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삼성전자가 3나노(㎚·10억 분의 1m) 이하 선단 공정에서 아직 유의미한 수준의 수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수율 안정성 문제로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글로벌 1위 파운드리인 TSMC의 캐파(생산능력)가 부족한 틈을 타 확보했던 극소량의 물량마저 다시 뺏기는 모습이다. 차세대 공정인 2나노의 경우 안정성이 더욱 낮아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나노 이하 선단 공정에서 글로벌 주요 빅테크들을 핵심 고객사로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AMD나 퀄컴 등 빅테크들이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일부 사용하기는 하나, 대부분이 레거시(구형) 공정에 한정돼 있다"고 말했다.
물론 TSMC의 캐파(생산 능력)가 부족한 틈을 타 선단 공정에서도 일부 기회를 얻기는 했다. 하지만 유의미한 물량의 수주를 확보하지는 못했다. 앞선 관계자는 "고객사들은 선단 공정에서 전체 물량의 대부분을 TSMC에 맡기는 동시에 극소량을 삼성전자에 분산 주문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TSMC와 삼성전자에 배정하는 물량의 비율이 각각 95대 5 수준"이라며 "최근에는 이 5%의 물량조차 수율 문제로 다시 TSMC에 넘어가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구글이 삼성전자와의 '3나노' 협업을 철회한 사례가 알려지며 이러한 분위기를 방증하기도 했다. 구글은 당초 차세대 칩 '텐서 G5'를 삼성전자 3나노 공정을 통해 생산할 계획이었으나, 끝내 협력사를 TSMC로 교체했다. 해당 칩은 당장 올 하반기 신제품에 활용될 예정이라, 임박한 일정과 수율 안정성 등을 고려해 내린 결정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3나노 공정 수율은 아직 30~40%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삼성전자는 현재 캡티브 레퍼런스 확보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하반기 양산을 앞둔 차기 갤럭시 폴더블 스마트폰 Z플립7에 자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2500'를 퀄컴과 혼용 탑재하기로 결정했다. 시스템LSI 사업부가 설계한 엑시노스2500은 삼성전자의 3나노 공정을 기반으로 생산된다.
국내 출시 제품에는 엑시노스2500을, 북미 등 글로벌 시장에서는 퀄컴 스냅드래곤 8 엘리트를 탑재하는 그림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자사 AP 수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이번 신제품에 엑시노스를 채택한 것은 자존심 회복과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올초 갤럭시 S25 시리즈에 엑시노스2500이 전량 미탑재된 데 따른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려는 의지가 깔려있다"며 "Z플립7에 엑시노스2500을 100% 적용했을 경우 여기서만 수천억원대의 손실이 불가피했으나, 이번처럼 일부 물량에만 배정한 덕분에 부담이 다소 줄어들기는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3나노 공정도 여전히 난국에 빠진 가운데, 차세대 공정인 2나노의 경우 상황이 더욱 녹록지 않다. 삼성전자는 최근 분기보고서를 통해 "하반기에는 2나노 모바일향 제품을 양산해 신규 출하할 예정"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수율은 여전히 10% 후반대인 것으로 전해진다. 무리하게 양산을 강행할 경우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50%에 이를 수 있어 상업화까지는 갈 길이 먼 모습이다.
앞선 관계자는 "현재 삼성전자, 인텔, 라피더스 모두 2나노 공정 고객사 확보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기대하긴 이르다"며 "TSMC가 본격적으로 상용화하기 전까지 이들 기업이 정상적인 수주를 따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애플과 엔비디아, AMD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이미 TSMC의 2나노 공정을 활용해 차세대 제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최근 이들 기업을 둘러싼 2나노 공정 빅테크 수주설도 실제로는 초기 논의 단계에 불과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3나노, 4나노 공정이 상용화되기 시작할 무렵에도 이들 기업이 빅테크 고객사들과 수주를 협의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았으나 최종적으로 성과를 거둔 건 TSMC 뿐이었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TSMC의 2나노 공정은 양산 이후 4개 분기 만에 완전 가동률에 도달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