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태민 기자] 넥슨이 오프라인 행사 영역을 공격적으로 넓히고 있다. 게임 속 세계관을 현실로 옮겨 브랜드 경험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최근 추진 중인 행사 내용을 살펴보면 '쩐의 전쟁'을 방불케 할 만한 대형 이벤트에 집중돼 눈길을 끈다. 영업비용 증가를 감수하고 이 같은 행보를 펼치는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지난 9월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축구 이벤트 '아이콘 매치'를 진행한 데 이어 이달 서울 강남역 인근에 상설 PC방 '메이플 아지트'를 오픈했다. 아이콘 매치는 자사 축구 게임 'FC 온라인' 지식재산(IP)을, 메이플 아지트는 '메이플스토리' IP를 활용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막대한 마케팅비용이다. '아이콘 매치'의 경우, 국내외 레전드급 선수들을 직접 섭외하는 비용만 100억원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아르센 벵거·라파엘 베니테스 등 유명 감독들에 대한 영입비용이 더해졌다. 의전 및 구장 대여료, 마케팅비까지 합치면 2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당초 올해 아이콘 매치 개최 여부도 미지수였다. 행사 규모가 크고, 준비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던 탓이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처음 아이콘 매치를 추진할 당시 역대급 예산이 투입되면서 재정적 부담 또한 만만찮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넥슨의 마케팅비 증감 추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넥슨재팬의 2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마케팅비는 107억7000만엔(한화 약 1012억원)으로 전년(102억4600만엔·약 966억원)보다 5%가량 상승했다. 넥슨은 이에 대해 FC 온라인 및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모바일 등에 대한 프로모션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역 상설 PC방 '메이플 아지트' 또한 수익성 측면에서 녹록지 않다. 월 임대료는 높지만, 시간당 이용료는 2000~3000원대로 일반 PC방과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서울 강남대로 인근 중대형 상가 임대료는 제곱미터(㎡)당 12만2000원 수준이다. 메이플 아지트의 연면적이 약 200평인 데다 1층에 입주해 있음을 감안하면, 월 임대료는 7000~8000만원 선으로 추정된다. 인건비와 유지보수, 시설관리비 등 부대비용이 더해지면 월 운영비용은 1억원대까지 치솟는다.
게임 시장의 중심이 모바일로 이동하면서 PC방 폐업률이 증가하고 있는 점도 수익성 측면에선 부정적이다. 국세통계포털(TASIS)에 따르면 전국 PC방 수는 ▲2019년 1만1801개 ▲2020년 9970개 ▲2021년 9265개 ▲2022년 8485개 ▲2023년 7773개 ▲2024년 7243개로 감소세다. 2025년 8월 기준으로는 6983개로 더 줄었다.
전반적으로 마케팅비와 부대비용은 늘어나는데 수익은 감소하는 구조로, 넥슨으로선 자칫 손실이 커질 수 있는 대목이다. 넥슨재팬은 올해 3분기 마케팅비가 전년 동기보다 약 3.1%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영업익은 전년(515억엔·한화 4672억원)보다 약 20% 감소한 412억엔(3892억원)으로 예측했다.
그럼에도 이 같은 행보를 펼치는 이유는 브랜드 충성도 제고 및 이용자 저변 확대다. FC 온라인과 메이플스토리는 던전 앤 파이터와 함께 넥슨이 추진 중인 미래 성장 전략 중 '종(縱)적 확장'의 핵심 축을 담당한다. 이는 기존 블록버스터급 IP의 장르·플랫폼을 다각화해 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3개 IP가 넥슨의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합산 74%로 전해진다. 개별 IP별로는 약 20~23% 정도의 비중을 차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비스한 지 20년 이상 된 IP들인 만큼 기존 이용자층을 얼마나 견고하게 묶는 지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동일한 IP를 다른 방식으로, 더 깊이 있게 소비토록 유도해 체류 시간을 늘리는 게 핵심이다.
넥슨은 그동안 팝업·게임쇼 등 이벤트를 다수 진행해 왔지만, 단발성에 머무르면서 이용자층 확대 과정에 한계를 겪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아이콘 매치'와 '메이플 아지트'는 온·오프라인 간 연계 정도를 높이기 위한 장치로 분석된다. 기존 이용자들의 몰입감을 이끌어내 충성고객화하는 한편, 대중이 게임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신규 이용자로 유입시킨다는 전략이다.
재무적 측면에서 남은 과제는 비용 투입 효과를 증명하는 것이다. 넥슨의 게임 이용자 연령대는 10~40대까지 폭넓게 형성돼 있으나, 핵심 이용자층인 30·40대에 좀 더 편중돼 있는 게 사실이다. 이용자층을 넓히는 작업과 함께 매출 상승이 수반된다면 새로운 수익모델(BM)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성과 지표가 수익성으로 직결되는 만큼 이점도 많지만 리스크도 적지 않은 전략"이라며 "게임 IP에 대한 브랜드 경험이 강화됐다는 지표가 나타난다면 BM 측면에서 벤치마킹 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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