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화승코퍼레이션이 BBB급 신용도에서 탈출하기가 쉽지 않은 모양새다. 현금 창출력은 개선되고 있지만, 차입금 감축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특히 올해는 더욱 경영 여건이 좋지 않다. 북미 지역에서 신규 수주한 물량의 양산 시점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한 자본적지출(CAPEX) 부담이 가중되면서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 '비우량' BBB-…상향 요건 'EBITDA 마진율·차입금의존도'
27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화승코퍼레이션은 오는 3월말 2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내달 29일 만기가 도래하는 150억원 규모의 회사채(58회차) 만기연장(롤오버)으로 파악된다. 상환 대상 사채는 화승소재가 발행한 3년물로 표면이자율은 4.724%이다. 화승소재가 2023년 화승코퍼레이션으로 흡수합병되면서 해당 사채 역시 이관됐다.
눈에 띄는 점은 화승코퍼레이션이 발행 한도를 기존보다 50억원 증액을 노리고 있다는 부분이다. 이 회사는 BBB-의 비우량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지만,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은 만큼 선제적인 자금 확보 차원으로 풀이된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최근 기업신용평가(ICR) 본평가에서 화승코퍼레이션에 BBB-(안정적)를 매겼다. BBB- 등급은 AAA부터 BBB-까지 10단계로 나뉘는 투자적격 단계에서 가장 마지막에 속한다. 투기등급 바로 위인 만큼 채무상환 확실성이 높지 않다는 이유로 금리가 높게 책정된다.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이달 25일 기준 BBB- 등급의 금리는 8~9%%대였다.
화승코퍼레이션은 2016년부터 일관된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지만, 기 보유한 등급은 한기평 뿐이다. 나이스신용평가의 경우 2016년 부여한 BBB-등급이 마지막으로 지금은 만료됐다, 한국신용평가는 아예 없다.
한기평은 화승코퍼레이션의 신용등급 상향 요건으로 ▲북미 완성차 OEM 매출 본격화 등 사업역량 강화 ▲감가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율 7% 이상 ▲차입금의존도 40% 이하를 제시했다. 하향 요인으로는 ▲EBITDA 마진율 5.5% 미만 ▲순차입금/EBITDA 6.5배 초과를 내걸었다.
◆ 판가 인상 덕 마진↑…더딘 차입금 축소, 되레 회사채 발행액 증액
화승코퍼레이션은 지난해 3분기 말 EBITDA 마진율이 8.8%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8%)보다 0.8%포인트(p) 상승했는데, 한기평이 제시한 신용등급 상향 조건을 이미 충족시켰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EBITDA 마진율은 기업이 영업 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창출력을 의미하며, 높을수록 수익성이 좋다고 판단한다.
과거에는 완성차 업체를 제외한 부품사의 EBITDA 마진율이 5%선을 넘기기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최근 들어 친환경차와 SUV 등 고부가 차량 판매 비중이 늘어나면서 EBITDA 마진율도 상향 조정되고 있다. 예컨대 현대모비스와 HL만도의 지난해 3분기 말 연결 EBITDA 마진율은 각각 6.6%, 7.7%로 나타났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18.7%를 기록하며 2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화승코퍼레이션은 지난해 연결 매출액이 전년 대비 3.9% 성장한 1조6984억원을 달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전년보다 두 자릿수 이상 증가했다.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됐다고 가정한다면, EBITDA 마진율이 더욱 늘었을 것으로 유추된다.
차입금의 경우 한기평 기준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화승코퍼레이션의 지난해 3분기 말 총차입금은 5860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감소했다. 총자산에서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 차입금의존도는 2%포인트(p) 낮아진 48%였지만, 신평사 기준보다 8%p나 높다. 여기에 더해 화승코퍼레이션이 50억원 상당을 외부에서 더 조달하기로 한 만큼 총차입금 규모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단순 계산한 이 회사의 차입금의존도는 0.5%p 가량 확대된다.
◆ 북미 납품 지연·CAPEX 지출…전방산업 부진 탓 이익 축소 가능성
문제는 화승코퍼레이션은 당분간 BBB-등급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점이다. 북미 기수주 물량의 납품 시점이 미뤄지고 있을 뿐더러 추가적인 시설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화승코퍼레이션은 2022년 말 현대자동차·기아와 GM, 스텔란티스 등과 부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수요 둔화와 북미용 신차 생산 시점이 뒤로 밀리면서 올해 자동차 부품의 물량 증가 여력이 다소 제한적일 것으로 파악된다.
시설 투자를 위한 대규모 지출이 예정돼 있다는 점은 짚고 넘어갈 대목이다. 고객사의 신차 출시 계획 등에 맞춰 금형과 설비 등 라인을 전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한 '메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경우 당초 연산 30만대 규모의 생산 케파를 50만대 수준으로 늘렸다. 화승코퍼레이션은 조지아주 옆의 앨라배마에 공장을 운영 중인데, 현대차·기아 생산 물량에 맞춰 생산라인 추가가 불가피하다.
EBITDA 마진율이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황 부진에 따른 납품 단가가 낮아질 수 있고, 해외 계열사향 반조립제품(CKD) 물량 증가에 따른 물류비 변동 위험이 적지 않아서다.
한기평 관계자는 "화승코퍼레이션은 북미 케파 증설 등에 중장기적으로 연간 CAPEX 지출이 600억원 내외로 예상되며, 단가인하 압박 등으로 EBITDA 마진율은 6% 중반대까지 점진적으로 감소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차입금의존도는 40% 중반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한편 딜사이트는 화승코퍼레이션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 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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