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기아가 올해 1분기 비용 부담으로 영업이익이 두자릿수 감소하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투자 보폭은 확대한 모습이다. 특히 미국발 관세 리스크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도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이어나가 눈길을 끈다.
◆ 1분기 유·무형자산 취득 규모 1조 돌파…올해 4조원대 시설투자 예고
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아 유·무형자산 취득 규모는 1조9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다. 유·무형자산 취득액이 5000억~7000억원대 수준에 머물렀던 최근 3년간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증가세다. 재무제표상 유·무형자산 취득 항목에는 유형자산으로 분류되는 공장과 기계, 토지를 비롯해 특허권 및 소프트웨어 등 무형자산 확보에 소요된 현금 지출액이 포함된다.
기아가 수익성 면에서 고전한 와중에 투자를 확대한 점이 고무적이다. 기아는 올 1분기 영업이익 3조9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2% 줄어든 수치다. 영업이익 감소에는 인센티브 지출을 비롯한 비용 부담 확대 및 차종 포트폴리오 조정 등이 영향을 미쳤다.
연간 기준으로 봐도 기아의 투자 우선 기조는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해 기아 유·무형자산 취득 규모는 4조6826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50% 급증했다. 이는 기아가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영업이익의 36%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기아의 '통 큰' 투자 행보는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올 하반기 준공을 앞둔 경기도 화성 이보 플랜트 PBV(목적기반차량) 전용공장 신설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화성 이보 플랜트는 29만㎡(약 8만8000평) 규모로 조성되며 사업비로만 2조2000억원이 투입된다.
투자 재원 조달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도 양호한 편이다. 올 1분기 말 기아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3조3940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유동자산과 유동부채를 나눈 값인 유동비율은 147%를 기록했다. 통상 유동비율은 단기 재무건전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로 통하는데 통상 유동비율이 100% 이상이면 부채 상환 능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한다.
올해의 경우 공장 시설 정비에만 4조원이 넘는 투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2025년 예상 투자금액은 ▲국내공장 2조6523억원 ▲미국공장 6114억원 ▲슬로바키아공장 3501억원 ▲멕시코공장 2621억원 ▲인도공장 3913억원 등 총 4조2672억원이다. 전체 투자액을 비교해보면 1년 전보다 지출 규모가 26% 늘었다.
◆ 대외 악재 딛고 미래 경쟁력 확보 집중…42조 규모 5개년도 중장기 투자 '착착'
기아는 올 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을 악재로 맞닥뜨렸지만 선제적 투자에 무게를 싣는 양상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달부터 관세 영향이 기아 완성차 판매 실적에 본격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달 3일부터 자국이 수입하는 자동차에 25% 관세를 추가로 부과 중이다.
기아가 투자에 매진하는 배경은 현대자동차그룹 경영 비전과도 맞닿아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2025년 신년사에서 "혁신을 향한 굳은 의지는 조직 내부를 넘어 외부로 힘차게 뻗어나가야 한다"며 "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기술 발전을 선도하고 핵심 분야에 과감히 투자하는 것은 물론 필요에 따라 경쟁자와도 전략적으로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아는 중장기 투자 청사진도 구체화해나갈 방침이다. 지난달 개최한 '2025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는 오는 2029년까지 전동화·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에 총 42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를 포함한 미국·유럽·인도 등 각 지역별로 전기차(EV) 현지 생산 확대에도 무게를 싣는다. 여기에 하이브리드 판매 증대를 위한 파워트레인 생산시설 증량에도 나설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오는 2030년 90만대가 넘는 하이브리드 차량 공급 역량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기아 송호성 사장은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기아는 2021년 '기아 트랜스포메이션' 비전을 선포한 이후 공간을 혁신하고 시간을 가치 있게 만드는 브랜드가 되고자 끊임없이 노력해왔다"며 "앞으로도 내실을 강화하고 자동차 시장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중장기 전략을 실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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