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기령 기자] 국내 최초 유한책임회사(LLC)형 벤처캐피탈(VC)인 프리미어파트너스가 1조원 규모의 대형 블라인드 펀드 결성을 계기로 미드-라지캡 거래를 위한 사모펀드(PEF) 운용사로 변신한다. 최대 수십억원 단위 스몰캡 거래로 짜였던 투자 전략을 미드캡 그로스캐피탈(GC)을 넘어 바이아웃(중소·중견기업 경영권 인수)까지 넓히려는 시도다. 넉넉한 실탄으로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나타낼 전망이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프리미어파트너스는 올 초 6호 블라인드 펀드 조성을 위한 1차 클로징을 8400억원으로 마쳤고, 이후 1000억원 안팎의 자금을 더 끌어모아 목표했던 1조 클럽을 사실상 성사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하버드대 기금 등을 통해 해외 LP(사모 기관투자가, 유한책임사원) 모집을 진행하는 상태로 앞서 IMM프라이빗에퀴티 등이 썼던 전략처럼 6호 펀드의 사이드카 형식 위성펀드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중심으로 투자하지만 투자자 모집은 6호를 기점으로 글로벌 투자가를 대상으로 외연을 넓혀 조단위 자금을 지속적으로 조달하려는 포부다.
벤처 투자(VC) 분야에서 쌓은 네트워크와 전문성을 활용해 미드-라지캡 분야로 키워 대형사로 성장하는 모습은 스틱인베스트먼트가 보인 모범 사례가 있다. 스틱은 벤처로 집대성한 투자 노하우를 바탕으로 투자 대상을 주로 중소·중견기업에 집중했고, 최근에는 대기업이 분할하는 라지캡 카브아웃 딜을 따내는 스페셜 시추에이션 전략까지 구사하고 있다. 주로 MBK파트너스나 한앤컴퍼니,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 등 태생이 주로 해외파로 구성된 다국적 하우스들과 경쟁하는 수준으로 올라선 것이다. 프리미어 역시 스몰캡에서 미드캡으로 투자영토를 확장한 뒤 향후 라지캡 하우스로 성장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 상대 출신의 정성인 상임고문과 카이스트 경영대학원을 나온 송혁진 파트너가 인터베스트에서 나와 2005년 설립한 프리미어파트너스는 올해로 설립 21년차를 맞았다. 정 고문은 1981년 KTB네트워크 입사해 45년간 활약한 1세대 벤처캐피탈리스트다. 송혁진 대표는 삼성전자 반도체 근무를 발판으로 2000년대 초반부터 정 고문과 함께 무대를 금융계로 옮겨 유니콘들을 발굴해 왔다. 이들은 SKIET와 크래프톤, 메디트 등의 초기 투자에 크게 성공하면서 VC로서 입지를 키워왔다. 그리고 지난 4월에는 PE 부문에서 투자했던 메가커피 운영사인 앤하우스 투자금 전액을 회수(엑시트)하면서 투자원금대비(MOIC) 2배 가량의 수익을 거뒀다.
프리미어의 정체성 변화는 최근 단행한 인사 개편과도 맞물려 있다. 창립 멤버인 정 상임고문이 올해 초 파트너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조직개편이 본격화됐다. 유한회사(LLC) 구조상 구성원들이 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경영에 참여하기 때문에 정 상임고문이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자신이 보유한 출자좌를 내부 파트너들에게 넘기면서 세대 교체가 명예롭게 이뤄졌다.
사모펀드 운용사로 정체성을 강화하는 일환으로 실탄 확보와 함께 인력 교체도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 대표 파트너로 송혁진 창립자가 굳건한 가운데 김성은 파트너를 공동대표로 추대했다. 조준연 이동훈 파트너 외에 경영관리 총괄 임용기 부사장도 100좌 이상의 출자분을 확보했다. 지분으로 보면 4~9% 수준을 가진 파트너가 8인, 대표 파트너가 각각 22% 가량을 보유한 미래지향적 조직이 구성된 셈이다.
사실 프리미어파트너스는 지난 2010년부터 첫 PE펀드를 결성해 규모와 성과를 확장해 왔다. 2015년에 2000억원 규모 블라인드 펀드를 만들었고, 2018년 3060억원(4호), 2022년 7122억원(5호)으로 그 대형을 넓혀왔다. 이들의 행보는 단순한 전략 변경이 아니라 정체성 전환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프리미어파트너스에 투자한 공제회 관계자는 "특히 1조원 규모 메가펀드가 성공적으로 결성됐기 때문에 (프리미어파트너스가) 미드캡 바이아웃 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젊은 투자역들이 가세하면서 앞으로는 공격적인 투자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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