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한일시멘트가 자회사 한일현대시멘트와의 합병을 결정하면서 시멘트 업계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연간 매출이 1조7000억원에 육박하는 '공룡 시멘트사'로 재탄생하는 한일시멘트 합병법인의 최단기 목표는 '생존'이다. 시멘트업황이 유례 없는 불황과 맞닥뜨린 만큼 대대적인 사업구조 손질을 통한 원가 절감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 11월 한일현대시멘트 합병…'지주사' 한일홀딩스 지배력 그대로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일시멘트는 오는 11월1일자로 한일현대시멘트를 흡수합병한다. 한일시멘트는 한일현대시멘트 지분 77.7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앞서 한일시멘트는 지난달 17일 이사회를 열고 양사 합병을 결의했다. 세부적으로 한일시멘트가 존속회사가 되며, 한일현대시멘트는 소멸된다. 합병 비율은 한일시멘트 1 대 한일현대시멘트 1.0028211이며 새로 발행되는 신주는 총 430만6438주다. 합병신주 상장 예정일은 11월21일이다.
한일시멘트는 이번 합병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경영 효율화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한일시멘트 측은 "한일시멘트와 한일현대시멘트가 중복으로 시멘트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만큼 합병 이후 비용적인 측면에서 절감 효과가 발생해 수익성이 증대될 것"이라며 "규모의 경제 달성으로 원가 경쟁력 역시 강화되는 만큼 재무구조 확대, 외형 및 수익성 증대가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한일시멘트그룹은 지주사인 한일홀딩스(옛 한일시멘트)를 중심으로 한일시멘트, 한일산업, 서울랜드, 한일목장 등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한일시멘트는 다시 한일현대시멘트와 한일개발을 지배하고 있다. 한일시멘트는 2018년 옛 한일시멘트에서 시멘트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신설된 회사이며, 옛 한일시멘트는 지금의 한일홀딩스로 사명을 바꿨다. 한일현대시멘트는 1969년 12월 설립된 현대시멘트를 전신으로 하는데, 2017년 한일홀딩스(옛 한일시멘트)로 인수됐다.
합병 작업이 완료되면 한일홀딩스의 한일시멘트 합병법인 지분율은 종전 63.5%에서 59.8%로 소폭 낮아질 것으로 계상된다. 하지만 기존 지배력에는 변동이 없을 것으로 파악된다.
◆ 통합, 예정된 수순…양사 합산 매출 1.7조 육박 '업계 1위'
업계에서는 한일시멘트의 한일현대시멘트 흡수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일홀딩스는 한일현대시멘트를 인수할 당시 사모펀드 운용사인 LK투자파트너스와 함께 특수목적법인(SPC) 'HLK홀딩스'를 설립했다. 해당 SPC 지분율은 한일홀딩스가 49%, LK파트너스가 51%를 각각 나눠가진 형태였다.
한일홀딩스는 2019년 약 2200억원을 들여 매수청구권(콜옵션)을 행사했고, 한일현대시멘트에 대한 단일 지배력을 구축했다. 이후 HLK홀딩스는 2020년 한일시멘트와 합쳐졌는데, 두 회사를 합병하기 위한 사전작업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우세했다.
한일시멘트 합병법인 출범으로 국내 시멘트 업계는 기존 7개사 체제에서 ▲쌍용씨앤이 ▲삼표시멘트 ▲성신양회 ▲아세아시멘트 ▲한라시멘트 6개사 체제로 재편된다. 한일시멘트 합병법인은 매출 기준 업계 1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한일시멘트는 지난해 말 별도기준 매출 1조1501억원을 기록했으며, 한일현대시멘트는 5134억원을 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 단순 양 사 합산 매출은 1조6635억원이다. 합산 영업이익은 2691억원으로, 이익률은 16.2%다. 같은 기간 현재 시멘트 업계 1위 업체인 쌍용C&E(쌍용씨앤이)의 경우 별도 매출 1조3100억원, 영업이익 1152억원, 이익률 8.8%으로 나타났다.
시장 점유율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출하량 기준 시장 점유율이 20%가 넘는 곳은 쌍용씨앤이(21.2%)가 유일하다. 한일시멘트와 한일현대시멘트는 각각 11.1%, 10.7%로, 이를 더하면 약 21.8%가 된다.
◆ IMF보다 더한 건설업 침체…단가 경쟁력 확보·비용 축소 목적
한일시멘트가 이제야 합병 작업을 개시한 주된 요인으로는 전방산업인 건설업의 침체를 꼽을 수 있다. 건설경기가 침체되면서 각종 건자재 업체들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국내 시멘트사들의 올 상반기(1~6월) 내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7.4% 감소한 1888만톤(t)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내수 판매량이 2000만톤을 하회하는 것은 1992년(1976만톤) 이후 33년 만이다. 특히 이 같은 수치는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의 2148만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던 2008년 2404만톤에도 크게 못 미친다. 한일시멘트와 한일현대시멘트 역시 매출 부진을 겪었다. 두 회사의 올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1.7%, 80.3% 감소한 1951억원, 1011억원이었다.
이에 한일시멘트그룹이 사실상 '버티기 전략'에 돌입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애초 핵심 사업 자체가 시멘트로 중복되는 만큼 각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데다, 규모의 경제로 단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건비 절감 효과도 거둘 수 있을 전망이다. 예컨대 한일시멘트와 한일현대시멘트는 전근식 대표이사 사장과 오해근 대표이사 전무가 겸직 중이며, 이노선 영업본부장과 김영진 관리본부장, 전재철 단양공장장 겸 삼곡공장장 등 두 회사에서 모두 근무하는 인력이 적지 않다.
나아가 이번 통합이 재무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NICE신용평가(나신평)는 한일현대시멘트의 장기신용등급을 상향검토 등급감시 대상에 포함시켰다. 나신평 측은 "한일시멘트로의 흡수합병으로 한일현대시멘트의 회사채가 한일시멘트로 이관된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인수주체인 한일시멘트의 신용등급의 경우 종전과 동일한 'A+(안정적)'을 유지했다.
이와 관련, 한일시멘트그룹 관계자는 "한일시멘트와 한일현대시멘트는 사업영역이 중복되는 만큼 합병 후 인력 관리와 시설 운용에 있어서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규모의 경제 달성을 통해 원가경쟁력을 강화하면 수익성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