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기령 기자] 비은행계 금융그룹 최초로 2000억원대 민간벤처모펀드(FoF) 조성에 나선 키움인베스트먼트가 본격적인 출자사업을 앞두고 흥행 변수에 직면했다. 최근 발행어음 인가 확대와 생산적 금융 기조를 바탕으로 증권사·금융지주 계열 자금이 시장에 대거 유입되면서 대형 벤처캐피탈(VC)들이 굳이 경쟁사 모펀드에 손을 벌릴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키움인베 민간모펀드가 중소형 하우스들만 몰리는 제한적인 리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키움인베는 최근 그룹 계열사인 키움증권으로부터 2000억원의 출자 확약을 받아 '키움벤처히어로모펀드 조합'을 조성하기로 확정지었다. 여기에 키움인베의 GP커밋까지 더해지면 전체 조성 규모는 2000억원을 웃돌 전망이다. 이달 말 블라인드펀드 출자사업을 시작으로 자펀드 출자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이번 모펀드는 하나벤처스가 결성한 국내 1호 민간 벤처모펀드에 이어 두 번째 사례다. 특히 비은행계 금융그룹 계열사가 2000억원대 민간 벤처모펀드 조성에 나선 첫 사례라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는다.
다만 실제 출자사업 흥행을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키움인베 모펀드 외에도 VC들의 자금 조달 선택지가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발행어음 인가 확대와 생산적 금융 기조가 맞물리면서 증권사·금융지주 계열 자금의 벤처투자 수요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조달한 자금을 혁신기업과 벤처투자 등 생산적 금융 분야에 공급해야 한다는 정책 기조가 강화되면서 증권사들도 벤처펀드 출자 확대에 속도를 내는 양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벤처투자 경험이 많지 않은 증권사들은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트랙레코드가 검증된 대형 VC 중심으로 출자를 검토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대형 VC들은 굳이 키움인베 모펀드 출자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증권사·은행계 LP들로부터 직접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키움인베가 직접투자와 모펀드 운용을 병행하는 VC 하우스라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자금 조달 효과와 별개로 주요 포트폴리오와 후속 투자 계획 등 민감한 운용 정보가 공유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대형 VC들 사이에서는 키움인베 모펀드 참여를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한 대형 VC 관계자는 "발행어음 증권사와 연기금 등으로 LP 저변이 넓어진 상황에서 굳이 경쟁하우스에게 딜 파이프라인을 공유해가며 자금을 받을 유인이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는 하나벤처스가 민간벤처모펀드를 결성할 당시에도 제기됐던 쟁점이다. LP와 GP 간 경계가 불분명해질 경우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자펀드 운용사는 모펀드 운용기관에 투자 포트폴리오와 운용 전략을 보고해야 하는데 모펀드 운용을 병행하는 VC가 해당 정보를 자사 펀드 운용에 활용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키움인베 모펀드의 수요는 대형 VC들과 달리 독자적인 민간 LP 네트워크가 상대적으로 약한 중소형 VC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모태펀드 GP로 선정됐지만 민간 매칭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운용사들이 주요 후보군이다.
대형 VC 참여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에도 키움인베스트먼트가 모펀드 조성에 나선 배경에는 다우키움그룹 차원의 전략적 목적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모펀드가 단순한 자금 공급 사업이라기보다 그룹 투자 네트워크 확대 전략의 연장선이라는 관점이다.
특히 이번 사업은 그룹 내 투자 부문에서 보폭을 넓혀온 오너 2세 김동준 대표 체제 하에서 추진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표면적으로는 민간 자금 공급 확대라는 정책적 명분이 크지만 모펀드 구조상 다양한 VC들과 접점을 넓히고 유망 운용사의 포트폴리오 및 최신 투자 흐름을 선제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은 다우키움그룹 차원에서도 포기하기 어려운 전략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동시에 대형 VC들이 키움인베 모펀드 참여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배경으로도 작용한다.
업계에서는 결국 대형 VC들의 참여 여부에 따라 이번 모펀드가 민간 벤처모펀드 확산의 신호탄이 될지 중소형 운용사 중심의 반쪽짜리 펀드에 머물지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VC 한 관계자는 "결국 핵심은 어떤 대형 하우스들이 실제로 참여하느냐"라며 "대형 VC가 빠진 채 중소형 운용사 중심으로만 구성될 경우 시장 기대만큼의 상징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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