통해 성장으로 전환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즉 KB뱅크의 실적 개선과 맞물려 본격적인 수익 확대 모델로 무게가 이동하는 모습이다.
국민은행은 올해 KB뱅크 지점 7곳을 추가로 개설할 계획이다. 현재 점포망은 약 152개 수준이다. 지주사 설립과 맞물려 영업망 확대까지 병행되면서 인도네시아 시장 내 존재감을 빠르게 키우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인수 당시 해당 은행이 부실한 상태였던 만큼 초기에는 사업 확대보다 체질 개선에 집중해왔다"며 "현재는 주요 구조 개선 작업이 상당 부분 진척되면서 추가적인 적자나 부실 발생 가능성은 크게 낮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초 체력을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린 만큼 이제는 본격적인 사업 확대 단계로 전환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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