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가 급변하는 글로벌 투자 지형 속에서 이정표를 제시하기 위해 국내 자본시장의 최전선에 있는 5대 자산운용사와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2025년은 AI가 쏘아 올린 기대감에 움직였다면 2026년은 그 기대가 숫자로 증명되어야 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미래·한투·신한·타임폴리오운용 등 5개 하우스의 전략가들이 진단한 2026년 핵심 키워드와 리스크 관리, 투자법 등을 종합해 2026년 증시를 전망해본다.
[딜사이트 김광미 기자] "2026년은 AI 버블론과 AI 혁신성장론이 맞서는 가운데, 결국 실적으로 검증된 기업만 살아남는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2일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은 2026년 글로벌 증시 전망에 대해 이렇게 요약했다. 이어 그는 "올해는 기대가 아닌 실적에 따라 종목 간 수익률 격차가 본격화되는 해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 본부장은 글로벌 증시의 중심 화두로 'AI 버블'을 꼽았다. 이는 붕괴를 전제로 한 표현이라기보다, 인공지능(AI)을 둘러싼 버블 우려와 혁신 성장 기대가 동시에 작용하는 국면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AI 주요 기업들의 펀더멘탈과 실적, 개별 이벤트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며 "수익 구조에 따라 AI 기업 간 주가 차별화가 한층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시 환경은 녹록지 않다. 김 본부장은 2026년 주요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반적으로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은 1.8%, 유로존은 1.0%, 일본은 0.8%, 중국은 4.2% 수준을 제시했다. 특히 미국은 지난 3~4년간의 고성장 국면을 지나 잠재 성장률 수준으로 복귀하는 과정에 있다는 판단이다. 고용 둔화와 소비 정체 흐름이 상반기까지 이어지고, 물가가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목표치를 웃돌면서 금리 인하 여력도 제한될 것으로 봤다.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횟수는 1회, 최종 금리는 3.5% 수준을 전망했다.
정책 측면에서는 미국 경제의 구조적 전환에 주목했다. 김 본부장은 "2026년은 미국의 제조·기술 생태계 구축이 구체화되는 해"라며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책 추진 속도가 한층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소비 중심 경제에서 생산 중심 경제로의 전환이 가시화되면서, AI에 집중됐던 투자가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이는 기업 이익 성장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증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수출 회복과 재정 확장, 건설투자 반등 등을 감안하면 성장률이 2% 수준을 기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가는 2% 전후에서 안정되고, 기준금리는 2.5%로 동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는 "한국 경제에 대한 단기적인 눈높이를 다소 높일 필요가 있다"며 "2026년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은 올해 약 300조원에서 400조원 수준으로 늘고, 증익의 80%는 반도체 산업에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경계감을 나타냈다. 부동산 부진 장기화로 소비 심리 약화가 이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 본부장은 "디플레이션 압력이 심화되면서 가계 예금은 늘고 대출은 줄어드는 흐름"이라며 "중국 정부가 AI 기술 자립과 자본시장 육성에 나설 가능성이 크지만, 단기적인 버블 형성 가능성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6년 시장에서 특히 경계해야 할 리스크로는 ▲AI 버블론 확산 ▲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 국면에서의 금리 스파이크 ▲미국 경기 둔화 ▲환율 변동성을 꼽았다.
AI와 반도체 섹터의 중장기 성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김 본부장은 "AI와 반도체 랠리는 2030년까지 이어질 수 있지만, 내년에는 비중 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테크 비중이 과도한 포트폴리오는 자산 배분 관점에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I 투자 방향도 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동안 그래픽처리장치(GPU), 고대역폭메모리(HBM), 서버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데이터센터 건설과 전력 인프라로 투자가 확장될 것"이라며 "전력 인프라는 단기 테마가 아닌 5~10년짜리 구조적 자본지출(CAPEX) 사이클"이라고 평가했다.
AI 수요 확대에 따른 국내 대표 수혜주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꼽았다. 그는 "텐서처리장치(TPU) 부문에서 마이크론의 생산 능력 한계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양강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AI 칩 시장 성장 속도를 고려하면, 엔비디아와 구글 간 경쟁과 무관하게 두 기업의 중장기 전망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미국 전력 인프라 노후화로 변압기 등 핵심 설비의 공급 부족이 이어지면서 국내 전력 설비 기업들의 수혜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 본부장은 "지난해 'AI Everything 랠리'에서 2026년은 '차별화와 확장'의 국면으로 넘어가고 있다"며 "누가 최종 승자인지 단정하기 어려운 만큼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한 분산 투자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술주 외에 주목할 국내 섹터로는 조선, 방산, 금융을 제시했다. 조선업은 신조선 수주 호조, 방산은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에 따른 글로벌 방위비 증가, 금융주는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감액배당 등 제도 변화에 따른 고배당 매력을 근거로 들었다.
퇴직연금 계좌에서 담아볼 ETF로는 'KODEX 미국성장커버드콜액티브'와 'KODEX 타겟데이트펀드(TDF)2060액티브'를 추천했다. 미국성장커버드콜액티브는 나스닥100을 비교지수로 한 탄력적인 커버드콜 전략으로 연금 투자에 적합하고, TDF2060액티브는 글로벌 주식과 국내 채권을 분산해 장기 투자에 안정성을 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2026년 핵심 운용 전략으로 'AAA(AI·Asset Allocation)'를 제안했다. 그는 "저점에 투자하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실적에 기반한 투자를 해야 한다"며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자산 배분을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는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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