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메리츠증권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신규 영업을 지난해보다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익 성장률을 담보하기 위한 전략인데, 최근 홈플러스 사태 등으로 인한 대규모 손실충당금을 쌓고도 익스포져를 줄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17일 예탁결제원 유동화증권 신용보강 현황을 집계한 결과 메리츠증권은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신규로 제공한 부동산 PF 관련 신규 신용보강이 총 1조620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9541억원 대비 69.87% 증가한 규모다. 2023년 같은 기간 신규 신용보강은 1조2619억원이었지만 시장 위축에 금융당국의 부동산 PF 관리감독 강화로 부침을 겪었다.
증권사의 PF 신용보강은 통상 PF 사업을 주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일반적인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증권사는 자금이 필요한 시행사의 PF를 주관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얻는다. 이 과정에서 대주단 섭외와 대출채권 관련 유동화회사 설립 등 필요한 업무를 수행한다.
증권사가 설립한 유동화 회사(SPC)는 차주가 발행한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하고 투자자에게 유통한다. PF를 주관한 증권사는 SPC의 부족한 신용을 보강하며 증권 유통을 돕는다. 메리츠증권이 보증한 1조6207억원은 시행사의 이자 미납 등 유동화증권 발행 중단 사유가 발생했을 때 대출채권이나 유동화증권 등을 대신 인수해 차주의 채무를 대신 이행해야 하는 익스포져다.
메리츠증권은 이런 방식으로 시행사로부터 이자 및 수수료 매출을 얻었다.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5조1959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9조5819억원 대비 45.77% 감소했지만 순이익은 1265억원에서 1874억원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순이익 중 기업금융(IB) 부문에서 인식한 금액은 1139억원으로 전년(543억원)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메리츠증권의 IB부문이 현재까지 부동산 PF 영업에 주력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늘어난 부동산 PF 주관이 메리츠증권의 1분기 순이익을 책임진 셈이다.
메리츠증권이 부동산 PF를 다시 확대한 배경에는 모회사 메리츠금융지주가 지난해 발표한 밸류업 계획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익률을 현재 수준 이상으로 유지해 효과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기로 한 만큼 메리츠증권의 강점인 부동산 PF 사업에서도 선별적인 확장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메리츠금융지주 이사회는 지난해 4월 연결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올해말까지 주주들에게 환원하기로 결의했다. 2026년부터는 내부투자와 주주환원 수익률을 비교한 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최적의 자본배치를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메리츠증권이 지난해 말부터 정통 IB영업 강화에 나선 만큼 부동산 PF 관련 매출 비중은 점차 감소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최근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대손충당금과 준비금으로 약 2400억원을 적립했다. 홈플러스에 대한 담보채권 약 1조2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대손충당금 리스크가 발생한 까닭이다. 홈플러스 담보채권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충당금 적립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부동산 PF 관련 순이익이 감소한 것은 당국의 PF 부실 대응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이 원인"이라며 "부실 대응에 대한 경험치를 쌓고 수익 다각화에 나섰지만 일단 이익성장세를 유지할 지는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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