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오는 10월부터 가동되는 '배드뱅크(장기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의 출연금 4000억원을 둘러싸고 금융권 내 분담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업권 간 자율 조정을 주문했지만, 은행을 비롯한 각 협회 간 이견이 커 합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은행권에서는 부실채권 규모를 감안해 은행들의 분담 규모를 더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 역시 이자이익으로 막대한 실적을 거둔 은행권을 중심으로 배드뱅크 출연금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선 업권별 분담금 비중과 관련해 빠르게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면 금융당국이 직접 개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 생명·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등 각 업권별 협회는 배드뱅크 출연금 분담 비율을 놓고 이달부터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출연금 납입 마감일인 8월 말 전까지 합의가 이뤄져야 하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의 부실자산 정리를 돕기 위한 배드뱅크 설립 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약 16조원의 장기소액 연체액을 탕감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배드뱅크 설립 재원 8000억원 가운데 절반인 4000억원을 금융권이 부담하도록 했다.
금융위는 당초 금융권 분담금 전체를 은행권이 분담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은행권의 강한 반발로 2금융권도 일부 분담하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하지만 이마저 은행권이 동의하지 않으면서 결국 업권 간 자율 협의를 통해 분담 비율을 정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분담 비중을 놓고 은행연합회에서 강하게 반대하자 금융위가 업권끼리 비중을 협의해서 가져오는 쪽으로 (금융위가) 지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은 배드뱅크가 매입·소각할 부실채권 대부분이 2금융권에 몰려 있다는 점을 들어 자신들의 분담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금융위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장기소액 연체채권 약 16조3613억원 중 은행 보유분은 1조864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카드사(1조6842억원), 보험(7648억원), 상호금융(5400억원), 저축은행(4654억원), 캐피탈(2764억원) 등 2금융권의 채권 보유 비중이 훨씬 크다. 매입 채권 기준은 5000만원 이하 7년 이상 연체 채권이다.
다만 업계 전반에서는 이같은 규모에 따라 분담 비중을 정하는 것은 현실 상황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드사 등 2금융권 전반이 경기침체 여파에 부진을 지속하는 만큼 분담을 확대할 여력 자체가 많지 않아서다. 금융당국 역시 연체채권 규모 보다는 업권별 수익 규모를 감안해 분담 비중이 정해져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판단의 바탕에는 은행들이 그간 이자장사를 통한 손쉬운 수익내기에 집중해왔다는 새정부의 시각이 담겨져 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도 28일 열린 생산적 금융 확대 관련 금융협회장 간담회에서 "그간 금융권이 부동산 금융과 담보·보증 대출에 의존하고 손쉬운 이자장사에 매달려왔다는 국민의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며 은행권 역할론을 강조했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의 이자이익 확대는 지속되는 분위기다. 올해 상반기 기준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의 이자이익 규모는 17조4228억원에 이른다. 국민은행이 5조204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하나은행(3조9003억원), 우리은행(3조8530억원)도 4조원에 육박했다.
업계 일각에선 자체 논의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은행권 비중이 충분치 않을 경우 금융당국에서 또다시 비중을 재설정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은행권이 추가 상생금융 정책에 맞춰 분담 비중을 확대하는 쪽으로 나갈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은행들이 부실 없이 앉아서 돈을 벌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주된 생각"이라며 "자체 논의를 해오라고 했지만 기조와 맞지 않으면 막판 수정이 가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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