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녕찬 기자] 기초화학물질·내화물 등 후방산업 관련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후성그룹이 잇따라 자사주 처분에 나서며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룹의 모체인 한국내화를 비롯해 퍼스텍·후성 등 주요 계열사들이 보유 자사주 전량을 내놓으며 내부 지배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자사주 의무소각 규제를 앞둔 선제 대응으로 풀이되지만, 주주환원보다는 지배력 강화에 무게가 실린다는 평가도 나온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내화물(고온·고열에 견디는 비금속 재료)을 제조판매하는 코스피 상장사 '한국내화'는 계열사 한텍과 자사주 교환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내화가 보유한 자사주 562만9960주(전체 주식의 13.17%)와 한텍 주식 26만5758주를 맞교환하는 거래다. 거래 금액은 약 124억원으로, 오는 12월 1일 본계약 체결 시점의 주가에 따라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이번 맞교환에 나선 자사주는 한국내화가 보유한 전량으로, 거래가 완료되면 모두 처분된다. 자사주 소각 대신 계열사 간 교환을 택한 만큼, 내부 지분 구조를 재편하려는 의도가 짙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내화뿐 아니라 후성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도 잇따라 자사주를 처분했다. 방위산업을 영위하는 코스피 상장사 '퍼스텍'은 지난달 31일 보유 중이던 자사주 17만7101주 전량을 지주사격 회사인 후성홀딩스에 처분했다. 화학소재 전문기업 후성도 같은 날 자사주 94주를 후성홀딩스에 넘겼다. 결과적으로 후성그룹 내 상장사 4곳의 자사주는 모두 없어지게 됐다.
이 같은 움직임은 자사주 의무소각제를 담은 상법 개정안이 연내 통과될 가능성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기업들은 자사주를 장기간 보유하거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하기 어려워진다. 일부 기업들이 자사주를 교환사채(EB) 발행 등으로 우회 활용하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이를 규제 회피로 보고 엄격히 제한하는 추세다.
후성그룹은 자사주 소각이나 EB 발행 대신 계열사 간 주식 교환을 택했다. 전체 주식의 13%에 달하는 자사주 처분에 나선 한국내화는 한텍과의 시너지를 강조했지만,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대규모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카드를 한국내화가 외면한 셈이다. 자사주를 제3자에 처분하면 발행주식총수가 늘어나 지분가치 희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계열사들이 자사주 강제소각을 당하기 전에 서둘러 자사주를 처분한 것으로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이번 조치가 주주환원보다는 내부 지배력 강화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후성홀딩스와 후성 중심의 그룹 지배체제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실제 후성그룹의 지주사격 회사 후성홀딩스와 주요 계열사 후성의 최대주주는 창업주 2세 김용민 부회장이다. 이번 자사주 처분으로 김 부회장의 그룹 내 지배력이 한층 공고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후성홀딩스 관계자는 "공시사항 외 답변 드릴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한국내화 및 후성에도 관련 문의를 하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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