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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외치더니…키움-다올-유진 이사회 보신
김광미 기자
2026.05.28 09:10:17
李정부 지배구조 개선 상법 개선하려는데…오너 증권사 오히려 이사회 방어 강화
이 기사는 2026년 05월 27일 14시 2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요 증권사 2026년 정기 주주총회 정관변경 결과 (제작=김수진 기자)

[딜사이트 김광미 기자] 정부가 증시 밸류업 정책을 통해 소수주주 보호와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하고 있지만 일부 오너 증권사들은 오히려 이사회 방어 장치 강화에 나섰다. 키움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이사 임기를 연장했고, 다올투자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은 이사회 규모를 오히려 축소하면서 외부 견제 리스크를 줄였다. 상법 개정에 따른 집중투표제 확대를 앞두고 외부 인사의 이사회 진입 가능성을 낮추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지난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제2-5호 '이사의 임기 및 재임기간 정비' 안건을 찬성 64.4%로 가결했다. 이 안건의 핵심은 기존 일반 이사는 최대 2년, 사외이사·감사위원은 연임 시 1년 임기를 부여해 매년 주총 승인을 받도록 했던 구조를 모든 이사 최대 2년으로 통일한 것이다.


안건 통과로 사외이사는 재선임 시 매년 주주 승인을 받을 필요 없이 최대 2년의 임기를 보장받게 됐다. 동시에 독립이사 재임 제한도 기존 5년에서 6년으로 확대됐다. 기존에는 주주들이 매년 사외이사 연임 여부를 평가하고 견제할 수 있었지만, 개정 이후 확대된 임기로 교체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이사회 연속성과 기존 이사진 안정성이 강화되는 구조가 됐다. 사실상 이사회 독립성이 약화되고 주주들의 견제 기회가 줄어든 셈이다. 실제 해당 안건의 반대·기권 비율은 26.2%에 달했다.


이 같은 흐름은 키움증권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한화투자증권도 올해 정기 주총에서 이사 임기를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회사 측은 경영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반대율은 11.2%를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임기가 길어질수록 소수주주가 원하는 인물로 이사회를 교체하기 어려워지고 외부 인사 진입 가능성도 낮아진다. 지배구조 관련 정관 변경 안건 역시 두 자릿수 반대율이 나오면서 소수주주 견제 약화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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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 주총에서 이사회 규모를 축소한 증권사들도 적지 않았다. 다올투자증권은 이사 수 상한을 기존 9인 이하에서 7인 이하로 줄였고, 유진투자증권 역시 최대 이사 수를 9명에서 7명으로 축소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이사회 운영 효율성 제고를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이사회 규모 축소 역시 집중투표제 확대를 염두에 둔 사전 방어 성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소수주주가 특정 후보에게 표를 집중해 이사회 진입을 시도할 수 있는데, 이사 수 자체가 줄어들면 신규 사외이사 선임 여지가 감소해 소수주주 추천 후보의 진입 가능성도 낮아진다. 결국 기존 경영진이 이사진 방어에 유리한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이는 올해 9월 시행 예정인 2차 상법 개정안과 맞물린 움직임이다. 개정안에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전체 주주로 확대하고, 집중투표제 및 감사위원 분리선출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소수주주도 특정 후보 1명에게 표를 몰아 이사회 진입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반면 이사 수를 줄이거나 임기를 늘리면 신규 후보가 들어갈 자리 자체가 감소하고 교체 주기도 길어져 기존 이사회 방어에 유리해진다.


기업들은 실제로 올해 정기 주총에서 이사회 구조를 손보는 정관 변경안을 잇달아 통과시켰다. 삼성전자는 올해 정기 주총에서 이사회 규모를 기존 9명에서 8명으로 축소했다. GS와 효성중공업, 롯데케미칼, 오뚜기, 카카오 등도 주총에서 이사 수를 줄이는 정관 변경안을 의결했다.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에 따라 소수주주 측 후보의 이사회 진입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지배구조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선제 조치 성격이다.


재계에서는 이를 상법 개정 시행 전 이사회 방어 장치를 미리 구축하려는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상법개정으로 올해 9월부터 시행되는 집중투표제를 무력화하려고 삼성전자를 포함한 많은 상장사들이 이사 수와 임기를 조정하는 안건을 상정했다"며 "국회와 투자자들을 무시하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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