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본격 출범하면서 시장 관심이 저(低)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업으로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를 해소해 코스피 5000시대를 열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는 저PBR 기업에 패널티 부과가 예상된다. 기업을 압박해 스스로 경영 개선 노력을 펼치고, 기업가치 제고에 따라 증시를 끌어올리자는 취지다. 이에 딜사이트는 전통적 저PBR주로 분류되는 제지업과 자동차부품업 등을 중심으로 당면한 과제와 대응 방안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화승그룹 사업형 지주사인 화승코퍼레이션이 전향적인 주주친화 정책을 내놓을 지 시장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화승코퍼레이션은 오너 3세 장남인 현지호 화승그룹 총괄부회장으로의 지분 승계 작업을 완료한 만큼 승계를 위한 기업가치 저평가 이슈에서는 벗어났다고 볼 수 있다.
◆ 상반기 평균 PBR 0.5배 하회…인적분할·중복상장 영향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화승코퍼레이션의 올 상반기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4배로 집계됐다. 현 주가를 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값인 PBR이 낮을수록 추후 기업의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저평가된 것으로 분류된다. 동시에 안정적인 자산을 쌓아둔 만큼 재무 리스크 방어가 가능하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화승코퍼레이션의 PBR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 회사는 2021년 2월 옛 화승알앤에이를 인적분할해 탄생했다. 분할 존속회사인 화승코퍼레이션은 산업용고무제품 제조 및 매매 사업과 투자 사업을 떼냈으며, 분할 신설회사인 화승알앤에이는 자동차 부품 제조사업을 이어받았다.
화승코퍼레이션 PBR은 인적분할 이전 0.5배 수준에 머물렀지만, 인적분할 이후 우상향 곡선을 그리면서 1배를 상회하기도 했다. 통상 인적분할은 단기적으로 주가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반면 화승코퍼레이션의 경우 전기차 업황 호조에 대한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주가가 급등했고, PBR도 대폭 상승했다.
하지만 PBR 상승 분위기는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화승코퍼레이션이 호실적에 기반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18%씩 순자산을 불리고 있지만, 주가는 2022년부터 급격히 내리막을 걷고 있다. 화승코퍼레이션과 화승알앤에이 중복 상장에 따른 디스카운트(할인)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 2022년 지분 증여 작업 완료…자사주 소각 대신 현금화
화승그룹은 오너 3세 경영 체제를 안착시키기 위한 승계 작업을 이미 완성했다. 오너 2세인 현승훈 화승그룹 회장은 장남인 현 총괄부회장을 사실상 후계자로 낙점했고, 일찌감치 오너 2·3세간 지분 정리를 끝마쳤다. 덕분에 현 총괄부회장은 주가 변동성에 따른 승계 재원 조달 리스크가 사실상 소거됐다.
예컨대 현 회장은 2020년 5월 자신이 보유한 화승코퍼레이션 주식 일부(3.5%)를 현 총괄부회장에게 증여했고, 2022년 5월에는 잔여분 전량을 무상으로 넘겨줬다. 이 시기 화승코퍼레이션 PBR이 각각 0.4~0.5배 수준으로 저평가됐다는 점에서 현 회장이 최적의 증여 타이밍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 결과 현 총괄부회장은 화승코퍼레이션 지분율 35.44%의 최대주주 지위를 차지했다.
문제는 현 총괄부회장이 저평가된 화승코퍼레이션 주가를 부양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화승그룹이 방어적인 기업 문화를 구축한 만큼 주가 관리에도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화승코퍼레이션은 창사 이래 단 한 번도 자사주를 소각한 전례가 없다. 이 회사는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총 세 번에 걸쳐 자사주 550만주를 취득했다. 해당 자사주는 그룹 재무구조 개선이나 사업적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매각하거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 활용됐다. 화승코퍼레이션이 분할비율에 따라 화승알앤에이에 기 취득 자사주를 나눠주거나, 분할 과정에서 기타 취득한 합병신주를 배정하는 식이다.
특히 화승코퍼레이션 자사주는 현 총괄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는데 쓰였다. 이 회사는 올 3월 현 총괄부회장이 보유 중이던 화승알앤에이 주식을 자사주와 교환했다. 이에 현 총괄회장의 화승코퍼레이션 지분율은 40.43%로 늘어났다. 또 화승그룹 지배구조는 수직계열화되는 동시에 현 총괄부회장은 지주사를 통해 그룹사 전반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 배당 확대·자사주 소각 등 계획 '無'…압도적 지배력, 필요성 못 느껴
화승코퍼레이션이 PBR을 1배 이상으로 상승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주가 부양이다. 단기적인 해결책으로는 주주 배당을 확대하고, 자사주를 소각해 유통주식수 감소에 따른 희소성을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화승코퍼레이션이 당분간 인위적인 주주친화 정책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먼저 배당 정책을 명문화할 계획이 없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화승코퍼레이션 측은 "현금배당 규모는 재무정책의 우선순위, 즉 미래 전략 사업을 위한 투자와 적정 수준의 현금 확보 원칙을 우선적으로 한다"며 "추후 중장기 배당정책과 관련해 이해관계자들에 안내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풀어서 설명하면, 배당은 재무정책에서 후순위라는 것으로 경영실적이나 투자 계획에 따라 배당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자사주 소각 계획도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는 "현재 추진 중인 자사주 취득과 처분, 소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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