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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제 값 받기'…위기관리 '시험대'
이세정 기자
2025.07.21 08:05:09
②품질 기반 美 인센티브 축소 전략…점유율 확대·수익 방어 '두 마리 토끼' 난제
이 기사는 2025년 07월 17일 10시 2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이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카탈루냐 콩그레스 센터에서 열린 'FISITA 월드 모빌리티 컨퍼런스 2025'에서 기조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제공=현대차그룹)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의 위기관리 능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관세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생산 일부 차종을 대상으로 할인 프로모션에 돌입하면서 정의선 회장의 '제 값 받기'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무뇨스 사장이 약속한 미국 판매 100만대 돌파 기한이 올해 연말까지라는 점에 주목한다. 목표 달성을 위해 공격적인 인센티브(판매장려금)나 가격 인하 정책을 펼칠 경우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 현대차그룹 핵심 시장 '미국'…고관세 부담 가중


17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무뇨스 사장의 하반기 경영 여건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상반기의 경우 선제적으로 축적한 재고로 판매 실적을 유지해왔지만, 더 이상 관세 부담을 회피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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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으로 유례 없는 위기 상황을 맞았다. 예컨대 트럼프 대통령은 초강력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우며 5월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자동차에 25%의 고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아울러 오는 9월 말에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 세제 혜택이 종료된다. 현대차그룹은 조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건설한 상태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 프로필. (그래픽=이동훈 기자)

미국은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판매 3위의 완성차 브랜드로 도약하는데 있어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 시장이다. 정 회장이 현지 이해도가 높고 세일즈 능력이 탁월한 무뇨스 사장을 현대차그룹 최초로 외국인 전문경영인(CEO)으로 인선한 배경에도 관세에 따른 리스크를 헷지하기 위한 의도가 담겼다.


실제로 현대차는 판매 대수 기준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말 기준 24% 수준이지만,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창출하고 있다. 특히 올 상반기 말 기준 현지 시장 점유율(기아 포함)이 11%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점은 유의미한 성과다.


◆ 차값 할인·무이자 할부 '공격 행보'…현지 생산 확대도 구상


현대차는 우선 다양한 프로모션으로 소비자 혜택을 늘리고 있다. 현지 생산 차종을 대상으로 일시 할인하고, 무이자 할부를 제공하는 식이다. 예컨대 현대차 미국 법인(HMA)는 당초 지난달 종료할 예정이던 총 19개 차종에 대한 할인 정책을 오는 9월2일까지 연장했다. 세부적으로 싼타페와 팰리세이드는 각각 최대 3500달러(485만원), 2750달러(381만원) 저렴하게 판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현지 선호도가 높은 싼타페와 싼타페 하이브리드, 팰리세이드 등 3개 차종에 한해 무이자 60개월 할부를 제공한다. 특히 구매일로부터 3개월간 월 할부금 납부를 미룰 수 있다는 조건도 붙었다. 주요 경쟁 브랜드인 일본 도요타나 독일 BMW, 벤츠 등이 관세를 이유로 차량 가격을 약 5%씩 인상한 것과 대조된다. 


하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포드와 닛산 등이 무이자 할부 행사를 시작한 만큼 차량 판매 가격도 낮출 것으로 예상돼서다.


현대차는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해 관세 리스크를 상쇄한다는 구상을 그리고 있다. 올 초 가동에 돌입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는 최근 대형 전기 SUV인 '아이오닉9' 생산을 시작했다. 해당 공장에서는 하이브리드차(HEV) 병행 생산이 가능한 만큼 신형 팰리세이드 HEV 등 현지 인기 모델의 생산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증산과 생산차종 다변화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 할인 지속 땐 수익 악화 불가피, '제값받기' 차질 우려


현대차의 구체적인 미국 공략 방안은 이달 말 중 발표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무뇨스 사장과 송호성 기아 사장 주재로 각각 한국과 북미, 유럽, 중국 등 주요 권역본부장 회의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하반기 관세 대응책을 논의하고 판매 전략을 재수립할 계획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 소재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현대차그룹)

문제는 현대차가 미국 현지 점유율 확대 전략을 지속할 경우 2000년대 중반부터 이어져 온 가격 정책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 믹스를 개선할 수 있던 배경에는 품질 자신감에 기반한 '제 값 받기'가 주효했다.


이러한 가격 정책은 정 회장 체제에서 완성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와 중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친환경차 등 포트폴리오를 강화한 데 이어 인센티브를 낮췄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각 딜러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고객들에게 자동차 할인을 하도록 유도해 왔는데, 인센티브를 많이 지급할수록 현대차의 수익성은 오히려 약화된다.


무뇨스 사장이 약속한 현대차의 미국 판매 '100만대 달성' 목표 시한이 도래했다는 점도 짚고 넘어갈 부분이다. 앞서 무뇨스 사장은 북미권역본부장이던 2020년 1월 "5년 내 현지 판매 대수(제네시스 포함)를 2019년 말보다 30% 더 팔겠다"고 언급했다. 현대차의 올 상반기 미국 판매량은 총 47만6641대로, 목표치의 약 48%를 채우며 선방했다.


업계에서는 무뇨스 사장이 세일즈에 특화된 만큼 공격적인 인센티브 정책을 구사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무뇨스 사장이 경영 성과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점유율 방어가 중요한 만큼 적극적인 할인 전략을 펼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무뇨스 사장이 미국 판매량을 유지하면서 수익성 하락도 방어하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긴 힘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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