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2026년 글로벌 금융시장을 관통할 핵심 키워드로 상위 20%가 경제 성장을 주도하는 '파레토 경제(Pareto Economy)'가 부상했다.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에 정책 지원과 자금이 집중되면서 관련 금융자산을 보유한 고소득층의 부가 빠르게 늘고 그 결과 소비 양극화가 구조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현재 고소득층이 소비를 견인하며 경기 하방을 방어하고 있지만, 향후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경우 오히려 인플레이션 압력이 재차 부각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침체기 동안 기업들이 흡수해온 비용 부담이 수요 회복을 계기로 가격에 전가될 가능성이 큰 만큼 인플레이션 관리의 고삐를 조여야 한다는 분석이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리서치본부 매크로팀장은 1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핵심 키워드로 본 2026 금융사 전략 지도'를 주제로 열린 '딜사이트 2026 금융포럼'에서 이 같은 전망을 내놨다.
하 팀장은 "최근 미국의 고용 여건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전체 소비는 소득 상위 20%가 떠받치고 있는 구조"라며 "이들 고소득층은 근로소득 외에도 금융자산에서 추가 소득을 얻고 있으며, 특히 AI 등 첨단 산업 관련 기업 가치가 상승하면서 자산 효과(wealth effect)가 소비를 자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산 효과란 주식·부동산 등 자산 가격 상승이 소비 확대를 유발하는 현상을 뜻한다.
문제는 경기 반등 이후다. 하 팀장은 "침체기에는 기업들이 재고 조정과 마진 축소를 통해 관세·원자재 가격 상승 등 비용 부담을 자체 흡수해왔다"며 "그러나 소비 수요가 회복되면 그간 누적된 비용을 가격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곧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실질 구매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양극화 심화의 배경으로는 정부의 '신경제(New Economy)' 중심 정책 기조가 지목됐다. 신경제는 IT·AI 등 기술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성장을 견인한다는 이론이다. 문제는 이러한 산업에 정책·재정·통화 지원이 집중되면서 자산 가격 상승이 특정 계층에 더 큰 혜택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미국 정부가 신경제 육성 일환으로 통화 완화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그만큼 시중에 풀리는 통화량이 늘면서 인플레이션을 동반할 것이라는 논리다.
하 팀장은 "미국은 신경제 분야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 중으로, 이때 필요한 재원을 증세가 아닌 통화 완화 방식으로 마련하고 있다"면서 "저금리 환경에서 명목 GDP(국내총생산)가 빠르게 늘다 보니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구조는 시장 신뢰를 유지하는 데 기여해 미 국채 수요를 뒷받침하지만, 통화 완화의 부작용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누적될 수 있다"며 "결국 인플레이션 부담은 경제 주체 전반에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국내 역시 '생산적 금융'을 내세운 신경제 지원 기조가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민·관 합동으로 150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성해 첨단 전략산업을 지원하는 '국민성장펀드'가 대표 사례로 꼽힌다.
하 팀장은 "국민성장펀드가 실질적으로 집행되는 시기는 올해 말로, 실물 경제 효과는 내년부터 조금씩 반영될 전망"이라며 "미국의 경우 통화 완화 기대감이 한풀 꺾인 데 반해 국민성장펀드를 계기로 한국의 시장 유동성은 개선 흐름을 띨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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