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한은비 기자] 국내 벤처캐피탈(VC) SV인베스트먼트가 지난해 3분기 영업수익(매출)이 줄어든 가운데 비용이 증대하면서 영업손실을 면치 못했다. 투자조합 운용에 따른 관리보수와 성과보수 등이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한 데 더해 지분법손실의 규모가 커진 탓이다. 다만 에이블리 등 특정 포트폴리오의 평가가치가 높게 책정되면서 향후 관련 투자금 회수(엑시트) 성과는 기대된다.
11일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SV인베스트먼트의 지난해 1~3회계분기(2024년 4월~12월) 매출은 17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동기(183억원) 대비 4.92%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9억원, 14억원에서 마이너스(-)24억원, -13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SV인베스트먼트는 3월 결산법인이다.
◆영업비용 154억→199억…기타영업비용 400%·지분법손실 167%↑
SV인베스트먼트의 수익성 악화는 영업비용 증가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비용은 199억원에 달했다. 전년동기(154억원)과 비교해 45억원 불어난 규모다. 특히 같은 기간 기타영업비용(이자비용, 파생상품부채평가손실 등)과 투자조합비용(조합지분법손실)이 크게 늘었다. 기타영업비용은 3억원에서 15억원으로, 조합지분법손실은 6억원에서 16억원으로 각각 400%, 166.67% 급증했다.
SV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전환사채(CB) 등에서 파생상품부채평가손실이 새로 발생했다"면서 "운용자금 충당, 현금 유동성 확보 등의 목적으로 차입금을 늘리면서 이자비용도 증가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증시 부진 등과 더불어 비상장사 같은 경우 평가이익을 산정할 때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숫자를 띠었다"면서 지분법손실 폭이 확대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지분법손익은 투자기업이 피투자기업의 당기순손익 발생분에 대해 운용중인 투자조합 또는 사모투자전문회사(PEF)를 통해 보유한 지분율만큼 손실 또는 이익으로 인식한 금액을 말한다. 지분법이익은 영업수익으로, 지분법손실은 영업비용으로 인식한다. 이는 장부상의 수치로 실제 현금유입이나 지출로 이어지지는 않으나 전체 순이익에 반영되기에 투자회사의 투자성과를 예측할 수 있다.
◆SV인베스트먼트 2019 벤처펀드 IRR 2~3% 전망…관리보수·성과보수 '부진'
지난해 3분기 기준 SV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고 있는 벤처펀드 중 지분법손실을 가장 많이 낸 투자조합은 14억원을 기록한 '에스브이 인베스트먼트 2019 벤처투자조합(에스브이 2019 벤처펀드, 149억원 규모)'이다.
해당 투자조합은 SV인베스트먼트가 2019년 12월 삼성증권과 함께 결성한 신탁형 벤처투자조합이다. 신탁형 벤처펀드는 증권사가 개인들로부터 모은 자금을 활용해 유한책임투자자(LP)로 참여하는 방식을 취한다. 실제로 에스브이 2019 벤처펀드의 결성총액은 삼성증권의 출자금과 SV인베스트먼트의 운용사출자금(GP커밋)으로만 이뤄져 있다.
에스브이 2019 벤처펀드는 지난해 12월 만기일을 맞이했다. 현재 해산 작업을 마친 상태로 잔여 포트폴리오의 매각을 위한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회사는 에스브이 2019 벤처펀드의 내부수익률(IRR)을 2% 중후반대로 예상하고 있다. 펀드의 주요 포트폴리오는 ▲KNR시스템(유압로봇 시스템 기업) ▲엔케이맥스(면역세포치료제 개발업체) 등이다.
조합관리보수가 소폭 줄어든 동시에 조합성과보수를 창출하지 못한 점도 수익성 제고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파악된다. 회사의 조합관리보수는 2023년 3분기 96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87억원으로 9.38% 줄었으며 같은 기간 조합성과보수는 연이어 부재한 상황이다.
◆조합지분법이익 350%↑…에이블리코퍼레이션 최초 투자 대비 평가익 7배 상승
관리보수, 성과보수 등에서 아쉬운 실적을 냈음에도 투자조합수익만 살펴보면 우상향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3분기 투자조합수익은 전년동기(104억원) 대비 18.81% 증가한 123억원을 거뒀다. 같은 기간 조합지분법이익이 8억원에서 36억원으로 대폭 확대한 여파로 분석된다. 투자조합수익은 조합관리보수, 조합성과보수, 조합지분법이익 등을 포함한다.
지분법이익 증대 요인으로는 회사의 주요 포트폴리오인 여성 패션커머스 애플리케이션(앱) '에이블리' 운영사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의 기업가치 상승이 꼽힌다. 회사 관계자는 "SV인베스트먼트는 에이블리코퍼레이션에 두 차례에 걸쳐 총 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면서 "자사가 초기에 투자를 단행한 시기와 비교해 현재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의 평가이익은 7배가량 상승했다"고 전했다.
SV인베스트먼트는 2021년 4월 ▲에스브이 Gap-Coverage 펀드 3호(1011억원 규모) ▲에스브이 Gap-Coverage 펀드 3-1호(579억원 규모) 등을 활용해 에어블리코퍼레이션에 1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했다. 당시 에어블리코퍼레이션의 몸값은 3000억원대로 알려진다. 이듬해 1월 회사는 Gap-Coverage 펀드 3호와 3-1호, 에스브이 스케일업 펀드(2000억원 규모) 등의 재원으로 100억원규모의 후속투자를 이어갔다. 이때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은 9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