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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업계에 드리운 블랙리스트 그림자
김기령 기자
2025.08.28 08:25:10
출자사업 GP 선정에 개인임원 전횡 논란…한국벤처투자 신뢰 위기
이 기사는 2025년 08월 27일 10시 5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기령 기자] "모태펀드 블랙리스트는 그냥 소문이 아닙니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어서 누구도 문제제기를 할 수 없을 뿐이에요."


벤처투자 업계에 소문이 파다한 블랙리스트에 대해 묻자 한 관계자는 오랜 고민 끝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사실 그 분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하우스는 출자사업에서 여지없이 탈락하는 게 사실"이라고 내뱉었다.


실제로 취재를 면밀히 해보니 틀린 말이 아니었다. 최근 1~2년간 한국벤처투자(KVIC)의 출자사업에서 특정 벤처캐피탈(VC)들이 1차 심사는 매번 통과하고서도 최종 단계에서 낙마해 위탁운용사(GP)에 선정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석연치 않은 결과에 일각에서는 "이번 심사에도 그 분이 입김을 넣은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해당 의혹은 KVIC의 모 인사가 모태펀드 출자사업에 지원한 VC 중 특정 하우스들을 블랙리스트 형태로 관리하면서 선정에 개입해왔다는 게 골자다. 투자심의 과정에서 특정 하우스가 통과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출자심의위원회 위원들에게 "이 하우스는 선정되기에는 문제가 많다"는 식의 언질을 주는 등 심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고 알려졌다. 일부 하우스에 대해서는 과도한 징계 조치를 내린다거나 단독 지원으로 GP 선정이 유력할 경우에는 미선정으로 출자사업 자체를 아예 연기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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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영화⋅콘텐츠 전문 하우스가 주요 타깃이라는 점에서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연상케 한다. 박근혜 정부 당시 영화 '변호인' 제작사와 투자사, 감독, 출연 배우 등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외압을 가했다고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다.


모태펀드 블랙리스트가 지적되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국감에서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관계자가 연루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여당 의원은 당시 국감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백서에 모 인사의 이름이 기재돼 있다"며 "백서에는 한국벤처투자에 영입된 인물이 특정 영화를 지목하며 투자하지 말라고 외압을 행사했다는 증언이 기재돼 있다"고 비판했다. 


관련 인사는 영화계에서도 뿌리 깊은 관계자로 지목된다. 박근혜 정부 당시부터 벤처업계로 중용됐다. KVIC 내부에서도 전횡을 모두 인지하지만 딱히 자정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투심위에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건 법 위반이 아니라서다. 어떤 측면에서는 고유의 재량권 행사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이라는 말로 포장한 찍어누르기라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온다. 모태펀드는 국내 벤처투자 시장에서 출자 비중이 가장 큰 출자자다. 모태펀드 GP에 선정되지 못하면 투자 기회를 잡기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특히 중소형 VC의 경우 타격은 더 크다. 


시장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모태펀드 출자사업이 공정성을 잃고 일부 임원의 정치 성향에 따라 특정 운용사의 심사결과를 좌우한다는 건 심각한 사안이다. VC업계에서 공공연히 나돌고 있는 블랙리스트 의혹에 지금이라도 주무부처가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 국가사업의 신뢰 문제로 확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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