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준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통한 달러 패권 야욕을 드러냈다. 스테이블코인 'USD1'을 발행하고 디파이(DeFi) 프로젝트 'World Liberty Financial(WLFI)'를 내세워 달러 디지털 금융을 본격화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WLFI는 아직 트럼프 대통령 '밈코인' 성격의 매수세에 그치며 아직 제대로 된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미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빗썸·코인원에 상장된 만큼 1000억개 WIFI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진정성을 입증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자체 자금 조달 창구 확보, 달러 위상 강화 포석
WLFI는 트럼프家의 디지털 금융 회사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이 발행한 가상자산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달러의 활용처를 넓히고 글로벌 기축 통화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백서에 따르면 은행 등 중개자 없이 달러가 P2P 형식의 거래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WLFI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다. 이를 위해 미국 기반 탈중앙화 플랫폼 'WLFI 프로토콜'을 개발하고 있다.
트럼프家가 디파이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는 독자적인 금융 시스템을 확보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 트럼프 차남 '에릭 트럼프'는 지난 9일 UDC 2025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고립됐을 당시 JP모건, BOA(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미국 금융권으로부터 정치적 제재와 보복을 당했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 소외되자 탈중앙화 방식의 자금 조달 수단이 필요해졌고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디파이 플랫폼을 원활히 운영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상당수 WLFI 보유자가 필요하다. 결제 수단으로 USD1을 발행했지만 USDT(테더), USDC(유에스디코인) 등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시장을 선점했다.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브랜드를 내세워 대규모 이용자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트럼프家는 미국 가상자산 정책을 진두지휘하는 트럼프의 상징성에 USD1 점유율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WLFI의 흥행으로 트럼프家가 조달한 금액만 우리 돈으로 약 7조원이다.
WLFI 프로토콜은 스테이블코인 같은 비증권성 가상자산과 웹3 지갑 서비스로 대출, 자산 담보 서비스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트럼프'의 세계적 영향력과 인지도를 활용해 최대한 많은 웹2 사용자를 웹3 생태계로 유치한다. 법정화폐가 역할을 하지 못하는 초인플레이션 발생 국가에서도 디파이 플랫폼과 USD1을 통해 금융 서비스를 지원하고 달러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다.
◆국내 홀더 다수 존재, 1000억개 수요 부진 시 폭락 불가피
WLFI는 지난 1일 글로벌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에 동시 상장됐다. 업비트·빗썸·코인원 등 국내 거래소에도 이름을 올렸다. 코인은 트럼프의 영향력을 앞세워 밈코인 성격의 주목을 받았다. 상장 당일 한 시간 만에 10억달러(1조4000억원)가 모였다. 코인마켓캡 기준 최근 24시간 거래량은 9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프로젝트가 백서에서 밝힌 청사진에 그치지 않고 실제 사업성을 증명해야 하는 이유다. 트럼프 브랜드를 활용해 유동성을 손쉽게 확보했으나 이후 WLFI 시세는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사업이 제대로 시작되기 전에 에릭 트럼프는 WLFI 관계사 이사회에서 배제됐다. 외신에 따르면 에릭 트럼프는 최근 '알트5 시그마' 이사회에서 해임됐다. 알트5 시그마는 지난 8월 WLFI를 15억달러(2조1000억원) 규모 비축한 월드리버티파이낸셜 관계사다. 자세한 해임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나스닥 지배구조 관련 규정을 어긴 것으로 알려졌다.
과도한 발행량도 문제다. WLFI 최대 발행량은 무려 1000억개다. 통상 가상자산 프로젝트가 최대 발행량을 10억~100억개로 한정하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현재 유통되는 물량은 25%정도인 246억개다. 트럼프 인지도를 고려해 유동성을 높게 잡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명확한 비전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해당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현재 WLFI는 최고가 대비 약 56% 하락한 27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시장에 WLFI가 초과공급되면 지금보다 더 가파른 하락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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