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만영 기자] 코스닥 상장사 '핑거'의 경영권 변동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유상증자와 구주 인수, 메자닌 투자까지 동시에 맞물리며 단순한 최대주주 변경을 넘어 성호전자 오너 2세 박성재 부회장이 이끄는 서룡전자를 축으로 지배구조 재편이 본격화되는 흐름이다. 여기에 글로벌 디지털자산 기업까지 참여하면서 거래 성격도 신사업 진출 포석으로 확장되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핑거는 지난 22일 서룡전자를 대상으로 3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납입일은 2026년 5월21일로, 납입 완료 시 서룡전자는 단숨에 최대주주(지분 21.71%)에 오른다.
같은 날 기존 최대주주인 박민수 핑거 부회장도 보유 지분 25.42% 중 15.3%(143만9096주)를 장외매도하겠다고 공시했다. 장외매도 후 박 부회장의 지분율은 10.12%(95만1863주)까지 낮아진다. 유상증자 마무리 후 지분율은 7.92%까지 하락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신규 투자자 유입과 기존 지분 정리가 동시에 진행되는 구조로, 사실상 경영권 이양을 전제로 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해석된다.
구체적인 구주 인수 주체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서룡전자가 인수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서룡전자나 우호 세력이 이를 인수할 경우 지배력이 더욱 공고해질 수 있어서다.
이번 거래의 핵심은 같은 날 발표된 800억원 규모의 메자닌(CB 500억원, BW 300억원) 발행이다. 서룡전자가 전환사채(CB) 385억원, 성호전자가 신주인수권부사채(BW) 200억원을 인수한다.
서룡전자는 성호전자 박현남 창업주의 아들인 박성재 대표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서룡전자는 현재 성호전자 지분 38.35%를 단독 보유하고 있으며, 특수관계자 지분까지 포함하면 지배력은 55.12%에 이른다.
여기에 글로벌 디지털자산 결제 기업 문페이와 판토스홀딩스가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했다. 단순 재무적투자자(FI)가 아닌 사업 연계를 전제로 한 투자라는 점에서 거래 성격이 크게 달라진다.
메자닌 조건 역시 지분 확보를 전제로 설계된 구조로 보인다. 표면·만기이자율이 모두 0%이며 CB에는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이 없고, BW 역시 발행 12개월 뒤부터 3개월마다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지만 상환율이 100%여서 사실상 무이자 상환에 그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환보다 전환청구권 행사를 통해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수익 경로다.
최저조정가액(리픽싱)도 없어 전환가액은 1만2509원으로 고정됐다. 주가 상승 시 지분 확대 효과가 극대화되는 구조로, 단순 자금 조달이 아닌 경영권 확보 수단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구조를 종합하면 '유상증자→구주 인수→메자닌 전환'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지배력 확대 시나리오가 이미 설계됐다고 볼 수 있다.
시나리오대로 진행될 경우 서룡전자의 핑거 지분율은 단숨에 30%를 넘어선다. 여기에 메자닌 전환까지 반영하면 최종 지분율은 과반을 웃돌 가능성이 높다. 이는 서룡전자를 중심으로 한 그룹 재편이 한층 속도를 낼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다만 이번 거래의 본질은 지배구조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핑거가 보유한 국내 금융기관 네트워크와 문페이의 글로벌 디지털자산 결제 인프라를 결합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핑거는 은행·카드사 등 금융기관을 고객으로 둔 핀테크 플랫폼 기업이다. 사실상 국내 금융망에 접근 가능한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어 글로벌 크립토 사업자 입장에서는 진입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
문페이는 180개국에서 디지털자산 결제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코인베이스·메타마스크 등 주요 플랫폼과 협업하고 있다. 이 인프라를 핑거 시스템에 연동할 경우 기업 간 결제부터 금융 서비스까지 스테이블코인 활용 범위가 빠르게 확장될 수 있다.
특히 최근 국내에서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논의가 본격화되는 점도 이번 투자 배경으로 꼽힌다. 제도화 이전 선제적으로 인프라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다.
핑거는 이번 유증과 메자닌 조달을 통해 확보한 총 1100억원의 자금을 운영자금(300억원)과 AI(350억원), 블록체인(450억원)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지난 1일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이 새 주인 체제 하에서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핑거 측은 경영권 변동 및 기존 경영진 거취에 대해 "아직 의사결정이 완료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 구체적인 답변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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