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성준 기자] 서울시장 선거의 부동산 공약 대결이 결국 누가 더 주택공급을 많이 하냐는 숫자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시장과 구청장 경험이 있는 각 후보의 장점을 살린 공약이 다수 보이지만 단시간 내 많은 주택의 공급이 가능할지 현실적인 의문도 뒤따른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신속통합기획 2.0을 앞세워 2031년까지 31만호 착공을 제시한 가운데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선거공보에서 '착착개발'을 통해 2031년까지 민간·공공 정비사업으로 36만호 이상 착공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오 후보가 공급 확대, 정 후보가 도시공간 재편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였지만, 선거공보를 살펴보면 두 후보 모두 정비사업 속도전을 핵심 부동산 공약으로 내세운 셈이다.
차이는 방법론이다. 오 후보는 기존 서울시 정책인 신속통합기획을 2.0으로 고도화해 정비사업 규제를 풀고 강북·서남권 사업성을 보강하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정 후보는 '신통기획보다 더 빠르고 안전하게'라는 문구를 내세워 절차 통합, 자치구 권한 이양, 시장 직속 정비사업 전문 매니저 파견 등 행정 시스템 개편을 강조하고 있다.
두 후보의 차이는 착공 목표뿐 아니라 공급유형에서도 드러난다. 오 후보는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통한 착공 물량 확대와 함께 공공임대, 공공분양, 장기전세, 청년·신혼부부 주택 등 주거안전망 성격의 공급을 세분화했다. 반면 정 후보는 민간·공공 정비사업을 대규모 공급의 중심축으로 두면서 도심 내 연립·다세대주택,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 비아파트 공급을 병행하는 구상이다. 단순히 몇 호를 더 짓겠다는 경쟁을 넘어 공급 방식과 대상 계층에서 차이가 갈리는 셈이다.
◆오세훈, 신통기획 2.0 앞세워 멈췄던 공급에 '속도' 강조
오세훈 후보의 부동산 공약은 기존 서울시 주택정책의 연장선에 있다. 핵심은 신속통합기획 2.0이다. 오 후보는 2031년까지 31만호 착공을 목표로 제시하고, 이 중 8만5000호는 임기 시작 3년 내 핵심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해 신속 착공하겠다고 밝혔다.
오 후보는 정비사업 절차 단축을 위해 추진위원회 없이 바로 조합설립 단계로 넘어가는 '쾌속통합', 인공지능을 활용해 법령 검토와 정비계획 수립을 지원하는 '신통AI기획', 전화 상담형 정비사업 컨설팅인 '신통120' 등을 내세웠다. 정비사업 외 대규모 개발사업과 자치구 업무까지 신속통합기획 방식을 확산하겠다는 구상도 포함됐다.
강북·서남권 주거 개선도 주요 축이다. 오 후보는 주요 간선도로변 용도상향, 사전협상제 확대, 강북형 역세권사업 확대, 도심복합개발 특례, 사업성 보정계수 도입, 고도지구 높이규제 완화 등을 강북 주거 개선 인센티브 6종 세트로 제시했다. 사업성이 낮아 정비사업 추진이 어려웠던 지역의 일반분양 물량을 늘리고 공공기여 부담을 낮춰 민간 사업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선거공보에서는 기존 성과도 전면에 배치했다. 오 후보 측은 재개발 101개소, 재건축 74개소, 모아주택 244개소를 통해 공급세대수 29만4000가구를 다시 열었다고 강조했다. 또 신통기획 적용으로 20년 넘게 걸리던 정비사업 기간을 12년으로 단축했다고 설명했다.
주거안전망 공약도 공급정책과 함께 묶었다. 오 후보 공약의 특징은 공급유형을 비교적 촘촘하게 나눴다는 점이다. 2031년까지 31만호 착공이라는 정비사업 속도전과 별도로 주거이동 안전망 복원을 위한 공공주택 공급 계획을 제시했다. 오 후보는 2031년까지 공공주택 약 13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공공임대주택은 12만3000호, 공공분양주택은 6500호다. 공공임대에는 건설형, 정비사업 매입형, 역세권사업 등 매입형, 임차형이 포함되고 공공분양은 토지임대형 아파트와 할부형 아파트로 구성된다.
비아파트 공급도 별도 축으로 제시했다. 오 후보는 빌라·다세대 건설을 매년 1만호 지원하고, 리츠를 통해 정비사업 이주자용 빌라·다세대를 2031년까지 10만호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재개발·재건축으로 발생하는 이주 수요를 흡수하고 아파트 중심 공급만으로 메우기 어려운 임대 수요를 보완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선거공보에서도 오 후보는 31만호 착공, 공공임대주택 12만3000호, 장기전세주택 10만6000호, 청년·신혼부부 주거사다리인 더드림집 7만4000호, 시니어주택 공급 확대 등을 함께 제시했다. 정비사업을 통한 아파트 공급 확대와 공공임대·분양·장기전세 등 주거안전망을 동시에 가져가는 구조다.
결국 오 후보의 부동산 공약은 정비사업 규제 완화→사업성 개선→착공 물량 확대로 이어지는 공급 속도전에, 공공주택과 비아파트 임대 지원을 결합한 패키지에 가깝다. 이미 서울시가 추진해온 신통기획과 모아주택 정책을 더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공급유형별로 무주택자·청년·신혼부부·정비사업 이주자까지 수요층을 나누겠다는 메시지다. 다만 대규모 착공 목표가 실제 입주 물량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인허가, 조합 갈등, 공사비, 금융시장 여건 등 변수가 적지 않은 점이 리스크로 꼽힌다.
◆정원오, '착착개발'로 신통기획 대항…36만호 이상 착공 제시
정원오 후보의 부동산 공약은 당초 도시공간 재편과 교통망 확충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였지만, 선거공보를 보면 주택공급 공약도 전면에 배치돼 있다. 정 후보는 슬로건으로 '착착개발'을 내세우며 2031년까지 민간·공공 정비사업으로 36만호 이상 착공하겠다고 밝혔다. 오 후보의 31만호 착공보다 숫자상으로는 더 큰 목표다.
정 후보는 착착개발을 "신통기획보다 더 빠르고 안전하게"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핵심 수단은 절차 통합과 사업성 개선이다. 정 후보는 정비사업 기간을 최대 10년 이내로 단축하기 위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500세대 미만 사업지는 자치구에 권한을 이양하고, 시장 직속 정비사업 전문 매니저를 전 구역에 파견하겠다는 구상도 담았다.
공급 유형도 다양화했다. 정 후보의 공급유형은 민간·공공 정비사업을 중심에 두되 비아파트와 맞춤형 주택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정 후보는 민간·공공 정비사업을 통해 확보한 주택 일부를 부담 가능한 실속주택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도심 내 연립·다세대주택,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공급도 병행하고 청년·신혼부부·시니어 맞춤형 주택 공급 역시 공약에 포함했다.
이는 오 후보가 공공임대·공공분양·장기전세 등 공급유형별 물량을 세분화한 것과 차이가 있다. 정 후보는 36만호 이상 착공이라는 총량 목표와 정비사업 실행 방식에 무게를 두면서 확보된 물량 중 일부를 실속주택으로 돌리고 비아파트 공급을 병행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다만 선거공보상 36만호 이상 착공 물량이 민간정비, 공공정비, 실속주택, 연립·다세대, 오피스텔 등으로 각각 얼마나 나뉘는지는 구체적으로 아직 정하진 않았다.
정 후보의 5대 공약에서는 주택공급이 도시공간 재편 전략과 연결된다. 그는 기존 3도심 체계에 신촌·홍대, 청량리·왕십리 등 2대 미래혁신도심을 추가해 서울의 성장축을 넓히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성수·청량리·왕십리·창동·상계는 동북권 혁신도심으로, 신촌·홍대·상암·수색·연신내는 서북권 혁신도심으로 키우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 후보 공약의 차별점은 공급유형 자체보다 공급을 풀어내는 행정 방식에 있다. 오 후보가 신통기획이라는 기존 정책 브랜드를 고도화하는 방식이라면, 정 후보는 자치구 권한 이양과 전문 매니저 파견을 통해 현장 관리 체계를 바꾸겠다는 쪽이다. 성동구청장 출신이라는 이력을 바탕으로 구 단위 행정 경험을 서울 전역 정비사업 관리 모델로 확장하겠다는 메시지도 깔려 있다.
다만 정 후보 공약은 총량 목표는 크지만 공급유형별 세부 물량은 오 후보보다 덜 구체적이다. 오 후보가 공공임대·공공분양·장기전세·비아파트 임대 지원 등으로 공급 대상을 쪼갠 반면 정 후보는 민간·공공 정비사업 중심의 총량 목표와 실속주택·맞춤형 주택·비아파트 공급 방향을 제시하는 데 무게를 뒀다. 결국 두 후보의 부동산 공약은 착공 물량 경쟁이 아니라 정비사업으로 확보한 물량을 어떤 주택유형과 어떤 수요층에 배분할 것인지의 경쟁으로도 볼 수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양 후보가 제시한 2031년까지의 대규모(30만호) 착공 물량은 현재의 거시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현실성이 다소 떨어지는 선심성 공약에 가깝다"라며 "현재 정비사업 시장의 핵심 병목은 행정 절차의 속도가 아니라,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폭등 및 사업성 악화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정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더라도 조합원의 분담금 공포와 금융권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경색이 해결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착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라며 "따라서 규제 완화를 통한 확실한 사업성 보전이나 정교한 재원 조달 대책이 선행되지 않는 한 단기간 내 수십만 호의 착공 랠리를 달성하는 것은 물리적·경제적 한계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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