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화승그룹 실질적 총수인 현지호 총괄부회장이 장남 현재모 씨에게 지주사 화승코퍼레이션 주식을 증여했다. 오너 3세 현지호 부회장 등으로의 주식 승계가 얼추 마무리 되자 마자 20대의 오너 4세에게 곧바로 증여를 통한 지분 승계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시장은 오너일가의 지분 승계와 화승코퍼레이션의 고질적인 주가 저평가가 무관치 않다는 시각을 견지 중이다.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회사 차원의 별다른 노력이 없는 데다, 폐쇄적인 기업 운영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가 부양에 대한 의지에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고질적인 주식 저평가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 오너 4세로의 지분 승계가 또 이뤄지면서, 향후 주가 반등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사실상 총수' 현지호, 장남에게 48억어치 증여…직접 매수보다 이득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 총괄부회장은 지난달 18일 장남 현 씨에게 자신이 보유한 화승코퍼레이션 주식의 일부를 증여했다. 발행주식 총수 대비 5.01%(251만주)에 해당하는 규모이며, 증여를 위한 처분단가는 1898원 총 47억6398만원 상당이다. 현 씨는 2000년생으로 올해 만 25세다. 이번 주식 증여로 현 총괄부회장의 화승코퍼레이션 지분율은 종전 40.43%에서 35.42%로 낮아졌다.
주목할 점은 현 총괄부회장이 증여한 주식의 출처다. 앞서 현 총괄부회장은 올 3월 장외매수로 화승코퍼레이션 주식 250만주를 취득했는데, 이 회사가 기 보유한 자사주였다. 화승코퍼레이션은 자사주 취득 목적에 대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종속회사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주식취득 교환대가"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화승코퍼레이션은 화승알앤에이와 주식 교환(스왑)을 실시했다. 기존 화승알앤에이 최대주주는 현 총괄부회장이었으나, 그가 해당 주식을 화승코퍼레이션으로 넘기면서 지배구조를 수직계열화한 것이다. 이에 지배구조는 '현 총괄부회장→화승코퍼레이션·화승알앤에이'에서 '현 총괄부회장→화승코퍼레이션→화승알앤에이'로 재정비됐다.
현 총괄부회장은 화승알앤에이 지분 대부분을 화승코퍼레이션으로 매각하는 과정에서 주당 3180원, 총 130억원을 확보했다. 단가는 거래일 종가에 10%를 가산한 금액으로 책정됐다. 예상 거래규모는 주당 2835원 총 116억원이었지만, 주가 상승에 따라 주식가치가 소폭 늘어난 영향이다. 이어 현 총괄부회장은 화승코퍼레이션 자사주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화승코퍼레이션으로 45억원의 대금을 지불했다.
공교롭게도 현 총괄부회장은 화승코퍼레이션 자사주 251만주를 장남에게 물려줬다. 앞서 취득한 이 회사 자사주 규모와 유사한 규모다. 주식 취득 당시보다 주가가 상향되면서 증여 대상 주식의 가치는 늘었지만, 현 씨의 자금 부담은 오히려 완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 세법에 따라 현 씨가 직접 동일한 주식을 장내매수할 경우 1일 종가(1933원) 기준 약 49억원 가량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증여로 돌리면서 납부해야 할 세금은 25억원 상당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 2→3세 지분 넘길 당시도 낮은 주가 활용…고질적 저평가
당초 시장에서는 화승그룹이 2022년 일찍이 오너 2세에서 3세로의 지분 증여 작업이 마무리된 만큼 현 총괄부회장이 주가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지 않았다. 오너 2세이자 현 총괄부회장 부친인 현승훈 회장은 2020년 자신이 보유한 화승코퍼레이션 주식 중 3.5%를 현 총괄부회장에게 증여했고, 2022년에는 잔여 주식 전량을 무상으로 줬다. 이 시기 화승코퍼레이션 주가는 20% 넘게 하락했고, 현 총괄부회장은 절세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화승그룹 오너 4세가 주요 주주로 갑자기 등장한 것을 두고 화승코퍼레이션의 부진한 주가 흐름과 연결 짓는 모습이다. 오너가 개인 현금 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주가가 낮게 형성될수록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화승코퍼레이션은 주가 부양과는 거리가 먼 기업으로 분류된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으로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한 전례가 없을 뿐더러 주주환원 정책도 전무하다. 여기에 더해 배당 절차와 관련해서도 정관 개정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주주들에게 배당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지도 않다.
화승코퍼레이션의 연초 주가는 1400원대에 불과했으며, 자산가치 대비 주가를 의미하는 주가순자산비율이 0.4배 수준에 머물러 왔다. 눈여겨 볼 대목은 화승코퍼레이션 주가가 올 상반기 우상향했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와 관련 부품에 25%의 고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현지 생산 공장을 보유한 화승코퍼레이션이 수혜를 본 것으로 파악된다. 이 회사 주가는 4월30일 종가 3050원을 기록했으며, PBR 역시 0.57배까지 뛰었다.
일시적인 호재였지만 주가 하락률은 크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전면에 내세웠고, 저PBR주가 조명받고 있어서다. 현재 이 회사 주가는 1900원대 초반에 머물고 있으며, PBR은 0.4배로 여전히 저조하다.
화승코퍼레이션은 주식시장 내 인기 척도인 주주 손바뀜 정도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지난달 이 회사의 주식 거래량 회전율은 3.5%로 집계됐는데, 한 달 간 주식 1주당 주주가 0.03번 교체됐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는 장기 투자 주주가 많다는 해석이 가능하지만, 주식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화승그룹 측에 현 총괄부회장의 주식 증여 배경 등에 대해 질의했으나 "담당자 부재"라며 답변하지 않았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