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화승그룹의 핵심 포트폴리오인 신발 ODM(제조업자개발생산)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발 ODM의 생산 거점이 자리한 베트남 법인 절반이 완전자본잠식에 빠져있어서다. 이런 와중에 실적 부진까지 겹친 법인 한 곳을 정리하는 수순에 들어가면서 베트남 사업지에 대한 통폐합에 착수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화승인더스트리는 현승훈 화승그룹 회장의 차남인 현석호 부회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는 신발‧화학‧금융 계열사다. 현 회장이 장남 현지호 총괄부회장에게 사업형 지주사인 화승코퍼레이션을 일임하고, 차남 현 부회장에게는 그룹의 한 축인 화승인더스트리를 맡기는 식으로 '교통정리'를 했다. 현 부회장은 27.26% 지분을 보유한 화승인더스트리 최대주주인 데다가 CEO(최고경영자)로서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화승인더스트리의 포트폴리오는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먼저 주력인 '신발부문'과 신발용 접착제 등을 제조하는 '화학부문', 중계무역과 신기술사업금융 등을 골자로 하는 '유통‧금융' 부문으로 구분된다. 이 중에서도 핵심이 되는 영역은 전체 매출의 팔할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신발부문이다. 화승인더스트리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인 아이다스(ADIDAS)의 파트너사로 신발, 모자 등의 용품을 ODM 방식으로 생산해 납품하고 있다.
눈여겨 볼 대목은 화승인더스트리의 캐시카우이자 그룹의 간판격인 신발 ODM의 최근 사정이 신통치 않다는 점이다. 2020년 무렵만 해도 연매출의 90%를 책임지던 신발 ODM의 기여도는 80% 초반대로 뒷걸음쳤다. 실제 2019년에 88.9%를 기록한 신발 ODM의 매출 비중은 ▲2020년 87.9% ▲2021년 83.3% ▲2022년 83.0% ▲2023년 80.9% ▲2024년 3분기 83.0% 등 2021년부터 수년째 80% 초반대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화승인더스트리 베트남 법인의 부진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화승인더스트리는 현지 헤드쿼터(HQ)격인 '화승비나(HS Vina Co.,Ltd.)' 필두로 12개 현지 법인을 두고 있다. 법인별로 외피, 아웃솔 등 신발 제조에 필요한 부품을 생산하고 최종적으로 화승비나에서 조립하는 구조다.
문제는 이 가운데 절반이 초기 자본금이 바닥난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라는 점이다. 화승비나의 100% 자회사인 Changchun Vina Co., Ltd.를 비롯해 ▲HS Vietnam Chemical Co.,Ltd. ▲DAE YOUNG TEXTILE VIETNAM Co.,Ltd. ▲PHOSPIN CO.,LTD. ▲UNIPAX VI THANH CO., LTD. ▲CONG TY S-PRINT, INC이 해당된다.
여기에 실적 악화까지 겹치면서 베트남 법인을 향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밑천이 바닥난 이들 6개 법인 중 UNIPAX VI THANH CO., LTD.를 제외한 나머지 5개 법인은 순손실이 중첩된 상황이다. 이외에도 ▲HS Polytech Co., Ltd. ▲DAEYOUNG TEXTILE VIETNAM Co.,Ltd.도 적자에 빠져있다. 지난해 3분기 이들 7개 법인의 합산 손실액은 347억원에 이른다.
최근 베트남 법인 중 한 곳을 정리한 것도 이러한 현실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관측이다. 화성인더스트리는 다음 달 30일 프린트 제조 등을 영위하는 CONG TY S-PRINT, INC.를 화성비나와 통합할 예정이다. 화성비나에 흡수되는 CONG TY S-PRINT, INC.는 완전자본잠식에 적자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화성인더스트리가 부실 판정을 받은 베트남 법인에 대한 정리 수순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베트남 법인의 경영 전반에 대해 화승인더스트리 관계자는 "확인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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