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최근 참석했던 모 기업의 기업공개(IPO) 기업설명회(IR)에서 임원에게 발표 진행을 맡겼던 대표이사가 마지막 순서에 마이크를 잡고 돌발 발언을 쏟아냈다. 발표 내용에 없던 수소차 사업 진출 계획을 밝힌 것이다.
실제 사업계획은 각종 현장에서 활용하는 산업장비를 수소 에너지로 운영할 수 있도록 수소 배터리 제작 및 협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었다. '수소자동차'와 '수소 배터리'는 연결성이 강하지만 완전히 다른 사업이다. 이를 인지하고 있던 회사 관계자는 말을 가로채기까지 하며 대표의 발언을 제지했다. 실랑이에 가까운 해프닝이 벌어지며 취재진도 적잖이 당황했다.
또다른 기업의 IR에선 급기야 IPO 주관사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도 있었다. IPO 주관사를 선정할 당시 주관사가 제시한 회사 가치가 상장에 임박해 평가한 가치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는 것이었다. 이 회사 대표는 "들어갈 때와 나갈 때가 다르다는 말처럼 주관사도 처음엔 조단위 기업가치 달성이 가능할 것처럼 말했다"며 "다른 IPO 기업도 마찬가지겠지만 상장이 임박하니까 여러 현실적 이유를 대며 회사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이 유쾌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했다.
기업의 입장에서 IPO는 언론을 통해 개인과 기관 투자자에게 기업을 처음으로 소개하고 가치를 인정받는 자리다.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나마 공모가를 끌어올리면 더 많은 공모자금 유치를 기대할 수 있다. 다소 급진적으로 보였던 기업 대표자들의 발언은 성장과 투자유치가 절실한 기업 입장에서 보면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들의 절실함과 별개로 한 기업을 책임지는 대표이사의 공개발언은 냉정한 계산을 통해 입 밖으로 나와야 한다. 이들의 발언이 기업과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공개적인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나오는 발언은 기업의 성장에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정제되지 않은 발언은 향후 회사의 주가 흐름이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상장 전 기업의 가능성을 믿고 투자한 벤처캐피탈(VC)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의 투자금 회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상장에 성공하더라도 추가 투자유치의 성패를 가를 수 있어 기업 대표자의 입은 더더욱 무거워야 한다.
상장 전부터 미디어를 통해 회사를 알려왔던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참고하길 바란다. 다양한 방식으로 회사와 자신을 알려왔던 백 대표는 부정확한 정보를 전달했다는 논란에 휘말려 고초를 겪고 있다.
더본코리아의 주가는 코스피 상장 당시 공모가(3만4000원) 대비 약 2배 높은 6만4500원까지 치솟았지만 결국 백 대표 관련 다양하 논란이 문제가 되며 지난 15일 공모가를 하회한 2만7650원을 기록했다. 말 한마디가 '천냥빚을 갚을 지, 아니면 천냥빚을 질 지' 옛 속담을 잘 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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