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SK그룹이 30일 단행한 2026년 사장단 인사는 '현장 중심·문제 해결형 리더십'으로 요약된다. 리밸런싱(사업 구조 재편)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미래 성장축으로 떠오른 인공지능(AI) 전환에 힘을 싣기 위해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실무형 인사를 전진 배치했다. 그룹 안팎에서는 실행력과 전문성을 겸비한 인재를 중용, 변화 대응력을 높이려는 전략적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 SK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현장·연구개발(R&D)형 리더들의 약진이다. 지주사 SK에서는 사업개발과 재무 분야를 두루 경험한 강동수 PM부문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장용호 대표(사장)와 함께 그룹의 전반적인 사업체질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을 이끌며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속도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강 사장은 그룹 내 주요 계열사에서 사업개발과 포트폴리오 전략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온 실무형 리더다. 그는 그룹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와 SK에너지, SK이노베이션 등에서 경영기획과 플랫폼 구축을 주도하며 실행력과 기획력을 입증받았다는 평가다. 올해부터는 SK의 PM부문장으로 활동하며 그룹의 미래 사업 구상과 재무 안정화에 기여했다.
SK온은 소재·제조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이용욱 SK실트론 대표를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그는 이석희 사장과 함께 배터리 사업의 기술 경쟁력 강화와 생산 효율 제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SK텔레콤은 정재헌 최고거버넌스책임자(CGO)를 새 사장으로 임명하며 4년 만에 수장을 교체했다. 이는 올 상반기 발생한 대규모 유심 해킹 사태의 여파로 풀이된다. 아울러 SK텔레콤은 AI와 통신 두 분야를 각각 중점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조직을 '통신 CIC(사내회사)'와 'AI CIC' 체계로 재편, 통신 CIC장에는 한명진 SK스퀘어 대표(사장)를 보임했다.
이 밖에도 각 계열사에서 현장 경험과 기술 전문성을 갖춘 실무형 인재들이 대거 중용됐다. 이번 인사에서 사장 승진자는 총 11명에 달한다. 반면 부회장단 인사 폭은 최소화됐다. 이형희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2021년 이후 4년 만에 부회장 승진자가 나왔다. 당초 재계 안팎에서는 SK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을 겸임 중인 장용호 사장과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세계 1위인 SK하이닉스의 성장을 이끈 곽노정 사장의 부회장 승진 가능성이 점쳐졌다.
수펙스추구협의회 내에 'AI위원회'가 새롭게 신설된 점도 주목된다. 초대 위원장에는 유영상 전 SK텔레콤 사장이 선임됐으며, 이로써 반도체, ICT 등 기존 8개 체제였던 위원회는 9개로 확대됐다. AI위원회는 그룹 차원의 AI 전략 수립과 투자 방향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각 계열사에 분산돼 있던 AI 인프라, 데이터, 서비스 역량을 하나로 통합해 반도체·통신·에너지 등 주요 사업 영역을 아우르는 'SK식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관측된다.
SK그룹은 매년 'AI 서밋'을 개최할 정도로 AI 분야에 대한 그룹 차원의 관심을 뚜렷하게 드러내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평소 내부 구성원들에게 'AI 일상화'를 강조하며, 계열사 전반에 AI 기술 내재화를 주문해왔다. 특히 이날 최 회장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가 열리는 경주에서 SK그룹과 엔비디아 간 전략적 협력 계획을 발표하며 "SK그룹은 엔비디아와 함께 AI를 국내 산업 혁신의 엔진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다음 달 말 또는 12월 초쯤 발표될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에서 최 회장의 의중이 보다 명확히 드러날 것"이라며 "그룹의 전략적 중점이 어디에 놓일지 살펴볼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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