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고속열차 시장에 5조원 규모의 큰 장이 선다. 2004년 4월 첫 운행을 시작한 KTX의 교체 연한이 도래하고 있어서다. 그동안 국내 고속열차 시장을 현대로템이 독점해 왔지만,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일반 철도차량이나 전동차 제조에 주력하던 중견업체들이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파악돼서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철도차량 업체들이 고질적인 납품 지연 이슈에 시달리고 있는 데다, 해외 수출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딜사이트는 국내 철도차량 시장의 현황과 문제점 등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저성장·저수익 구조가 고착화된 국내 철도 산업에 활기가 돌 전망이다. '국민의 발' 고속열차 KTX의 교체 연한이 다가오고 있어서다.
시장의 관심은 현대로템이 구축해 온 KTX 시장의 독점 체제가 깨질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전동차 제조사인 우진산전과 다원시스가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KTX 교체 사업 입찰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운영하는 KTX 차량의 기대수명은 통상 30년으로, 2003년 도입한 KTX-1의 운영 연한은 많아야 9년 밖에 남지 않았다. 차량 발주부터 개발, 인증, 생산, 시운전까지 최소 7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르면 내년부터 대체차량 도입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개통 21주년을 맞은 KTX는 현재 1430량(105편성)을 보유 중이며, 64.3%에 해당하는 920량이 최초 도입됐다. 코레일은 1세대 KTX를 전량 교체하는데만 약 5조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 KTX 초기 모델, 해외 기술 의존…13호~46호기 국내 기술 제작
한국 고속철도 건설사업은 1970년대부터 논의되기 시작했다. 당시 국가 물류망의 주축이던 경부고속도로의 용량 부족 사태로 수송력의 한계가 부각된 영향이다. 1983년에는 경부고속전철 도입을 위한 타당성 조사가 이뤄졌고, 1989년 서울과 부산을 잇는 고속철도 신설 방침이 확정됐다. 이어 1992년 천안~대전 고속철도 시험선 구간 착공에 돌입했다.
이 시기 국내 철도차량 업체는 해외 업체보다 한 발 뒤쳐진 기술력을 갖추고 있었다. 실제로 KTX-1 수주 경쟁에는 프랑스의 떼제베(TGV)와 일본의 신칸센, 독일의 ICE 등 해외 업체들만 뛰어들었고, 1994년 가장 우수한 성능과 안전성을 갖춘 프랑스 TGV가 최종 낙찰됐다.
KTX-1 1호기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97년이다. 이후 2004년 고속철도가 본 개통되기까지 총 12호기가 들어왔는데, 모두 프랑스에서 제작한 고속철도였다. 실질적인 국산 1호기가 제작된 것은 KTX-1 13호기부터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현대로템 등은 프랑스에서 이전 받은 기술을 기반으로 더 빠르고 더 안전한 고속철도 개발에 나섰고, 46호기까지 제작했다.
주목할 부분은 현대로템이 사실상 국산 고속열차를 독점 납품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로템 외에도 우진산전, 다원시스가 국내 철도차량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현대로템이 30년 넘게 쌓아온 고속철도 제작 기술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나머지 두 업체의 주 종목이 일반 철도열차와 전동차, 트램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 세대 거듭할수록 고부가가치 열차로…우진산전·다원시스 '도전장'
시장에서는 현대로템의 KTX 독주 체제가 경쟁 체제로 전환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우진산전과 다원시스가 차세대 고속열차 수주전에 참전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과거 KTX 수주 사업은 마진이 많이 남는 사업이 아니었다. 철도 운영기관이 발주한 열차의 경우 최저가 낙찰 방식을 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KTX가 고부가가치 철도로 변신하면서 단가가 인상됐고, 매출 뿐 아니라 수익성 향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예컨대 현대로템은 2010년부터 한국형 고속열차인 KTX산천(KTX-2)을, 2021년부터 동력분산식 준고속열차 KTX-이음을, 지난해부터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KTX-청룡을 제작·운행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2006년 KTX-2 100량(10편성)을 총 2940억원에 수주했는데, 단순 계산으로 1량당 29억원이다. 이어 2016년 KTX-이음 130량(21편성)을 1량당 33억원 수준인 총 4300억원에 따 냈다. KTX-청룡의 경우 1량당 50억원의 가격이 책정됐는데, 평균 인상률은 32.7%로 나타났다.
우진산전과 다원시스가 고속열차 사업 진출 의지를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는 점도 짚고 넘어갈 대목이다.
앞서 국내 전동차 1위 업체인 우진산전은 2023년 코레일이 발주한 동력분산식 고속철도(EMU-320) 112량 입찰에 참여했다. 자체 기술이 없던 우진산전은 스페인 '탈고'로부터 핵심부품을 받는 조건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전까지 시속 250㎞ 또는 300㎞ 이상 고속차량 제작 경험이 있는 업체의 입찰 참가를 허용하던 코레일이 기준을 대폭 완화한 결과였다. 하지만 최종 낙찰업체로는 현대로템이 선정됐다.
다원시스는 2018년 EMU-150(ITX-마음) 차량 358량을 수주한 경험을 보유 중인 만큼 고속열차 제조 사업 진출이 비교적 수월하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5월에는 '고속철도 수냉각 추진 제어장치의 컨버터 및 인버터 모듈 레일 시스템' 특허를 등록한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철도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로템이 수십년간 독식해 온 KTX 시장이 중견기업으로 개방될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둘 수 없다"며 "특히 국내 사업 수주 경험을 발판 삼아 해외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후 KTX 교체 사업에 대한 관심이 뜨거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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