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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디스플레이를 기대하는 이유
한보라 기자
2023.11.07 07:55:18
애플 의존도 낮추기 위해 차량용 시장 발굴···日 전철 안밟는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6일 08시 2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최대 디스플레이 전시회 '한국디스플레이산업전시회(이하 K-디스플레이 2023)'가 지난 8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 A홀에서 막을 열었다. (사진=한보라 기자)

[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애플이 들어가지 않는 이상 폴더블 시장이 더 커질 요인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확장현실(XR) 시장에 집중하는 이유도 애플 비전 프로 때문이죠. 애플은 언제나 답을 찾아내니까요." 


국내 전기전자 업계 취재원을 만날 때 '애플'은 빠지지 않는 단골 소재다. 애플 신제품 출시에 따라 주가와 실적이 움직이는 업체도 수두룩하다. 오죽하면 글로벌 큰 손인 삼성전자도 일부 사업부에서는 애플 납품을 두고 골머리를 앓는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애플 의존도가 가장 높은 업계는 단연 디스플레이다. 회사 실적이나 납품 경쟁 우위와 별개로 업계 상황이 녹록지 않아서다. 디스플레이 품질을 결정짓는 건 화질이다. 문제는 인체의 한계다. 아무리 화질이 좋아져도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육안으로 구별하는 게 불가능하다. 


기술 난도를 높일수록 필요한 투자금은 가파르게 올라간다. 산업 특성상 생산 라인을 늘리려면 조단위 투자금이 소요된다. 디스플레이는 유리원장 크기로 세대를 구별한다. 6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 라인 구축에 2조원이 들어갔다. 8세대 투자금으로는 약 4조원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집행한 투자 규모가 크면 원가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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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딜레마가 가장 크게 드러난 게 대형 OLED 패널 시장이다. 화질이 좋은 건 알지만 워낙 패널 가격이 높다 보니 세트업체는 물론 소비자도 선뜻 OLED TV를 구매하지 않는다. 지난해 삼성·LG디스플레이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레거시 제품으로 규정하고 국내 생산 라인을 정리했지만 전방 시장은 요지부동이었다. 


소형 OLED 패널 시장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팬심을 등에 업은 애플이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OLED 패널을 사용하고 있어서다. 글로벌 디스플레이 제조사 중에서 삼성디스플레이만 수익을 올리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애플이 원하는 조건을 무리 없이 맞춰줄 수 있는 업체는 전 세계에 삼성디스플레이뿐이다.


이렇다 보니 LG디스플레이, 중국 BOE 등 국내외 디스플레이 제조사도 삼성디스플레이를 쫓아 애플 수주에만 집중하고 있다. 아이패드, 맥북 등 애플 IT기기에 OLED 패널이 탑재된다는 소식에 너도나도 곳간 생각은 안 하고 8세대 투자를 계획한 모습만 봐도 그렇다. 


그러나 언제까지 '애플 바라기'로 만족하기엔 불안하다. 우선 미중 갈등 심화로 애플 매출은 4분기째 뒷걸음질이다. 전방업체 부진은 부품사 실적의 바로미터다. 중국의 기술 추격도 만만치 않다. 업계는 2~3년 뒤면 중국이 우리나라 OLED 패널 기술력을 따라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갈림길에 섰다.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우리나라에 뒤처진 일본 디스플레이 업계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KDIA)를 중심으로 새로운 디바이스(차량용 OLED 패널)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건 환영할 일이다.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할수록 차량에 탑재되는 패널에는 더 큰 규격, 좋은 화질이 요구된다. 기술력에 기반한 안정성은 말할 필요도 없다. 회의적이던 전문가들도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 멈춰 선 TV용 생산 라인을 차량용으로 개·보수하면 추후 물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겠냐는 제안이 나올 정도다. 


낙관론을 앞세워 업계가 처한 현재의 어려움을 부인하려는 건 아니다.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 개화까지는 분명 시간이 필요하다. 다만 어려운 상황을 감내하며 답을 찾아 나서는 디스플레이 업계 종사자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혹한이 지난 뒤 K-디스플레이가 보여줄 새로운 시장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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