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하나은행은 국내 시중은행 중 폴란드 진출 후발주자로 분류된다. 주요 국내 은행들이 폴란드에 사무소 및 데스크를 두고 있는 반면 하나은행은 아직 별다른 거점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이 각각 지점 및 법인 개설을 앞둔 것과도 대조적이다.
하지만 범위를 동유럽 전체로 넓히면 하나은행 역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폴란드에만 없을 뿐 이미 동유럽국가에 2곳의 사무소를 설치·운영 중이다. 폴란드 역시 사무소를 개설할 계획이었으나 지점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하나은행의 동유럽 진출은 2008년 체코 오스트라바에 지점을 열면서 시작됐다. 유럽 내 법인인 독일KEB하나은행의 자(子)지점 형태로 같은 해 노소비체 지역 현대차 체코 공장 설립에 발맞춰 개소했다. 국내 은행 중 체코에 거점을 둔 곳은 하나은행이 유일하다.
이어 지난해 3월에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사무소를 추가로 열었다. 시중은행 중에서 2021년 진출한 신한은행, 우리은행에 이어 세 번째 헝가리 진출이다. 헝가리는 자동차를 비롯해 2차전지, 의료 등 산업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유해 기업들의 현지 진출이 확대되고 있다.
하나은행은 당초 체코에 이은 두 번째 진출지로 폴란드를 염두에 뒀다. 이에 따라 2023년 독일KEB하나은행을 통해 바르샤바 사무소 개소 작업을 진행했다. 현지 시장조사 등을 통해 2024년 상반기 안에 사무소를 열겠다는 목표였다. 하지만 이후 추가 검토 끝에 두 번째 진출지는 체코로 최종 결정됐다.
순서는 밀렸지만 폴란드 진출 계획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하나은행은 폴란드 바르샤바에 사무소 대신 지점을 곧바로 개설한다는 방침이다. 형태는 체코와 동일한 독일법인의 자지점으로 추진된다.
유럽연합(EU) 내 국가에 진출한 은행들의 경우 이미 법인이 설립돼 있다면 '싱글 패스포트 룰(Single Passport Rule)'에 따라 EU 국가 내에 상대적으로 발빠른 지점 설립이 가능하다. 하나은행은 이미 준비 작업이 1년을 넘어선 만큼 올해 안에 지점 개설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이전부터 폴란드 진출 의지를 확고히 내비쳐 왔다. 2023년 7월 경제사절단으로 폴란드 방문했을 때가 대표적인 예다. 국내 4대 은행이 모두 사절단에 포함됐는데 하나은행만 행장이 직접 참석했다. 당시 이승열 행장은 폴란드 현지 국책은행인 BGK은행 행장과 만나 다방면의 사업 협력을 약속하기도 했다.
폴란드 지점이 설립되면 하나은행 동유럽 사업의 새로운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세웠던 글로벌 수익 강화 방침에도 힘을 보탤 수 있을 전망이다. 함 회장은 지난 2023년 글로벌 이익 비중을 40%대로 높이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하나은행은 폴란드 지점을 통해 동부 및 중부 유럽에 진출한 한국기업과의 거래를 확대하고 폴란드 내 주요 금융기관과 FI(재무적 투자) 영업 및 IB(금융투자) 협업 등을 계획 중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및 배터리 산업 등 폴란드 진출 국내 기업의 우량자산을 늘리고 임직원들의 거래도 확대하는 방안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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