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미국 관세 부담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정 회장은 올 3월 미국 백악관을 직접 찾아 210억달러(약 31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힌데 이어 30일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해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다.
◆ 트럼프 "상호관세 15%로 인하"…관세 타격 완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과 완전하고 포괄적인 무역 합의를 체결하기로 했다"며 "내달 1일부터 부과 예정이던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양국은 내일 고위급 2+2 무역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우리 협상단을 불러 무역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현대차그룹의 북미 시장 매출 의존도는 지난해 기준 44%로, 글로벌 핵심 시장으로 꼽힌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에서 총 171만대를 팔았으며, 이 가운데 현지 생산 물량은 71만대 수준에 그친다. 다시 말해 현대차·기아는 미국에서 판매하는 신차의 약 60%가 관세 리스크에 노출된다는 의미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는 총 89만3152대의 판매고를 올렸는데, 20% 수준인 16만5000대만 현지 생산으로 충당했다.
현대차·기아의 관세 타격을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미국은 4월3일부로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매겼는데, 현대차·기아는 선제적인 재고 확보에도 수익성 하락을 완전히 방어하지 못했다.
예컨대 현대차는 올 2분기 영업이익 3조6016억원과 순이익 3조2504억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은 15.8% 줄었고, 순이익은 22.1% 급감했다. 아울러 영업이익률은 9.5%에서 7.5%로 2%포인트(p) 하락했다. 같은 기간 기아 역시 매출이 24.1% 줄었고, 순이익도 22.3% 위축됐다. 이에 13% 수준이던 영업이익률은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 2Q 이미 1.6조 손실 반영…정 회장, 현장 리더십 발휘 '위기 대응'
우리 정부가 미국 장부와 무역 협상에 성공하면서 현대차그룹은 한숨 돌린 모습이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미국의 25% 고관세가 지속될 경우 현대차·기아의 연간 영업이익이 약 9조원 가량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올 2분기 각각 8282억원, 7860억원 총 1조6142억원 상당의 관세 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관세 부과율이 15%로 완화되면서 현대차·기아가 연간 지불해야 할 관세 부담은 절반에 가까운 5조원 안팎 수준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은 미국 관세 조율에 따른 현대차의 연간 관세 부담액을 2조6000억원으로 추산했고, 삼성증권은 기아의 올해 연간 부담액을 2조3000억원 수준으로 예상했다.
현대차그룹이 관세 리스크를 일부 만회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정 회장의 '발로 뛰는 리더십'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정 회장은 이번 협상 직전 현지에서 유리한 협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막판 지원사격을 펼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정 회장이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만나 미국 조지아주의 차량 생산 확대와 루이지애나주의 새로운 철강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한 점은 이번 관세 협상 과정에서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여전히 우려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는 관측이다. 한국의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그동안 미국에 수출할 때 무관세를 적용받았으나, 이번 협상으로 일본 등 경쟁차 업체와 동일하게 관세가 적용되면서 가격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어서다. 일본과 유럽의 경우 기존에 이미 2.5% 관세가 적용되고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관세 인상폭에서 실질적으로 현대차가 2.5%포인트(P) 더 영향을 받게 된다는 설명이다.
한편,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대미 관세 문제 해결을 위해 온 힘을 다해주신 정부 각 부처와 국회의 헌신적 노력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현대차·기아는 관세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 방안을 추진하는 동시에 품질 및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기술 혁신 등을 통해 내실을 더욱 다져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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