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광석 기자] 정부가 혁신형 제약기업에 제공하는 약가 가산(인센티브) 제도 개편을 예고함에 따라 제약사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전체 기업을 일괄 평가하지 않고 매출액을 기준으로 그룹을 나누고 그 안에서 연구개발(R&D) 비중을 다시 평가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평가기준이 될 매출액 구간 설정에 따라 제약사들 간의 희비가 크게 엇갈릴 것으로 관측 중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복지부)는 지난달 28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약가제도 개선방안(안)'을 보고했다. 개선 방안에는 내년 하반기부터 제네릭(복제약) 및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을 현행 53.55%에서 40%대로 낮추는 내용과 함께 제약사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가산 제도 개편안도 함께 포함됐다.
정부는 그동안 제네릭이 최초로 등재되면 일률적으로 약가를 가산(59.5%)해 주던 제도를 2026년 하반기부터 폐지할 계획이다. 대신 혁신형 제약기업 여부와 R&D 투자 규모에 따라 가산율을 차등 적용한다.
구체적으로 혁신형 제약기업 중 매출액 대비 의약품 R&D 비율이 상위 30%인 기업은 68%의 우대 약가를 적용받는다. 하위 70% 기업은 60%, 혁신형 제약기업이 아니더라도 신약 개발을 위한 2상 임상시험 승인 실적이 있는 등 일정 요건을 갖춘 기업은 55% 수준을 적용받게 된다. 결국 R&D 투자를 하지 않는 제약사는 더 이상 높은 약가를 받을 수 없는 구조가 되는 셈이다.
올 6월 말 기준 정부가 지정한 혁신형 제약기업은 총 49곳이다. 정부는 이들 기업에 대해 매출액을 기준으로 그룹별 평가를 운영할 계획이다. 기업 규모가 서로 다른 점을 고려해 그룹을 나눠 해당 그룹 내에서 매출액 대비 R&D 비율을 따져 등수를 매기는 방식이 유력하다.
아직 구체적인 매출액 기준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최소 3개 이상의 그룹이 만들어 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1조원 이상'과 '1000억원 미만' 구간은 설정이 유력하며 중간 그룹에서 치열한 격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혁신형 제약기업 중 올해 연매출 1조원 이상이 예상되는 공룡 그룹은 총 9개사다. 이중 매출액 대비 R&D 비율 상위 30%는 셀트리온,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이 유력하다. 세 곳 모두 막대한 매출 규모만큼이나 R&D 투자에 공격적인 기업들이다.
3000억원 이상 1조원 미만 구간이 설정될 경우 총 14개 제약사가 해당 그룹에 포함될 전망이다. 다만 R&D 집중도가 높은 대기업 바이오 계열사가 포함돼 있어 전통제약사들이 상대평가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해당 그룹에서는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동아ST 등이 수혜권에 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한독, 한림제약, 동화약품, 일동제약 등은 상대적으로 R&D 비중 경쟁에서 밀려 상위 30% 진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1000억원 이상 3000억원 미만 구간(14개사)에는 대형 바이오텍과 중소제약사가 혼재되어 있다. 한올바이오파마, 에이비엘바이오, 알테오젠, 메디톡스 등이 R&D 비율 상위권에 포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신풍제약, 현대약품, 대화제약 등은 수혜를 받기 어려울 전망이다.
1000억원 미만 그룹(12개사)은 대부분 바이오기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기업은 제네릭 판매보다는 기술수출이 주력이기 때문에 제네릭 약가 정책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매출액 기준 외에 다른 조건이 부과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장 한 관계자는 "가산 혜택을 받는 기업과 받지 못하는 곳의 희비가 극명하게 갈릴 것"이라며 "기준선이 조금만 변경되더라도 그룹이 바뀌어 제약사별 유불리가 뒤집힐 수 있어 정부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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