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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 출자사업에 체중계가 있었다면
최양해 기자
2023.05.23 07:56:59
소·중·대형 운용사 시너지 높이는 제도적 보완책 마련돼야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9일 08시 1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최양해 기자] 스포츠 경기에서 체급(體級)은 친숙한 개념이다. 복싱이나 주짓수를 비롯한 대련 종목은 물론, 역도 같은 기록 측정 종목에도 두루 적용된다. 체급을 나누는 이유는 간단명료하다. 선수들이 실력과 기술을 겨루는 조건을 최대한 동등하게 맞추기 위해서다.

단순 비교하긴 어렵겠지만, 국내 벤처투자 업계는 체급 구분이 모호한 편이다. 정책기관 출자사업에서 '미들급 운용사'와 '헤비급 운용사'가 맞붙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을 정도다.


정부 예산이 대폭 줄어든 올해는 이 같은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당장 한국벤처투자가 주관한 모태펀드 2차 정시 출자사업만 봐도 그렇다. 한국벤처투자는 출자사업 부문 중 일부를 '중소형'과 '대형'으로 나눠 진행했다. 중소형 분야엔 컨소시엄 포함 12곳의 운용사가 지원한 반면, 대형 분야엔 단 2곳이 지원하는 데 그쳤다. 중소형 쏠림 현상이 심화한 셈이다.


펀딩 혹한기라 불릴 만큼 악화된 자금 조달 환경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는 결과다. 대형 운용사 입장에서도 매칭(matching) 자금 확보 부담이 큰 대형 펀드보다는 비교적 결성하기 수월한 중소형 펀드 쪽을 택하겠단 복안이 깔려있을 터다.


하지만 벤처투자 업계 전체로 보면 다소 아쉬운 행보다. '헤비급 운용사'들의 하향지원은 결과적으로 득보다 실이 크기 때문이다. 우선 전체 시장 규모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들급 운용사'들의 영역을 사실상 흡수하는 꼴이어서다. 또 민간이나 해외 자본 등 신규 출자자(LP)를 유치해야 한다는 동기부여도 덩달아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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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대형 운용사들의 하향지원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허들은 매우 낮은 편이다. 기껏해야 신생 운용사들과 경합하지 못하게 '루키리그'라는 울타리가 하나 있을 뿐이다. 사실상 '루키'와 '루키가 아닌 일반운용사'로 운용사의 체급을 양분한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올해 대형 부문에 도전장을 던진 TS인베스트먼트와 신한벤처투자의 결정은 이런 측면에서 더욱 박수받아 마땅하다. 특히 신한벤처투자가 지원한 일반세컨더리 대형 부문은 모태펀드 출자비율이 20%에 불과해 결성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200억원을 밑천 삼아 최소 10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해야 한다. 위탁운용사(GP) 두 곳을 뽑는 자리에 신한벤처투자만 단독 지원할 정도로 흥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 출자사업은 대형 운용사들의 자발적 지원에 맡기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하향지원보다는 적정 또는 상향지원이 이뤄질 수 있게 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스포츠로 따지면 체급을 측정할 수 있는 '체중계'를 들이자는 뜻이다. 체급 세분화를 통해 소형·중형·대형 벤처캐피탈들이 따로, 또 같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청사진을 그려 볼만하다.


'사랑에 연습이 있었다면, 우리는 달라졌을까'라는 노래 가사가 있다. VC 출자사업에 체중계가 있었다면, 적어도 극단적인 중소형 쏠림 현상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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