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구예림 기자] 깨끗한나라가 국내사업 부진의 돌파구로 꾸준히 글로벌 활로 개척에 나서고 있지만 최근 3년간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깨끗한나라가 글로벌 현지 업체들과 비교해 열세인 가격경쟁력과 내부적으로 제품 개발 투자 여력이 줄어든 점을 경쟁력 약화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깨끗한나라는 1972년부터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다. 당시 정부의 수출 주도 정책과 성장 한계가 명확했던 내수시장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이후 8~90년대 미국과 중국, 홍콩 등지에 사무소를 차례로 열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대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1999년 전체 매출 3034억원 가운데 수출 매출이 852억원으로 28.1%를 차지하는 성과를 달성하며 2020년대까지도 우상향을 이어왔다.
하지만 최근 3년간 깨끗한나라의 해외사업은 점차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특히 2019년 창업주 최병민 회장의 손녀인 최현수 대표가 글로벌 시장 확대를 목표로 내걸며 반전을 꾀했지만 뚜렷한 성과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결국 2020년에는 1988년 설립했던 미국법인 DAEHAN PULP USA INC.(Kleannara USA, Inc.)이 청산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해외 매출 비중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깨끗한나라의 2022년 해외 매출은 2117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34.9%를 차지했으나 2023년에는 139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27.1%로 줄었다. 지난해 3분기 해외 매출 역시 1205억원으로 전년 동기(1654억원) 대비 27.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깨끗한나라가 해외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대내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대외적으로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의 현지 기업들이 백판지 생산을 대규모로 확대하면서 저가 공세를 펼쳐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시장 환경은 깨끗한나라의 글로벌 입지를 더욱 좁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제품 혁신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가 부족하다는 점이 뚜렷이 드러난다. 실제 깨끗한나라의 연구개발(R&D) 비용은 2022년 20억3000만원에서 2023년 17억1000만원으로 15.7% 감소했으며 지난해 3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20.1% 급감한 10억8000만원에 그쳤다.
또한 설비 투자(CAPEX) 역시 지속적으로 축소되는 추세다. 2022년 깨끗한나라의 CAPEX는 314억원에서 이듬해 152억원으로 51.6%나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3분기 CAPEX는 21억원으로 전년 동기 60억원에서 65%나 줄어들었다. 이는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이나 생산 효율화에 대한 대응이 미흡하게 이루어졌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시장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중국과 말레이시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 기업들이 백판지 생산을 대규모로 확대하면서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지 업체들과 비교해 깨끗한나라는 가격 경쟁력에서 분명한 열세를 보이고 있다"며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통해 차별화를 꾀해야 할 시점임에도 R&D 비용과 CAPEX를 지속적으로 축소하면서 필수적인 제품 경쟁력 강화 노력을 등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깨끗한나라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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