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화승크라운이 LP(유동성공급자)인 신기술투자조합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과정에서 과도한 비용을 치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신기사가 보유한 지분 30%를 매입하는 가격이 화승크라운의 현금력을 상회하는 것으로 관측 돼서다. 당초 유상감자 방식으로 엑시트를 추진 하려다가 지분 직매입으로 방향을 튼 배경에 '가격 조정'이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화승크라운은 오는 17일과 18일 이틀에 걸쳐 자기주식 30만6393주를 207억원에 장외매수할 예정이다. 화승크라운 2‧3대 주주인 사우스뱅크헤리티지2호 신기술사업투자조합(18.2%‧18만5739주)과 사우스뱅크헤리티지2호 신기술사업투자조합(11.8%‧12만0654주)의 지분을 전량 매입할 계획이다. 나머지 지분 70%는 모기업인 화승엔터프라이즈가 보유하고 있다.
지분 매입 대상이 LP(유동성공급자) 역할을 하는 신기사인 만큼 이번 주식 매입은 엑시트 차원으로 풀이된다. 신기사 두 곳이 엑시트 하고 나면 화승엔터프라이즈는 화승크라운을 100% 자회사로 두게 된다.
화승엔터프라이즈는 화승그룹에 속한 4개 상장사(알앤에이‧인더스트리‧코퍼레이션‧엔터프라이즈) 중 하나로 글로벌 스포츠 기업인 아디다스의 신발 ODM(제조업자 개발생산)을 주업으로 삼고 있다. 모자 판매를 담당하는 화승크라운(70.0%) 외에도 신발‧섬유 판매 등을 영위하는 대영섬유(64.1%)를 종속기업으로 두고 있다.
눈 여겨 볼 대목은 화승크라운의 엑시트 전략에 변화가 생겼다는 점이다. 본래 화승크라운은 지분 직매입이 아닌 유상감자를 통해 신기사를 엑시트 시킬 예정이었다. 지난 1월 이사회를 열고 신기사 두 곳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30만6393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해당 지분이 태워져 없어지면 화승크라운에 대한 화승엔터프라이즈 지분율은 자연스레 100%가 된다.

하지만 화승크라운은 돌연 감자 디데이(D-day)인 지난달 28일 이 같은 계획을 철회하고, 신기사 보유분을 직접 매입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지급액을 놓고 화승크라운과 신기사 간에 이견이 발생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화승크라운은 30만6393주를 사들이는 대가로 신기사에 207억원을 지불한다. 이는 지난해 3분기 기준 화승크라운의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인 106억원을 훌쩍 넘는 금액이다. 주당 취득가액으로 환산하면 6만7000원이 넘는데, 이는 모기업인 화승엔터프라이즈의 11일 종가인 8450원의 8배에 달하는 액수다.
시장 관계자는 "유상감자 방식의 경우 주체인 화승크라운이 신기사 측에 얼마를 지급하기로 했는 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기 때문에 207억원과의 비교가 불가하다"면서도 "화승크라운의 현금력을 상회하는 높은 가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유상감자 지급액 보다 인상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화승그룹 관계자는 "확인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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