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세계 자동차 3위의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최대 완성차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서 어깨를 피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기아가 수년간 중국 공략에 총력을 기울여 온 것이 무색하게 현지 판매량이 꾸준히 우하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차·기아는 중국 내수 판매에 올인하지 않고, 현지 공장을 전략적 생산기지로 전환하는데 속도를 올리고 있다. 인접 신흥국가로 수출 물량을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는 데다, 타 법인보다 인건비가 저렴한 만큼 수익 기여도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 상반기 중국 판매 실적, 전년 比 26% '뚝'
3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양 사는 올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각각 206만6425대, 158만7161대 총 365만3586대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판매한 361만9541대와 비교할 때 0.9%(3만4045대) 가량 증가한 숫자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점유율이 오히려 떨어졌다는 점이다. 이 기간 양 사의 글로벌 완성차 시장 점유율은 9%에서 8.8%로 0.2%포인트(p) 하락했다. 가장 큰 요인으로는 현대차·기아의 신차 판매 증가분보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 성장세가 높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올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된 완성차는 전년 동기보다 2.5% 성장한 총 4134만2000대였다.
현대차·기아의 판매 성장률이 완만한 배경에는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의 올 상반기 중국 판매량은 각각 12만1000대, 3만9000대 총 16만대로, 전년 동기(21만7000대) 대비 무려 26.3% 감소했다.
중국 시장은 한때 현대차·기아가 글로벌 시장 입지를 넓히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2002년 중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현대차·기아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고, 2014년 10%대의 시장 점유율을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7년 '사드(THAAD) 사태' 이후 판매량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현대차·기아의 중국 판매 대수는 2016년 말 기준 180만대에 달했으나 지난해 90% 가까이 위축된 20만3000대 수준에 그쳤다. 생산량이 줄어든 탓에 현지 생산공장 5개 중 3개를 매각하기도 했다.
◆ 전략적 생산거점 전환, 수출 '급증'…내수 판매 '현상유지' 초점
현대차·기아가 중국 시장에서 저조한 실적을 내는 이유로는 ▲판매를 견인할 인기 차종이 부족한 데다 ▲자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중국의 애국주의 기조가 강화됐고 ▲중국 경제 성장률 둔화에 따라 소비가 침체된 점이 거론된다.
현대차·기아는 중국 법인 정상화를 위해 판매 회복보다 현지 공장 가동률 증가에 우선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내수 브랜드와의 경쟁이 쉽지 않은 상황인 데다, 마냥 중국 공장을 놀릴 수 없어서다. 여기에 더해 지리적으로 신흥국과 가까워 물류비를 아낄 수 있고, 인건비가 낮다는 장점도 있다. 더군다나 미국 관세 리스크로 약화된 수익성을 중국 법인에서 이를 일부 보전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 중국법인인 베이징현대(BHMC)의 수출 실적은 올 들어 6월까지 3만4864대로, 전년 동기(9982대)보다 3.5배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지난해 연간 수출 대수인 4만4638대의 78% 수준인 동시에, 올해 연간 목표로 설정한 10만대의 35%를 채웠다. 시장은 BHMC가 올 1분기 손실폭을 전년 동기보다 1000억원 넘게 줄였다는 점에서 2분기 흑자전환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기아 중국법인인 기아기차유한공사(KCN)도 상반기에 총 12만3945대를 수출했는데, 전년 동기(10만9579대) 대비 13.1% 늘어났다. KCN의 경우 현대차보다 한 발 앞서 중국 공장을 생산기지로 활용해 왔다. 일찌감치 수출관리실장을 역임한 김경현 부사장을 기아중국총경리로 선임한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KCN 공장에서 생산된 신차는 호주와 뉴질랜드,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등 총 76개 국가로 수출된다.
특히 KCN은 중국 현지 공장의 가동량이 상승하면서 지난해 8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올 1분기에도 52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수출 일감이 늘어난 만큼 2분기 역시 흑자 기조를 유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현대차·기아는 중국 현지 점유율이 더 이상 낮아지지 않도록 방어진을 구축 중이다. 먼저 현대차는 중국사업담당을 중국권역본부로 한 단계 격상시키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으며, BHMC의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해 3984억원을 투입하기도 했다. 또 현대차는 하반기 중 중국 맞춤형 독자 개발 전기차 '일렉시오'를 출시할 예정이다. 올 3월 전기 세단 'EV4'를 선보인 기아는 내년 하반기께 중국 전용 전기차 'EV5'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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