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데브시스터즈가 조직에는 긴축을 요구하면서도 창업진의 지배력과 조달 재량은 놓지 않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데브시스터즈는 상법 개정 직전에는 자사주를 활용한 교환사채(EB)를 찍었으며 이후에는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사유를 넓히는 정관 변경까지 단행했다. 이에 더해 비상경영과 직원대상 희망퇴직을 선언한 뒤에도 창업진은 이사회 공동의장 자리를 유지했고 고액 보수도 이어지고 있다.
IT 업계 전반에서 ESG와 지배구조 기준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데브시스터즈의 사례가 현 정부의 정책과 간극을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업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이재명 정부가 노동존중, 자본시장 혁신, 주주가치 제고를 기업 정책의 핵심 기조로 내세우고 있고, 이 상황에서 이를 전면적으로 역행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상법 개정 전 자사주 EB로 먼저 실탄 확보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데브시스터즈는 2025년 9월22일 이사회에서 394억원 규모 EB 발행을 결의했다. 교환 대상은 회사가 보유한 자기주식 63만8376주로, 전체 발행주식의 5.23%다. 회사는 운영자금 조달 목적이라고 설명했지만 시점상 2026년 3월 시행된 개정 상법으로 자기주식 활용 규제가 강화되기 직전 자사주를 활용한 자금 조달이 이뤄진 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공시 조건도 이런 해석에 힘을 보탠다. 데브시스터즈는 발행일로부터 24개월 안에 자기주식 소각 의무를 부여하는 법령이 시행될 경우 회사가 인수인에게 중도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설정했다. 제도 변화 가능성을 사전에 염두에 두고 안전장치를 마련한 구조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위원회가 개정 상법에 맞춰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와 자기주식 대상 EB 관련 규정 정비를 추진하는 흐름과 맞물려 보면 이번 발행은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제도 변화 이전에 활용 가능한 조달 수단을 택한 것 아니냐는 시각으로도 읽힌다.
이후 데브시스터즈는 2026년 3월 정기주총에서 CB·BW 발행 사유에 '긴급한 자금 조달'과 '전략적 제휴'를 추가하는 정관 변경을 단행했다. 표면적으로는 제도 정비 성격을 띠지만 시장에서는 이사회가 CB·BW 발행을 정당화할 수 있는 재량이 오히려 넓어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개정 상법 시행 전에는 자사주 EB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시행 후에는 CB·BW 정관을 손봐 대체 조달 통로를 열어둔 흐름이다. 조달 형식은 바뀌었지만 자본시장을 통한 시장과의 접점을 유지할 유연성은 놓치지 않으려 한 셈이다.
◆마이쿠키런 실패와 희망퇴직…노동 문제는 거버넌스로 번졌다
이 사안이 더 날카롭게 읽히는 배경에는 거버넌스 문제도 있다는 분석이다. 데브시스터즈는 쿠키런 IP 외연 확장 실험의 하나였던 마이쿠키런에서 2022년 영업손실 86억원, 순손실 64억원을 기록했고, 2023년 1월 사업을 중단했다. 그 과정에서는 정직원 40여 명을 둘러싼 이른바 '당일 해고' 논란이 불거졌다. 회사는 해고 통보가 아니라 부서 이동을 위한 면담 절차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무리한 IP 확장 실패가 조직 내부 충격으로 이어졌다는 점은 남았다.
이후 회사는 2023년 11월 비상경영 체제와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당시 이지훈·김종흔 공동대표는 무보수 책임경영을 내세웠다. 그러나 2024년 1월 조길현 대표 체제가 출범한 뒤에도 두 사람은 이사회 공동의장으로 남았다. 2026년 정기주총 공시에도 두 사람은 여전히 공동의장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대표 직함은 내려놨지만 회사 안의 핵심 의사결정 축을 유지한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보수 문제까지 겹치면서 비판은 더 커졌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조길현 대표는 10억원, 이지훈 공동의장은 6억원, 김종흔 공동의장은 스톡옵션 행사이익 26억원을 포함해 31억원을 수령했다. 문제는 같은 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62억원으로 77.2% 줄었다는 점이다. 직원들은 비상경영과 희망퇴직이라는 부담을 떠안았음에도 창업진은 자리와 보상을 함께 유지했다는 지적이다.
◆공동의장 2인 체제…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주주 부담
데브시스터즈는 창업진 2명이 이사회 공동의장을 맡는 구조로 국내 상장사 일반 형태와는 거리가 있다는 시각이다. 겉으로는 권한 분산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책임 소재를 흐리고 의사결정 구조를 더 불투명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표 체제는 바뀌었지만 창업진은 공동의장으로 남아 핵심 축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책임경영보다 책임 분산에 가깝게 읽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SG 관점에서도 논란은 피하기 어렵다. 지배구조 평가는 창업진의 이사회 장악력, 경영진 보수의 성과 연동성, 소수주주 보호 장치 등을 핵심 기준으로 본다. 데브시스터즈는 희망퇴직과 비상경영 국면에서도 창업진이 공동의장으로 잔류했고 실적이 꺾인 해에도 고액 보수가 이어졌다는 점에서 이 기준들 어디에서도 자유롭기 어렵다. 소액주주들의 행동주의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것도 결국 이 같은 불투명한 지배구조에 대한 시장 반응으로 읽힌다.
이에 대해 데브시스터즈 측은 "이지훈, 김종흔 전 공동대표는 2023년 11월 비상경영 체제 당시 무보수 근무 진행했고, 2024년 당시 임원 보수 현황 기재 내역 없다"며 "현재는 이사회 공동 의장으로서 회사 소유 및 경영 분리를 통한 이사회 독립성 강화와 관계사 관리, 산업 네트워크 기반의 비즈니스 기회 창출 등 각각의 인사이트에 기반해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컴투스가 데브시스터즈의 주요 주주라는 점도 변수다. 데브시스터즈 거버넌스 논란이 길어질 경우 컴투스의 투자자산 평가와 주주가치에도 부담으로 번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B 선제 발행, CB·BW 정관 손질, 공동의장 이중 체제, 실적 부진 속 고액 보수가 한 줄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데브시스터즈의 일련의 행보는 노동존중, 자본시장 혁신, 주주가치 제고라는 정부의 세 가지 기업 정책 기조 모두와 엇박자를 낸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IT·게임 업계 전반의 ESG와 지배구조 기준이 높아지는 국면에서 이 회사의 선택이 업계 전체에 부정적 선례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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