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건혁 기자] 금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시중은행의 골드뱅킹 계좌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불확실한 대외 환경과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겹치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된 영향이다. 이미 올해 8개월 동안의 성장세가 지난해 전체를 뛰어넘으며 은행권도 관련 상품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에선 당분간 금값 상승과 골드뱅킹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은행의 골드뱅킹 계좌 수는 이달 22일 기준 29만8524좌로 집계됐다. 작년 말(27만2125좌)보다 2만6399좌 늘어난 수치로, 지난해 1년간 증가분(2만1180좌)을 이미 넘어섰다. 특히 올해 2월에는 한 달 새 6917좌가 늘어나며 2023년 전체 증가분(6686좌)을 웃돌았다.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은행별로 보면, 같은 기간 신한은행의 골드뱅킹 계좌 수는 16만5276좌에서 17만4437좌로 5.5% 증가했다. 신한은행은 시중은행 골드뱅킹 계좌 수의 58.4%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7만8771좌에서 9만2795좌로 17.8% 늘었고, 우리은행도 11.4% 증가한 3만1292좌를 기록했다.
계좌 증가만큼 잔액도 크게 늘었다. 신한·KB국민·우리은행 등 국내 시중은행 3곳의 골드뱅킹 잔액은 이달 22일 기준 1조407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서만 2883억원 증가한 것으로 지난해 연간 증가액(2193억원)을 넘어선 셈이다. 특히 지난 7월부터는 잔액이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하나은행은 골드뱅킹 상품을 내놓지 않았지만, 금 투자 흐름에 맞춰 신탁 상품을 출시하며 수요 흡수에 나섰다. 이 상품은 고객이 맡긴 금을 하나은행이 운용해 그 수익을 고객이 돌려받는 방식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최근 금 투자 관심이 커지면서 신규 고객도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업게에서는 금값 상승세가 골드뱅킹 성장의 핵심 배경으로 꼽는다. 2023년만 해도 그램(g)당 8만원 수준이던 금 가격은 지난해 1분기 10만원을 돌파한 뒤 올해 2월 16만원대까지 치솟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정책 불확실성이 안전자산 선호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향후에도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에서는 6월 들어 증시에 대한 기대감으로 골드뱅킹 성장세가 잠시 둔화됐지만 코스피가 3200대를 찍고 하락세를 보이며 투자자들이 금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은 이자가 없어서 금리가 낮아질수록 투자 매력이 높아진다. 실제로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잭슨홀 미팅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자, 금값은 14만원대에서 15만원대로 올라섰다.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진 만큼 금값의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값 상승에 연이은 호재가 들리면서 은행들도 시장에 발맞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들어 금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은행들도 시장 선점을 위해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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