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삼성전자의 주가가 지난해 9월 이후 11개월여 만에 7만원을 돌파했다. 미국 테슬라와 22조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계약을 맺으면서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주가 흐름이 상승세로 전환했다. 오너 일가의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주식담보대출 부담도 다소 완화될 전망이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전 거래일과 비교해 4500원(6.83%) 오른 7만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6만8200원에 장을 열고 6만7000원선에서 거래되다가 오후 들어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종가 기준 삼성전자의 주가가 7만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9월4일(7만원) 이후 11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이른바 '7만전자' 회복 배경에는 대규모 수주 소식이 있다. 회사는 이날 개장 직전 글로벌 대형 고객사와 22조7647억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300조8709억원)의 7.6%에 해당하는 규모로, 단일 고객 기준 역대 최대 계약이다.
계약 상대방 등 세부 내용은 경영상 비밀유지를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X(구 트위터)를 통해 삼성전자에 자사 차세대 'A16' 칩 생산을 맡겼다고 언급하면서, 해당 계약의 실체가 테슬라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주가는 이 발언 직후 급등했다.
특히 최근 이재용 회장이 지난 17일 대법원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사건에 대해 무죄를 확정받은 점도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9년여 가까이 이어진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경영 불확실성이 줄었고, 시장에서는 주가 반등 기대감도 커진 상황이다.
이번 삼성전자 주가 상승은 삼성가 세 모녀(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담당 사장)의 4조3788억원 규모 주담대 부담을 일부 덜어주는 효과도 가져올 전망이다. 주가가 오르면 담보 유지 비율이 개선돼 금융권의 추가 담보 요구나 반대매매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이달 22일 기준 홍라희 관장은 삼성전자 주식 9247만8909주를 담보로 맡기고 총 3조3800억원을 국내 10여개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았다. 이부진 사장은 658만418주를 담보로 2500억원, 이서현 사장은 2209만4602주를 담보로 7488억원을 각각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11월14일 4만9900원까지 하락한 뒤 올해 상반기 내내 5만~6만원대에서 횡보했다. 이 기간 세 모녀가 담보로 맡긴 삼성전자 주식의 평가가치도 함께 낮아지며 일부 주담대 계약은 금융권의 담보유지비율(통상 140%) 기준을 밑돌 위험이 커졌다.
삼성전자가 보고서에서 공개한 세 모녀의 담보 조건을 바탕으로 추산하면 담보유지비율이 140%로 설정된 15건의 계약은 삼성전자 주가가 5만원대 초반까지 내려갈 경우 추가 담보나 상환 요청 대상이 될 수 있다. 담보유지비율이 110%인 3건은 주가가 4만원대 중반 이하로 하락할 경우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최근 주가가 7만 원선을 회복하면서 세 모녀의 주담대 부담은 일정 부분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세 모녀는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유산 상속 과정에서 발생한 12조원 규모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한 재원 마련 수단으로, 6년에 걸쳐 분할 납부하는 연부연납 제도를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 등 보유 주식을 담보로 주담대를 받거나 일부 지분을 매각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해왔다. 반면 이재용 회장은 주담대나 보유 지분 매각 없이 상속세를 납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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