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산업안전 강화를 핵심 국정과제로 삼으면서, 기업 경영에서 안전은 더 이상 부차적 요소가 아닌 생존과 직결된 전략 과제가 됐다. 특히 건설, 자동차, 제조 등 전 산업에서 CSO(Chief Safety Officer)는 안전 정책 수립부터 현장 관리, 리스크 대응까지 핵심 역할을 맡고 있어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딜사이트에서는 각 기업별로 CSO를 집중 조명하고 그들이 당면한 과제와 향후 전략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한일시멘트가 오는 11월 자회사 한일현대시멘트를 흡수합병하는 가운데 오해근 대표이사 전무의 어깨가 한층 무거워질 전망이다. 오 전무가 이미 두 회사의 최고안전책임자(CSO) 겸 최고경영책임자(CEO)라는 점에서 당장 업무적 부담은 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하나의 회사가 두 개로 합쳐지면서 덩치 자체가 커지는 만큼, 중대산업재해를 더욱 철저하게 통제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33년 한일맨' 현장 전문가…2021년부터 시멘트 2개사 CSO
오 전무는 1965년생으로 성균관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했다. 1992년 한일시멘트에 입사한 오 전무는 특수레미탈팀장, 인천공장장, 부산영업본부장, 여주공장장 등 현장을 두루 경험한 '현장통'인 동시에 '정통 한일맨'이다. 특히 한일시멘트는 2017년 인수합병(M&A) 시장 매물로 나온 현대시멘트를 인수하며 자회사로 만들었는데, 오 전무는 2019년부터 한일시멘트와 한일현대시멘트 기술연구소장을 겸임했다.
특히 오 전무는 2021년 한일시멘트와 한일현대시멘트 2개사의 CSO로 발탁됐다. 시기적으로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과 맞물린다. 해당 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그 원인이 안전·보건 조치 확보 의무 위반일 경우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이며, 2022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됐다.
오 전무는 CSO 발령 1개월 만에 대표이사로까지 승진했다. 한일시멘트의 경우 2021년 11월 전근식 현 대표이사 사장 단독 대표이사 체제를 구축했지만, 3년 만에 오 전무를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한일현대시멘트도 동일한 날짜에 오 전무를 각자 대표로 임명했다. 한일시멘트가 각자 대표 체제로 회귀한 배경에도 중대재해법이 자리 잡고 있다. 회사 전반에서 안전경영에 대한 중요성을 의식했을 뿐 아니라 CSO를 대표 직에 앉혀 권한과 역할을 강화했다는 해석이다.
예컨대 오 전무는 한일시멘트·한일현대시멘트 각자 대표로 취임한 직후인 올 1월 중대재해 '제로(ZERO)'의 경영 목표를 세우고 전사적 안전관리 체계 고도화와 예방 중심의 안전문화 정착에 애쓰고 있다. 올 6월에는 양사 공동의 '안전 포럼'을 개최했는데, 이 자리에서 오 전무는 "전 구성원의 안전 마인드 함양이 우선"이라며 "지속적인 교육으로 전 임직원의 안전 의식 수준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 안전 경영 실천을 위해 지난 5월 주요 생산공장에서 사내 안전강사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임직원 및 협력사 직원 60명을 선발해 실무 중심의 안전 코칭 역량도 키우고 있다. 나아가 지난 7월부터는 팀별 공정 특성에 맞춘 현장 밀착형 안전관리를 수행 중이다.
◆ 매년 안전사고 발생…개별회사 때보다 통합회사가 불리
한일시멘트는 지분 77.78%를 보유한 한일현대시멘트를 흡수합병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경영 효율화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오 전무는 합병 회사에서도 대표 직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표면적으로 오 전무는 한일시멘트 통합법인이 출범한 데 따른 업무 수행 부담감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찌감치 주요 공장을 중심으로 그룹사 차원의 안전관리 체계를 마련해 뒀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한일시멘트와 한일현대시멘트는 오 전무 직속 안전관리 전담조직(안전실)의 감독 권한을 강화했으며, 오 전무를 위원장으로 하는 안전보건관리중앙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각 공장별로 리스크 사전관리를 위한 맞춤형 안전관리를 실시 중이며, 지속적인 교육 확대와 소통창구 강화로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전사 재해율을 0.2% 이하로 끌어내린다는 방침이다.
중대재해 발생을 막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자금도 투입하고 있다. 한일시멘트는 최근 3년간 안전 사고 대비 시설 개선 비용으로 총 221억원을 집행했다. ▲2022년 62억원 ▲2023년 71억원 ▲2024년 87억원인데, 연평균 18%씩 증액되고 있다. 같은 기간 한일현대시멘트는 ▲2022년 32억원 ▲2023년 50억원 ▲2024년 40억원 총 122억원을 지출했다. 여기에 더해 양 사는 올해 각각 총 131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문제는 이 같은 노력에도 산업 특성 상 중대재해 발생을 원천 차단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난해의 경우 한일현대시멘트에서는 2명의 협력사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한일시멘트의 경우 사망사고는 없었지만, 총 6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더군다나 이재명 정부가 경제성장의 일환으로 강력한 중대재해 근절 방안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현 정권 들어 중대재해 규모와 발생 횟수가 중요해졌는데, 통합 한일시멘트가 각각 개별 회사일 때보다 불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한편 오 전무는 "안전은 어느 한 부서의 과제가 아닌, 조직 전체가 함께 실천해야 할 가장 근본적인 가치임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면서 "중장기 안전 로드맵을 기반으로 체계적인 지표를 설정하고, 임직원과 협력사가 함께 만드는 자발적이고 지속가능한 안전문화를 조직 전반에 뿌리내려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