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네이버가 'K-AI' 정예팀 5곳 중 유일하게 AI 기술 개발부터 서비스 구현까지 전 과정을 자체 수행하는 풀스택 역량을 앞세워 글로벌 AI 대중화에 나선다. 국내외 실사용 사례에서 입증된 실행력과 다년간의 초거대언어모델(LLM) 독자 개발 경험, 그리고 한국어 특화 AI 경쟁력이 이번 선정의 결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최근 출시한 '하이퍼클로바X'가 2002년 공개한 모델 대비 성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네이버 내부 사업 구조상 기존 주력 사업을 잠식할 수 있는 '이노베이터 딜라마'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전문가들은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이 네이버 출신이라 K-AI에 선정됐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기 위해서는 모델 성능 향상과 내부 구조적 제약을 극복해야한다는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클라우드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K-AI) 정예 5개 주관 사업자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네이버를 비롯해 트웰브랩스, KAIST·서울대·포항공대·고려대·한양대 등이 참여한다.
네이버는 ▲AI 풀스택 역량 ▲대규모 모델 독자 개발 경험 ▲다양한 상용화 실적 ▲전 국민 AI 접근성 확대 계획 ▲AI 윤리·안전성 고려를 강점으로 평가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LLM 개발을 선도하며 자체 모델을 검색·쇼핑·공공 서비스 등 전방위에 적용한 점이 경쟁사와의 뚜렷한 차별점이다.
이재성 중앙대 AI학과 교수는 "네이버는 예전부터 꾸준히 AI를 해왔다"며 "데이터 측면에서 강점이 뚜렷하기 때문에 이번 컨소시엄 합류는 당연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빅테크와 달리 네이버는 한국어 특화 모델과 실제 서비스 적용을 동시에 해온 경험이 강점"이라며 "하이퍼클로바X를 비롯해 다양한 산업·공공 서비스에 AI를 직접 적용해 본 사례가 많아 K-AI 프로젝트에서도 실효성 있는 결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네이버클라우드 정예팀의 과제명은 '범국민 AI 접근성 확대를 위한 옴니 파운데이션 모델 원천기술 연구개발'이다. 옴니모달은 이미지·음성 등 이종 데이터를 인식하는 멀티모달보다 확장된 개념으로, 비디오 데이터까지 통합 이해하는 AI를 뜻한다. 이를 기반으로 산업·공공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용 가능한 완성형 멀티모달 AI를 구현하고 국민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AI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 AI 개인비서(에이전트) 개발·등록·유통이 가능한 'AI 에이전트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해 산업별 특화 솔루션 상용화도 추진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이번 선정은 오랜 기간 AI 자체 기술에 투자해 온 결실"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해외 대형언어모델이 구현하기 어려운 섬세한 한국어 뉘앙스와 문화적 맥락을 반영하는 AI 개발에 주력해 왔다. 지난 6월에는 한국어·영어 고품질 데이터 6조 토큰을 자체 파이프라인으로 정제·학습시킨 '하이퍼클로바X 씽크(HyperCLOVA X THINK)'를 공개했다. 한국어 데이터 비중은 GPT-4 대비 약 6500배 많아 국내 언어 환경에 최적화됐다.
성능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했다. 하이퍼클로바X 씽크는 STEM 분야뿐 아니라 언어 이해력도 강화돼 서울대 언어학과의 한국어 성능 벤치마크 'KoBALT-700'에서 동급 규모의 글로벌 최고 수준 오픈소스 모델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또 '해례(HAERAE)-Bench'에서도 국내외 주요 오픈소스·추론 특화 모델을 모두 앞섰다.
네이버는 AI 개발에 필수적인 데이터센터도 보유하고 있다. 2013년 '각 춘천'과 2023년 '각 세종' 등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총 60만 유닛 이상 서버를 수용할 수 있는 인프라도 보유하고 있다. 특히 '각 세종'은 고연산 GPU 클러스터 운영에 최적화된 구조로 로봇 자동화·자율주행 설비·자체 개발 공조 시스템 등을 적용해 운영 효율성을 높였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이를 기반으로 엔비디아 H100 GPU 1024장을 정부에 임차 제공할 예정이며 1조4600억원 규모의 'GPU 확보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하이퍼클로바X는 프롬 스크래치 방식으로 개발된 초거대 언어모델로, 데이터센터·클라우드 인프라·AI 플랫폼·애플리케이션·서비스까지 직접 구축·운영하는 풀스택 기반 위에서 빠르게 실서비스에 적용된다. 현재 검색·쇼핑·콘텐츠 큐레이션은 물론, 전국 지자체 절반 이상이 도입한 '클로바 케어콜' 등 사회 서비스에도 활용되고 있다.
B2B 시장 확산도 빠르다. 한국은행은 금융경제 특화 AI를,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 운전 경험 기반 맞춤형 AI를 개발 중이며, 현대차그룹과는 차량용 음성 AI 에이전트를 공동 개발한다. 일본·태국·사우디 등과는 디지털 트윈 구축, 관광 특화 AI, 합작법인 설립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최 대표는 "여러 국가에서 관련 사업이 나올 것"이라며 "자체 AI 인프라·LLM·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사우디·동남아 국가들의 수요에도 대응할 수 있는 사업자가 됐다"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멀티모달 추론 기술 고도화와 윤리·신뢰성 기준 정립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최 대표는 "네이버가 AI 기술과 독보적인 데이터 역량을 갖췄지만 소버린 AI 전략에서 모든 것을 혼자 할 수는 없다"며 "국가 LLM 스펙 구현에 도움이 되는 생태계가 있다면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네이버 AI 전략이 구조적인 제약에 부딪힐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경전 경희대 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는 "네이버는 GPT-3 공개 직후인 2021년 8월 '하이퍼클로바'를 개발해 2022년 8월에 공개했고 당시만 해도 세계 2~3위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며 "하지만 2023년 8월 출시된 '하이퍼클로바X'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능으로 이용 확산이 더뎠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결국 네이버가 K-AI 프로젝트에서 성과를 내려면 기술력뿐 아니라 내부 구조적 제약을 풀고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을 확립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만큼 협력 생태계와 상용화 전략이 제대로 맞물릴 수 있을지가 향후 성패를 가를 열쇠가 될 전망이다.
이 교수는 "네이버 내부 사업 구조상 AI 답변 이용이 늘면 주력인 키워드 검색광고 매출과 충돌하는 '이노베이터 딜레마'에 해당해 사업 추진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며 "이 때문에 AI 사업은 본체와 분리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노베이터 딜레마란 기존 주력 사업을 잠식할 수 있는 혁신을 기업이 스스로 주저하게 되는 경영 딜레마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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