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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엔무브 'IPO 철회'…SK플라즈마 '오해 불식' 총력
전한울 기자
2025.07.09 07:00:22
SK플라즈마, 2017년 SK디스커버리 지주사 전환 후 자회사 편입
이 기사는 2025년 07월 08일 16시 5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기업의 기업공개(IPO) 추진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자회사 상장이 의도치 않게 모회사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면 자칫 배임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다만 최근 중복상장에 대한 의미나 규정이 모호해 기업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함께 나온다. 미래 성장을 도모하는 기업에게 상장은 필수적인 자금조달 및 재무구조 개선 수단이다. 모회사 의존도를 낮추고 가려진 사업 가치가 긍정적으로 재평가될 수 있다. 기업의 스토리와 현 상황 등을 외면한 채 상장에 대해 획일적인 잣대를 들이대면 투자 적기를 놓쳐 자회사는 물론 모회사의 기업가치 모두 훼손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딜사이트에서는 최근 IPO를 추진하는 주요 그룹의 재무 및 사업 현주소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SK이노베이션 본사. (제공=SK이노베이션)

[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최근 SK그룹이 SK엔무브는 중복상장 논란으로 기업공개(IPO)를 철회하기로 했지만 SK플라즈마는 강행하기로 했다. SK플라즈마는 2015년 SK케미칼에서 물적분할된 혈액제제 전문기업이지만, SK디스커버리가 지주사로 전환되면서 그 자회사로 편입됐고, 매출도 미미해 중복상장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SK그룹 입장에서는 SK엔무브의 IPO 철회로 자금조달 셈법이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SK엔무브를 다시 흡수하면서 지배구조 일원화에 나섰지만, 시황 둔화세가 길어지고 재무 리스크도 크게 불어나면서 리밸런싱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중복상장을 향한 과도한 우려와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모회사 주가 등에 하향압력을 가한다'는 일방적인 논리가 모든 사례에 적용되지 않을 뿐더러, 산업계 전반이 어려운 상황 속 막대한 투자금을 적기에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날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2009년 SK에너지의 윤활유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SK엔무브를 설립한 뒤 IPO를 지속 추진해왔다. 2021년에는 SK엔무브 지분 40%를 IMM크레딧솔루션에 매각하고 외부투자를 유치하면서 '2026년 내 IPO'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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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엔무브는 올해 상장 예비심사를 진행하며 IPO에 속도를 냈지만, 올 5월 '중복상장 리스크'가 도마 위에 오른 뒤 한국거래소가 요구한 '주주 보호안'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IPO 절차를 철회했다. 이후 SK이노베이션은 사모펀드로부터 SK엔무브 지분을 다시 사들이기 위해 3767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이번 SK엔무브 IPO 철회로 SK이노베이션의 리밸런싱 및 자금조달 셈법은 한층 복잡해질 전망이다. 그룹 리밸런싱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IPO 가능성 역시 한층 낮아진 상태다. 30조원대의 SK이노베이션 순차입금 중 60% 이상이 SK온과 연관될 정도로 양사 연계성은 매우 깊다. 


SK이노베이션은 SK온을 상장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 캐즘 등 영향으로 SK온이 적자 수렁에 빠져있고 IPO 시장도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우회상장' 대안이 유력하게 떠오르기도 했다. 우량기업인 SK엔무브가 먼저 상장한 뒤 SK온을 합병하는 방식이다. SK온 IPO 시점이 빠르면 1년, 길면 2년 앞으로 다가온 만큼 발 빠른 자금 조달이 시급하지만, SK엔무브가 이번 상장 절차를 철회하면서 SK온 IPO 추진 과정에도 어려움이 커질 전망이다.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 상황도 녹록진 않다. 최근 신규투자로 순차입 규모가 늘면서 운신의 폭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올 1분기 기준 순손실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이러한 영향으로 같은 기간 유동비율은 100%대 아래로 떨어졌고, 부채비율은 200%대로 치솟았다. 추후 자회사 재무적투자자(FI) 엑시트 등 지원 사격에 한계가 상존하는 셈이다. 


SK이노베이션 최근 3년간 주요 재무 현황. (그래픽=김민영 기자)

SK이노베이션 주주 입장에서도 적자로 허덕이는 SK온을 안고 있기 보다는 SK엔무브 상장을 통한 합병 등의 방식으로 재무를 개선하고 적기에 투자를 진행해 기업 가치를 올리는 것이 오히려 주주 입장에서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SK플라즈마의 경우는 IPO를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통상적인 중복상장에 해당한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SK플라즈마는 10년 전 물적분할을 통해 SK케미칼의 지분 100%로 설립된 기업이다. 하지만 2017년 SK디스커버리가 지주사로 전환되면서 그 자회사로 편입됐다. 또 2024년 말 연결 기준 SK디스커버리가 거둔 매출액은 9조396억원이지만 혈장분획제제 사업부의 기여도는 2.3%에 불과하다. 자회사의 성장 여력이 모회사를 훨씬 웃도는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중복상장 논란에 들어가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특히 SK그룹 입장에서는 최근 주요 계열사들이 재무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막대한 자금을 적기에 조달 가능한 IPO 카드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고금리 추이와 실적·재무 둔화세가 이어지면서, IPO만큼 대규모 자금을 부담 없이 조달할 수 있는 방안이 제한적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자회사에 막대한 자금이 적기에 공급되면 성장투자와 실적확대로 이어져 배당이 늘고, 이는 다시 신사업 투자로 투입되는 선순환이 구축될 수 있다"며 "재무 및 주주가치 전반에 일부 영향을 주는 증자나 차입 대신 IPO를 통한 성장 노력이 이뤄진다면, 이는 곧 모기업 밸류업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업계에서도 중복상장이 모회사 가치에 하향압력을 가한다는 주장은 최근 산업, 시장이 가는 방향과 맞지 않는 편협한 시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 변혁기 속 대대적인 성장 투자가 필수인 시점에 외부자금 조달 채널을 일방적으로 막는다면 글로벌 경쟁에서 국내 기업이 뒤쳐져 시장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기업들이 보유자금 대신 외부자금을 조달해 몸집을 키우며 여러 역풍을 맞기도 했지만, 현 시점의 IPO는 오히려 모기업 의존을 줄이고 새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며 "미국 등 일부 선진국서 필요성에 따라 중복상장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우리나라도 예측 불가한 우려에 매몰돼 산업 성장 기회를 놓쳐선 안된다"고 전했다. 


한편 증권가에서도 중복상장과 주가 하향압력의 상관관계가 기존 우려만큼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앞서 HD현대마린솔루션은 지난해 5월 상장한 뒤 주가가 일부 하락한 반면, 모회사인 HD현대 주가는 오히려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 사례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2022년 1월 상장한 직후 모회사인 LG화학의 주가가 일정기간 상승세를 이어갔고, 주가수익비율(PER)은 1년 넘게 큰 폭으로 상승한 바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기존 PER 모형을 파생시킨 배당할인 모형으로 바꾸면 '배당가능이익이 연결 자회사의 순이익과는 관계가 없다'로 이어지며, 이는 곧 '모회사가 자회사 순이익을 주식가치 평가 방법으로 사용한다'는 기존 주장에 모순이 있음을 증명한다"며 "LG엔솔의 경우 오히려 사업분할 및 IPO를 통해 자기자본 조달에 성공한 뒤 막대한 자본적투자(CAPEX)를 집행하며 세계 1위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내 지주사 체제 하에서 자회사 상장을 막는 자체가 역설적이며, 이는 주식시장 발전을 억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1999년 외환위기 이후 순환출자 고리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지주사 제도를 합법화했는데, 지주사를 도입한 기업들이 적시에 자기자본 조달을 못한다면 이는 심각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 역시 지배구조 문제보단 성장투자 및 동력이 부족한 산업 구조가 주 요인"이라며 "고성장 첨단기술 등 무형투자가 활발하고 관련 성과가 가시적인 기업일 수록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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